▲ 연합뉴스TV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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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를 그만둔 아나운서 45명의 평균 근무 기간이 약 33.2개월로 채 3년이 되지 않는 반면, 임신과 출산을 이유로 그만둔 5명 아나운서의 평균 근무 기간은 약 94.2개월로 7년 10개월이다. 이는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방송 진행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임신·출산으로 인해 여성 아나운서들의 경력이 단절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 중)

아나운서들의 임신·출산 후 복직을 거부한 연합뉴스TV의 조치가 임신·출산을 이유로 인한 차별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지난 4월까지만 해도 연합뉴스TV에서 임신·출산을 이유로 복직하지 못한 아나운서는 총 5명이었는데,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송두환) 조사 과정 막바지에 연합뉴스TV가 한 명과 이례적인 재계약을 진행해 ‘꼼수’라는 비판도 받았다. 개국 이래 연합뉴스TV는 아나운서들과 재계약한 전례가 거의 없다.

▲연합뉴스TV에는 현재 26명의 아나운서가 있는데 이중 남성 아나운서 1명만 정규직이다. 사진=연합뉴스TV 유튜브채널 화면 갈무리.
▲연합뉴스TV에는 현재 26명의 아나운서가 있는데 이중 남성 아나운서 1명만 정규직이다. 사진=연합뉴스TV 유튜브채널 화면 갈무리.

지난 29일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국가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 결정문을 보면 인권위는 연합뉴스TV에게 여성 프리랜서 아나운서들이 임신·출산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대책을 수립할 것을 권고했다. 또 전직 연합뉴스TV 아나운서인 A씨의 의사를 반영해 방송 복귀 방안을 마련하라고도 했다.

사측은 A씨를 재계약하지 않은 이유로 ‘출산’이 아닌 ‘업무 능력이 부족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김아무개 연합뉴스TV 뉴스총괄부 부국장은 인권위 조사 과정에서 “진정인(A씨)에 대해 그렇게까지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미 편성이 돼서 지금 계약한 사람들을 내보낼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고, 설령 중간에 결원이 생기더라도 새로운 사람을 먼저 보고 싶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에 인권위는 “A씨는 연합뉴스TV에서 2011년 8월부터 2018년 5월까지 6년 9개월 가량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A씨의 장기근속 경력 자체가 A씨의 방송 진행 능력과 전문성, 연합뉴스TV에 대한 기여도가 높다는 사실을 입증한다”고 정면 반박한 뒤 “즉 출산이 아니었다면 A씨는 중단없이 방송 업무를 지속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반박했다.

2018년 5월 출산을 이유로 하차한 A씨는 연합뉴스TV와 쓴 계약서에 ‘2017년 7월3일부터 프로그램 편성 개편 시까지’ 업무를 한다고 썼다. 인권위는 “진정인이 방송을 중단했던 시기는 연합뉴스TV의 방송 개편 시기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 연합뉴스TV는 근로자가 계약을 해지하고자 한다면 7일 전에 계약해지 통보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는데, A씨는 계약해지 통보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인권위는 “5명의 아나운서 가운데는 임신 후 자의에 의해 연합뉴스TV를 그만둔 경우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A씨 외에도 방송 복귀를 타진했으나 무산된 경우나 임신 사실을 밝히자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심야 방송을 제안하고 주말 방송으로 옮긴 정황 등을 살필 때 연합뉴스TV에서 임신하거나 출산한 여성 아나운서에 대한 차별이 존재했음이 인정된다”고 봤다.

인권위는 “연합뉴스TV가 임신·출산한 여성 프리랜서 아나운서의 의사를 고려하지 않고 방송 출연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계약 갱신을 하지 않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임신·출산을 이유로 한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TV에는 현재 26명의 아나운서가 있는데 이중 남성 아나운서 1명만 정규직이다. 사진=연합뉴스TV 유튜브채널 화면 갈무리.
▲연합뉴스TV에는 현재 26명의 아나운서가 있는데 이중 남성 아나운서 1명만 정규직이다. 사진=연합뉴스TV 유튜브채널 화면 갈무리.

연합뉴스TV 측은 ‘정규직이 아닌 프리랜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연합뉴스TV 측은 △프리랜서는 프로그램 진행 업무만 수행할 뿐 그 외의 다른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점 △사용자로서 업무에 대한 지휘·감독을 프리랜서 아나운서에게 하지 않는 점 △타 방송사 프로그램 진행 및 외부 강의 등 다른 업무 겸업 가능한 점 △임신·출산을 이유로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개별 아나운서의 전문성과 기여도 등을 고려해 계약을 맺는 점 등을 언급했다.

이와 관련 인권위는 근로자성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했다. 인권위는 “A씨는 연합뉴스TV가 편성한 방송 스케줄에 따라 출퇴근 시간이 정해지고 출근 장소 또한 연합뉴스TV의 방송국 스튜디오”라며 “A씨는 연합뉴스TV에서 제공한 분장실에서 헤어, 메이크업, 의상 등의 지원을 받고 연합뉴스TV의 방송 장비 등을 이용해 뉴스 등을 진행했으며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을 통해 정규직 아나운서로부터 업무 지시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했다.

인권위는 이어 “A씨가 받은 보수는 경영 성과나 업무 성적에 따른 것이 아니라 근로 자체에 대한 대가로 볼 수 있다”며 “2011년 8월부터 2018년 5월까지 연합뉴스TV와 지속적으로 방송 출연 계약을 체결해 근로를 제공했고, A씨가 제3자를 고용해 뉴스 등의 진행을 대행하게 하는 것은 불가능한 점, 아나운서 업무 수행을 통한 이윤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은 A씨가 아닌 연합뉴스TV에 귀속되는 점 또한 A씨의 근로자성을 부인하기 어려운 요소”라고 판단했다.

A씨는 2009년 연합뉴스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이후 2011년 6월 연합뉴스TV가 개국하자 그해 8월 1기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당시 총 14명(여성 10명·남성 4명)이 연합뉴스TV 아나운서로 입사했는데, 이중 남성 2명만 정규직 대우를 받았다. 다른 아나운서들은 프리랜서 계약을 맺었는데, 회사로 출퇴근하고 보수도 월급 형태로 받았다. 2022년 현재도 남성 아나운서 1명을 제외한 아나운서들은 모두 프리랜서다. 프리랜서라도 계약서를 쓰긴 하는데 계약 기간이 ‘다음 방송 개편 시’로 되어 있어 개편 프로그램 편성표에 이름이 없으면 해고되는 셈이다.

입사 이후 개편될 때마다 A씨는 프로그램 편성표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던 A씨가 2018년 5월 출산을 위해 일을 중단했다. 출산 직전 A씨는 상사들에게 ‘저 애 낳고 돌아올게요’ ‘저 빨리 갔다 올게요’ 등의 말을 수차례 했다. A씨에 따르면 회사도 계약해지 의사를 밝히지 않았고, 돌아오라는 분위기여서 개인 사물함에 짐도 그래도 두고 나왔다. A씨는 같은 해 10월부터 회사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사를 수차례 밝혔지만, 사측은 ‘리프레쉬’ ‘고려할 사항이 많다’ 등을 이유로 거절했다.

2년 6개월간 복직을 기다린 A씨는 2020년 11월 인권위에 ‘방송사의 여성 아나운서에 대한 출산 후 복귀 거부’ 진정을 넣었고, 약 1년 9개월 만에 ‘인용’ 결정 판단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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