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수신료 인상안이 내년 초 상정될 예정이다. 애초 ‘수신료 현실화안’은 오는 23일 이사회에 상정될 예정이었으나 ‘30일 상정설’이 돌더니 또다시 연기돼 2021년 연초에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이사회에서 임병걸 KBS 부사장은 수신료 인상안을 내년에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수신료 인상안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검토하겠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지난 10월28일 비공개 KBS 이사회에서 박옥희 KBS 이사는 “내년 지자체 선거 전 수신료 문제가 타결되지 않으면 (인상은) 불가능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선거라는 변수 때문에 인상안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코로나19 때문에 이사회 회의 등이 원활치 못해 수신료 인상안에 대한 논의를 늦추게 만들었다. 또한 2013년 수신료 인상안이 KBS 이사회와 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하고서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상처가 있기에 이번엔 만반의 준비를 하는 모양새다. 

KBS 수신료를 둘러싸고 수많은 질문이 쏟아지지만 두 가지로 압축하면 ‘수신료는 얼마가 적정하냐’와 ‘수신료가 먼저냐, 공정방송이 먼저냐’는 질문일 것이다.

첫 번째 질문부터 짚자. 일부 언론은 수신료 인상액에 대해 1000원을 인상한 3500원안이라고 보도했다. 실제 수신료 인상액은 3500~4000원 수준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수신료 업무를 담당하는 KBS 공영성강화프로젝트팀은 수신료 관련 공적책무확대 사업을 계획했다. 큰 축은 국가 재난방송 중추 역할 확립, 독보적 저널리즘 신뢰 구축, 고품격 공영 콘텐츠 제작 확대 등 12개 사업에 외부 의견을 반영해 수립하고, 각각의 사업 내역과 소요 예산 5년치를 추리는 것이다. 재난 채널, 지역서비스 강화, 광고 규모 조정, 수신료 사용 평가 시스템 도입 등을 함께 제시해 소요 예산 기준으로 수신료 범위를 결정한다. 세부적 결정은 이사회 보고 등을 통해 이뤄질 전망이다.  

정확한 수신료 인상 액수는 이사회에서 논의한 뒤 정해진다. 경영진이 적절한 수신료 인상 액수를 정하더라도 이사회에서 금액이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 
 

▲KBS.
▲KBS.

금액보다 더 쟁점이 될 질문은 두 번째다. 이번 이사회에서도 ‘수신료가 먼저냐, 공정방송이 먼저냐’는 논의가 펼쳐질 전망이다.

KBS 측은 재난 방송에서의 차별성과 지역 뉴스 발전, 최근 ‘대박’을 친 ‘나훈아쇼’와 같은 대형 프로젝트 등을 언급하며 수신료 인상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수신료 인상을 반대하는 쪽은 KBS가 정권 편향 방송이라며 ‘공정 방송’을 먼저 세워야 수신료를 올릴 수 있다고 반박한다. 여·야 이사들 의견도 마찬가지다. 

강형철 KBS 이사(여권 추천)는 2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KBS가 공정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 외에도 대하 사극, 어린이 방송, 지역 뉴스 등 사영방송(민영방송)이 할 수 없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제작 과정에서의 공정성 이슈, 즉 비정규직 문제 등 전반적 방송 품질 견인을 공영방송이 하는데, 이를 위한 공적 재원은 당연하다”고 수신료 인상 찬성 이유를 밝혔다. 

강 이사는 ‘방송이 공정하지 않아 수신료를 올리면 안 된다’는 논리에 “아이가 공부를 못한다고 학교를 안 보내겠다는 것과 같다”며 “학교를 보내줘야 아이가 공부를 열심히 할 것 아니냐. 나는 어떤 KBS 사장이 재직하든 수신료 인상에 찬성해왔다. 정파성과 관계없이 수신료 인상을 주장해왔다”고 했다. 

반면 황우섭 이사(야권 추천)는 “시기적으로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국민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는 수신료 인상안을 상정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 있다”며 “수신료 인상은 전제 조건을 갖춘 뒤에야 국민적 설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황 이사는 “정권만 바뀌면 공수가 교체돼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 ‘방송 공정성’을 제도화해야 한다”며 “이는 정권이 바뀌더라도 유효한 공정방송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고 했다. 

이어 “수신료를 올려주면 공정방송을 하겠다는 발상은 곤란하다. 먼저 공정방송에 대한 신뢰를 얻어야 할 것”이라며 “수신료를 인상하면서 공정방송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제도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KBS가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사회에서 또 한번 관련 논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KBS 양대 노조는 수신료 인상에 모두 찬성한다. 다수 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의 유재우 본부장은 22일 미디어오늘에 “기본적으로 수신료 인상은 필요하다”며 “단, KBS가 재정난 때문에 수신료 인상을 주장해서는 안 된다. 수신료 논의가 공영방송으로서 지위와 역할을 명확히 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전했다. 

유 본부장은 “수신료의 전제 조건으로 공정성을 강조하는 비판은 겸허하게 수용해야 한다”면서도 “KBS 내외부 세력이 공영방송을 정쟁의 중심으로 끌어들이고, 정파적 이익을 잣대로 과도하게 KBS 공정성을 평가해온 측면도 있다”고 짚었다. 

이어 “KBS는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의 비판 등을 통해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지속적으로 공정성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를 토대로 (국민들이) 대승적 판단을 해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소수노조인 KBS노동조합의 이영풍 공정방송실장은 “BBC나 NHK 등 전 세계적 공영방송 수신료와 비교해도 KBS 수신료는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며 “왜 우리나라가 BBC나 NHK와 같은 품격 있는 공영방송을 가지지 못했는지 생각해야 한다. 이를 위해 물적 토대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 방송이라는 것은 여야, 좌우를 가리지 않고 대부분 시민들이 KBS를 보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방송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라며 “공정방송의 전제가 수신료 인상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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