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정부 ‘공영방송의 시대는 끝났다’ BBC 수신료 2년 동결후 2028년 폐지”
(동아일보 1월18일 종합 10면)
“BBC 수신료 폐지 나선 英 ‘공영방송 시대는 끝났다’”
(동아일보 1월18일 사설)
“英‘국영방송시대 끝’ BBC 수신료 폐지 추진”
(매일경제 1월18일 국제14면)
“퇴진 위기 몰린 존슨, ‘BBC 수신료 폐지안’ 꺼내 논란”
(한겨레 1월18일 국제 16면)

영국 정부가 공영방송 BBC 수신료를 2028년부터 폐지할 수 있다는 소식을 다룬 기사들이다.

동아일보는 영국 데일리메일 일요판 ‘메일 온 선데이’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매체가 네이딘 도리스 영국 문화부 장관 측근을 인용해 ‘공영방송의 시대는 끝났다. 정부가 BBC 수신료를 2년간 동결하고 2028년부터 폐지하는 계획안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는 것이다. 도리스 장관이 트위터에 “BBC 수신료 관련 발표는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라고 말한 것도 전달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KBS 수신료 인상안을 겨냥해 “수신료 인상에 반대하는 여론에도, 수신료와 광고 축소를 통해 공영방송의 덩치를 줄여가는 세계방송 시장의 흐름에도 역행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1월18일 동아일보 10면. 
▲1월18일 동아일보 10면. 
▲1월18일 한겨레 16면. 
▲1월18일 한겨레 16면. 

반면 한겨레는 “방역지침 위반으로 퇴진 위기에 몰린 보리스 존슨 총리가 공영방송 수신료 폐지로 민심을 돌리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또 영국 가디언을 인용해 “존슨 총리가 방역 지침을 위반하고 파티에 참석한 뒤 사과한 것과 관련한 BBC의 그동안 보도에 불만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가 그의 총리직 유지를 위해 BBC를 표적으로 삼았다는 의혹 받고 있다는 가디언의 기사. 
▲보리스 존슨 총리가 그의 총리직 유지를 위해 BBC를 표적으로 삼았다는 의혹 받고 있다는 가디언의 기사. 

존슨 총리는 2020년 5월20일 방역 규칙을 위반하고 파티에 참석했다는 논란 때문에 영국 여당 의원으로부터도 퇴진 압박을 받고 있다. 가디언은 수신료 폐지 결정은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존슨 총리를 지원하기 위한 여러 방안의 하나라고 전했다. 

BBC 수신료는 국왕 칙허에 따라 2027년까지 보장돼 있는 상태다. 최근 OTT 약진과 미디어 환경 변화로 공영방송 무용론이 대두되고 있지만 세계적 공영방송 BBC의 수신료를 완전히 폐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오래된 수신료 폐지 주장쉽지않아

공영방송 연구자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1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2028년에 어떤 당이 집권할지 모르고, 설사 보수당이 집권한다고 해도 수신료 폐지안이 현실이 될지 알 수 없다”며 “보수당은 오랜 시간 공영방송에 비우호적이었다. 수신료 폐지 주장을 계속 제기해왔지만 공영방송 수신료 제도는 100년 가까이 유지되고 있다. 그들 주장이 현실이 되는 건 쉽지 않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영국 존슨 총리에 대한 사퇴 요구가 거센 상황에서 보수 결집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며 “다만 공영방송의 대안이 늘어나고 있는 오늘의 미디어환경에서 BBC 역시 과거보다 힘들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수신료 폐지가 현실화하기 어렵다고 보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방송광고 문제에 있다”며 “만약 BBC가 수신료를 폐지하고 광고 모델로 체제를 바꾼다면, 현재 타 방송사 광고가 BBC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 수신료 폐지를 바라는 논조의 보수 언론도 광고를 뺏길 수 있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영국 BBC 수신료 폐지 이슈를 KBS 문제로 곧장 연결시키는 것도 논리에 맞지 않다”며 수신료 액수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BBC의 경우 수신료가 연 159파운드로 한화로는 약 25만~26만 원 선이다. 한달에 2만 원 가량을 수신료로 내는 셈이다. KBS의 경우 현재 월 2500원의 수신료를 월 3800원으로 인상하려고 한다. 

▲2017년 4월 방영된 JTBC의 '비정상회담' 가운데 스위스의 수신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장면. 사진출처=JTBC 비정상회담 유튜브 갈무리.
▲2017년 4월 방영된 JTBC의 '비정상회담' 가운데 스위스의 수신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장면. 사진출처=JTBC 비정상회담 유튜브 갈무리.

공영미디어연구소 관계자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보수당이 공영방송 수신료를 비판하는 일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영국 총리가 코너에 몰리니 세게 나온 것 같다”며 “그럼에도 오프콤(영국 방송통신규제기관·Ofcom)에서는 공영방송 가치를 인정하고 재원 구조에 있어서도 수신료 만한 것이 없다고 보고 있다. 2027년까지는 수신료가 보장돼 있고 그 이후에는 정부가 논의하겠지만 단시간 내에 폐지될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완벽한 전망은 어렵겠지만 유럽에선 기본적으로 수신료에서 세금 제도로 변화하고 있는 추세다. BBC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이 있는 공영방송인데 상업성에 맡겨놓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영국 국민 설문조사를 보더라도 공영방송 필요성을 인정하는 여론이 여전하고 오프콤 역시 같은 기조이기 때문에 단시간 수신료 폐지는 이뤄지기 어렵다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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