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2기 독자권익위원회가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전국언론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열렸다. 2기 독자권익위원장인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를 포함해 김동규씨(2030 위원), 김준희 언론노조 특임부위원장, 김하정 언론인권센터 사무차장, 남웅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운영위원장, 심신진씨(2030 위원), 조선희 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 윤석빈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장, 주주독자 윤창의씨, 이재진 편집국장, 정철운 정책팀장, 김도연 미디어팀장, 안혜나 편집기자가 참석했다. 미디어오늘 8~9월 기사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졌다. 

정연우 : 언론의 ‘뒷광고’ 문제를 짚은 “언론이 유튜버 ‘뒷광고’ 비판할 자격 있나”(8월9일) 보도가 인상 깊었다. 뒷광고 문제에 사회적 관심을 촉발시키는 데 일조했다. 기만적이거나 시청자를 오도할 수 있는 언론 행태를 잘 지적했다. 아울러 네이티브 광고의 경우 광고주가 돈만 지불하면 원하는 정보를 담아 언론이 콘텐츠를 만들어주는 것인지, 이 과정에 언론이 최소한의 사실 확인은 하는 것인지, 광고 금지 품목이 있거나 나름의 윤리 강령·지침이 있는 것인지 등도 궁금했다. 방송 프로그램 협찬 단가까지 밝힌 “KBS ‘다큐 3일’ ‘생생정보’ ‘도전 골든벨’마저 ‘뒷광고’였다”(9월9일자) 기사는 특종이었다. 구체적 사례를 언급하며 독자들 호기심을 자극했고 전달력도 높은 기사였다. 협찬 문제를 공론화했다.

[ 관련기사 : 언론이 유튜버 ‘뒷광고’ 비판할 자격 있나 / KBS ‘다큐 3일’ ‘생생정보’ ‘도전 골든벨’마저 ‘뒷광고’였다 ]

김동규 : 언론도 방송을 운영하는 데 돈이 필요하다.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는 이야기다. 협찬 자체를 뭉뚱그려 비판하기보다 협찬임을 제대로 고시하지 않는 문제를 더 명확히 비판해야 할 것 같다. ‘협찬으로 방송을 채우는 것이 정말 나쁜 것일까’라는 생각도 든다. 협찬에 대한 문제의식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협찬 고시를 하지 않는 데에 더 비판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나? 협찬이 안 된다면 방송사 수익은 어떻게 개선할지 방안도 제시해주면 좋겠다.

정철운 : 저희가 주목하는 문제의식도 고시에 있다. 협찬을 통한 방송사 수익이 상당한 상황에서 ‘협찬은 무조건 안 된다’고 보지 않는다.

정연우 : 소비자들을 기만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고시가 필요하다. 미국은 광고에 규제가 거의 없는 나라다. 그렇지만 광고를 하면 광고라고 말한다. 협찬에 대한 의견은 다를 수 있지만, 협찬을 받았다면 협찬을 받았다고 이야기해야 한다. 

남웅 : 뒷광고는 나쁘다고 전제한 느낌이다. 미디어오늘이 미디어 분야의 다양한 뒷광고를 정리했는데 평면적이었고, 다 문제가 있다는 톤이 느껴졌다. 유튜브 뒷광고와 언론·방송사 뒷광고는 다른 면이 있지 않나? 다 펼쳐놓기보다 정리해주는 기사도 필요하다. 

▲ 뒤늦게 ‘유료 광고 포함’ 해시태그가 추가된 문복희 유튜브 영상 화면. 사진=문복희 유튜브 ‘SUB)피자헛 메가더블세트 피자 먹방 두판 순삭했어요 Pizza Mukbang ASMR’ 갈무리
▲ 뒤늦게 ‘유료 광고 포함’ 해시태그가 추가된 문복희 유튜브 영상 화면. 사진=문복희 유튜브 ‘SUB)피자헛 메가더블세트 피자 먹방 두판 순삭했어요 Pizza Mukbang ASMR’ 갈무리

조선희 : “언론이 유튜버 ‘뒷광고’ 비판할 자격 있나” 기사 관련, 기자들은 뒷광고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기자 사회의 합치된 의견이 나오기 어려울 수 있지만 기자 집단 의견을 모아 대중을 설득해보는 역할을 미디어오늘이 할 수 있지 않을까?

정연우 : 헤럴드 사장을 인터뷰 한 8월14일 기사(“헤럴드 사장 ‘중흥그룹 인수 후 1년, 단점은 아직 없다’”)는 어떻게 하게 된 인터뷰인지 궁금했다. 인터뷰는 할 수 있지만, 자본의 언론사 인수로 비롯한 문제를 짚는 질문이나 내용이 없다면, 사장 입장을 일방 전달하는 것에 그칠 수 있다. 좀더 날카로운 질문이 담긴 인터뷰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 관련기사 : 헤럴드 사장 “중흥그룹 인수 후 1년, 단점은 아직 없다” ]

김도연 : 중흥그룹 인수 후 헤럴드에 불거진 문제점을 짚는 기사는 지속적으로 보도했다. 매체를 비평하는 입장에서 언론사 대표이사 인터뷰는 한 매체 방향을 살펴볼 수 있는 주요한 기회이기도 하다. YTN 지분 인수 이야기가 나오던 시기였고, 헤럴드가 YTN 지분 인수에 뛰어들 생각이 있는지 직접 들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 질문을 더 날카롭게 다듬어야 한다는 말씀은 공감하고 고민하겠다. 

김하정 : 채널A 교양 프로그램 ‘서민갑부’ 제작진을 인터뷰한 9월20일 기사(“‘서민갑부’ 300명 만난 PD가 말하는 갑부의 공통점은”)는 의아했다. 서민갑부는 먹고 살기 힘든 사회·구조적 문제를 개인 문제로 축소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왔다. 미디어오늘이라면 이런 프로그램을 비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300회 기념 인터뷰를 했다. 기성 언론의 잘못된 시각을 바로잡아주는 게 미디어오늘 역할 아닌가?

[ 관련기사 : ‘서민갑부’ 300명 만난 PD가 말하는 갑부의 공통점은 ]

김도연 : 이 방송이 300회를 맞았고, 제작 관점에서 제작진 노고와 에피소드는 없었는지 들어보자는 게 취지였다. 콘텐츠 제작자 이야기를 두루 담아보자고 주문하고 있다. 물론 어떤 프로그램이든 문제가 있을 수 있고, 그럴 때마다 미디어오늘은 보도를 피하지 않았다. 문제는 문제대로 다루되, 다양한 의견과 인터뷰를 매체에 담고 싶다는 생각이다. 

윤창의 : 우리공화당을 인터뷰한 “창당 3주년 우리공화당 ‘통합당 보수당 아냐, 전광훈과 연대한적 없어’”(8월30일) 기사는 우리공화당을 변호하는 기사처럼 읽혔다. 극우세력과 행보를 같이 했던 이들이 이제야 보수교회·극우와 선을 긋는다는 걸 그대로 띄워준 느낌이다. 또 “떠들썩한 소설가협회 성명 쓴 이사장 ‘가만 있을 수 없었다’”(7월30일) 기사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소설을 쓰시네’ 발언에 반발한 소설가협회 이사장을 인터뷰했는데, 기사 목적과 취지를 잘 모르겠다. 만약 ‘삽질하시네’라고 하면 건설협회장 인터뷰를 할 것인가? 

[ 관련기사 : 창당 3주년 우리공화당 “통합당 보수당 아냐, 전광훈과 연대한적 없어” ]
[ 관련기사 : 떠들썩한 소설가협회 성명 쓴 이사장 “가만 있을 수 없었다” ]

이재진 : 집회로 인한 코로나 확산 문제가 쟁점이던 상황에서 우리공화당이 극우집회에 거리를 두고 있다는 건 다룰 가치가 있다. 소설가협회 인터뷰는 제 주문 사항이기도 했는데, 당시 다수 언론에 소설가협회의 추 장관 비판 성명만 인용됐던 때였다. 소설가협회 성명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화제 중심에 선 단체는 누가 이끌고 있었는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그대로 보여줄 필요도 있었다.

김준희 : 지난 8월20일 “‘조중동’이 전면 실어준 전광훈과 사랑제일교회 입장” 기사와 관련, 이는 타 매체비평지 미디어스와 PD저널도 다룬 이슈였다. 미디어스는 제목을 “조중동에 실린 전광훈 코로나19 통계 음모론”으로, PD저널은 “전광훈의 궤변”으로 뽑았다. 타 매체는 전광훈·교회의 신문광고 내용오류를 팩트체크하는데 미디어오늘은 전광훈 입장을 그대로 중계만 했다. 기사를 빨리 올리느라 그랬나 싶었는데, 보니까 세 매체 중 가장 늦은 기사였다. 

[ 관련기사 : ‘조중동’이 전면 실어준 전광훈과 사랑제일교회 입장 ]

▲ 8월20일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에 실린 사랑제일교회 및 전광훈 목사 입장문 광고.
▲ 8월20일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에 실린 사랑제일교회 및 전광훈 목사 입장문 광고.

정연우 : 9월12일 “성폭력 사건보도 ‘피해자 지상주의’ 진짜 문제인가”를 보면, 성폭력 사건을 보도하는 해외 언론 고민과 우리 언론 고민이 크게 다르진 않은 것 같다. 해외 언론만의 고민도 분명 있을 것 같은데, 잘 드러나지 않았다. 9월18일 “전직 언론노조 위원장 강진구 기자 ‘징계무효’ 탄원에 경향지부 ‘유감’” 기사에선 누가 강진구 기자 탄원서를 썼고, 누가 쓰지 않았는지 이 부분까지 다룰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 관련기사 : 성폭력 사건보도 ‘피해자 지상주의’ 진짜 문제인가 ]
[ 관련기사 : 전직 언론노조 위원장 강진구 기자 ‘징계무효’ 탄원에 경향지부 ‘유감’ ]

김준희 : 탄원서에 서명한 사람, 안 적은 사람을 편 가르기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 탄원서라는 게 과거 인연이나 인간적 도의로도 서명할 수 있는 것인데, 젠더 문제에 대한 전직 위원장들의 정리된 입장으로 비쳐진 것 같다. 

이재진 : 일리 있는 지적이라고 생각했다. 맨 처음 탄원서 서명 명단이 나왔을 때 명단에 나오지 않은 전직 위원장들 생각도 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김동규 : “친일파 한명도 못봤다는 조선일보 주필에 연구자들 ‘궤변’”(8월21일) 기사다. ‘역사를 현실정치의 도구로 삼지 말라’는 내용의 조선일보 양상훈 칼럼을 민족문제연구소 입장으로 비판했다. 친일 문제에 있어, 문제를 제기하는 쪽인 민족문제연구소 입장으로 조선일보를 반박하는 게 제대로 된 반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해 당사자에게 팩트체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좀더 거리를 두고 검증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사회의 민족주의 일변도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 학계가 연구성과를 내기 어렵게 미디어오늘이 벽돌 한 장을 더 올린 격 아닐까?

[ 관련기사 : 친일파 한명도 못봤다는 조선일보 주필에 연구자들 “궤변” ]

조선희 : “‘피해고발 수포로 돌아간 기분’ 계속 논란되는 드라마 ‘영혼수선공’”(7월23일), “라오스 교민들, ‘라오스댐’ 기사 삭제에 분노한 이유”(7월29일) 기사는 몰랐던 사실을 일깨워주는 기사였다.

[ 관련기사 : “피해고발 수포로 돌아간 기분” 계속 논란되는 드라마 ‘영혼수선공’ ]
[ 관련기사 : 라오스 교민들, ‘라오스댐’ 기사 삭제에 분노한 이유 ]

▲ MBC 사옥. 사진=언론노조
▲ MBC 사옥. 사진=언론노조

심신진 : MBC 논술 시험 논란과 재시험은 언론 준비생 입장에서 속에서 천불이 끓어오를 일이었다. 그러나 우리 응시생 입장을 제대로 반영한 기사는 찾기 어려웠다. 이번 사건 최대 피해자는 언론사 입사 준비생들이라는 점을 기억해주시고, 저희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주시기 바란다.

[ 관련기사 : 박원순 시장 ‘피해자’ 호칭 여부 물은  MBC, 안팎 비판 쇄도 / MBC, ‘피해호소인’ 시험문제 사과하고 재시험 결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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