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IPTV 3위인 SK브로드밴드와 케이블TV 2위 티브로드의 인수합병 사전동의 심사결과 합병을 의결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사전동의를 요청한 지 20일 만의 ‘신속’ 결정이다. 조만간 과기정통부가 합병 최종통보를 하면 오는 4월 합병법인이 출범한다. 

이번 합병은 지난해 말 LG유플러스-CJ헬로에 이어 경쟁 관계였던 거대 IPTV와 케이블 SO 간 두 번째 합병이다. 앞으로 KT는 딜라이브, SK텔레콤은 현대HCN를 상대로 인수합병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서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유료방송업계의 지각변동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더불어 올해는 통신사가 소유한 IPTV의 공적책무에 대한 논의 또한 그 어느 해보다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번 합병 이후 유료방송 점유율은 KT계열 31.07%, LG계열 24.54%, SK계열 23.92%(과기정통부, 2018년 말 기준)순이다.

▲SK브로드밴드.
▲SK브로드밴드.

방통위는 20일 전체회의에서 14가지 조건과 3가지 권고사항을 부과한 인수합병 사전동의안을 의결했다. △권역별 지역채널의 광역화 금지 △합병 후 인력재배치/임금조정 계획, 비정규직 고용유지 현황 등 제출 △협력업체 계약종료 후속조치 검토 시, 협력업체 종사자 의견청취 등이 조건에 포함됐다. 지금까지 티브로드는 모두 12개의 지역채널을 운영하며 지역정보를 제공하고 있었으며, 방통위는 합병법인이 제시한 유료방송 역무별 분리 독립 운영방안을 2022년 12월31일까지 유지하도록 했다. 

방통위는 특히 공정경쟁 거래질서를 위해 △역무 간(SO, IPTV) 가입자 전환 규모와 전환율 등 관련 자료 반기별 제출을 합병 조건으로 부과했다. 이는 “포화 된 유료방송시장에서의 결합은 ARPU(가입자당 평균 매출)가 비교적 낮은 SO가입자를 ARPU가 높은 IPTV로 부당하게 전환 시키기 위한 것이란 우려가 있다”는 방통위 판단에 따른 것이다. 2017년 가입자 매출 기준 ARPU는 티브로드 7890원, SK계열 1만4126원이다. 그러나 ‘자료 제출’ 조건만으로 ‘부당전환’을 막을 순 없는 상황이다.

이밖에도 방통위는 △PP 평가기준 등 마련 시 PP의 의견이 반영된 입증자료 제출 △수신료매출액 대비 PP프로그램 사용료 비율 공개 등을 합병 조건으로 부과했다. 방통위는 “통신 대기업이 SO를 합병함으로 인해 시청자 권익침해나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동시에, 지역미디어인 SO의 공공성과 지역성 등이 약화되지 않도록 하는데 면밀히 검토했다”고 밝혔다. 허욱 방통위원은 “미디어 환경의 급변 속 이번 침체 된 SO시장에 활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 심사위원회를 맡았던 허욱 방통위원이 20일 전체회의를 마치고 방통위 기자실에서 브리핑하는 모습. ⓒ방통위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 심사위원회를 맡았던 허욱 방통위원이 20일 전체회의를 마치고 방통위 기자실에서 브리핑하는 모습. ⓒ방통위

김석진 방통위 부위원장은 “티브로드에 비정규직 신분이 많다. 여러 조건을 달았다고 해서 부당해고 우려나 고용불안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며 지속적 감시를 주문했다. 김석진 부위원장은 “(합병법인이) 케이블TV상품보다 가격이 높은 IPTV 결합상품 전환을 유도할 수 있다. 콘텐츠 제작비나 지역채널 활성화에 쓰여야 할 돈이 가입자 확장을 위한 마케팅 비용으로 쓰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며 이에 규제기관의 감시 또한 강조했다. 

이와 관련 케이블 노동자들이 다수 가입된 민주노총 희망연대노조는 “현장에서는 이미 티브로드 가입자를 대상으로 티브로드 협력사가 SK대리점과 결탁해 핸드폰 판매를 진행하고 있으며 직원 교육을 통해 핸드폰과 IPTV 결합상품 판매를 독려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당장 미디어업계는 유료방송시장 재편에 따른 후속 대응을 고민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와 방송통신공공성강화공동행동 등은 21일 ‘방송통신 M&A시대, 지역콘텐츠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예고했다. 전국언론노조는 “방송통신 M&A로 이른바 빅3 통신기업에 의한 유료방송 독과점과 방송의 지역성 약화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며 “인수합병 사업자들의 공적 사회적 책무와 규제기관의 역할을 논의하고 사회적 합의를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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