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의 간접고용 케이블 노동자들이 하청업체들의 불성실한 교섭 태도에 원청 SK브로드밴드의 책임을 묻고 파업을 예고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희망연대노동조합 ‘SK브로드밴드 케이블방송 비정규직지부’는 14일 서울 중구 SK남산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8일까지 제대로 된 임단협 교섭을 진행하지 못할 경우 파업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진짜 사장’인 SK브로드밴드가 하청업체의 교섭 해태를 방치한다며 “노동자 쥐어짜는 업체와 계약 해지하고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라”고 요구했다.

이들 케이블 설치·수리 노동자는 지난 2020년 초 SK브로드밴드가 티브로드와 합병하면서 원청이 SK브로드밴드로 바뀐 노동자들이다. IPTV와 케이블SO의 합병에 SK브로드밴드(IPTV)가 티브로드(케이블) 노동자의 고용은 보장하지 않고 가입자만 빼간 뒤 ‘구조조정’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찍이 제기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합병을 승인하며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을 3년간 보장하라는 등의 조건을 제시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희망연대노동조합 ‘SK브로드밴드 케이블방송 비정규직지부’는 14일 서울 중구 SK남산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희망연대노조 제공
▲민주노총 서울본부 희망연대노동조합 ‘SK브로드밴드 케이블방송 비정규직지부’는 14일 서울 중구 SK남산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희망연대노조 제공

합병 이후 만 3년을 앞둔 현재 지부는 협력사협의회와 교섭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부는 지난해부터 8차례 임금교섭에서 백신휴가와 기본급 10만원 인상, SK브로드밴드 직고용 논의 시작 등을 요구했지만, 협력사협의회는 5만원 인상을 주장하고 나머지는 거부했다. 지부에 따르면 협의회는 지난달 22일엔 ‘업무위탁 3년차인 내년 1월20일 SK브로드밴드와 계약이 끝나니 교섭하지 않겠다’고 공문을 보냈다가 경기지방고용노동청의 구두 지도를 받은 뒤 교섭 자리에 나타나기도 했다.

SK브로드밴드 인터넷·IPTV 노동자들인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의 박기철 수석부지부장은 연대발언에서 “SK브로드밴드는 티브로드를 인수한 뒤 노동자는 나몰라라 하고 가입자 챙기기에 혈안이 돼 하청업체의 교섭 해태를 방치하고 있다”고 했다. 박 부지부장은 “사실 우리 노동자들은 힘들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고용안정만 (요구로) 가지고 간다. 그러나 원하청은 그마저 외면하고 있다”며 “오는 28일 파업에 동참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장은 “내년이면 위수탁 계약이 종료된다. 하청업체들은 (계약에서) 나갈 때까지 노동자들의 임금을 동결하고 노동 강도를 높이며 쪽쪽 빨아먹을 것”이라며 “이 상황은 원청에도 나쁘지 않다. 동료 노동자들이 열악한 조건에서 퇴사하는 건 원청으로선 자연스러운 인력 감축이자 구조조정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부는 “원하청은 합병 이후 오늘까지 2년 간 노동자의 고혈을 빨아들여 200명이 퇴사했지만 단 한 명도 채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지부는 “하청업체들의 버티기와 교섭 해태 책임은 관리 감독할 의무를 지고도 이윤에 혈안이 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외침을 외면한 원청에 있다”며 “SK브로드밴드는 하루 빨리 (악성) 하청업체를 퇴출시키고 노동조합과 대화에 나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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