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보험사 광고에서 주로 쓰이는 표현입니다. '공포 마케팅'의 일환이라는 걸 알면서도 신경이 쓰이는 이유는 국가와 사회가 내 노후를 보장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죠.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인자살률 1위이며, 노인자살률은 한국 전체 평균자살률의 2.5배에 달합니다. 게다가 베이비붐 세대가 65세가 되는 2020년부터 노인자살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처럼 한국에선 100세까지 산다는 게 두려운 일입니다. 반면 공적연금이 잘 갖추어진 외국에선 더 오래 살 수 있다는 건 축복이자, 행복한 일이죠. 우리 모두는 언젠가 늙어서 노인이 됩니다. 그러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문제를 개선하는 건 우리의 노후를 준비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미디어오늘은 국민연금이 가진 문제점을 짚어보고 대책을 찾기 위한 기획기사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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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과 국민건강보험엔 둘 다 국민이라는 수식어가 있다.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제도라는 의미다. 그런데 2012년 말 기준 인구 대비 건강보험 가입자는 97%(4966만명)인 반면 국민연금 가입자는 39%(2003만명)이다. 
 
국민연금 가입자는 인구의 절반에도 못미치는데 '국민'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국민연금이 사실상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가 아니라는 뜻이며, 그만큼 사각지대가 크다는 걸 보여준다. 
 
   
▲ 국민연금 로고
 
차이점은 분명 존재한다. 상대적으로 질병이나 부상은 일어날 가능성이 적은 반면 노인이 되는 건 누구든 막을 수 없다. 특히 연금은 수급자(만 60세)가 되면 사망 전까지 매월 보험급여를 받는다는 점에서 재정적 부담이 뒤따른다. 
 
또한 17세 이하와 61세 이상은 국민연금 가입요건이 안되는 적용제외자(1810만명)이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제외된다. 그렇지만 그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국민연금이 '국민'연금이기 되기에는 자격미달인 상황이다. 선진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공적연금이 인구 대부분을 아우르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김원섭 고려대 교수의 자료에 따르면 경제활동인구 기준, 2011년 말 한국의 국민연금 가입률은 64%다. 이는 선진국의 2009년 공적연금 가입률이 85% 이상인 것에 비해 저조하다. 또한 인구 대비 가입률도 43%(2011년)로 선진국의 70%에 비해선 한참 떨어진다. 
 
가입의무 면제자(주부, 학생, 군인 등)와 특수직역연금 가입자 1282만명을 제외하면 당연 가입자는 2003만명이다. 그러나 이중 23.3%(467만명)가 납부예외자다. 납부예외자란 실직, 학업 등으로 소득이 없어, 보험료 납부를 연기한 사람을 뜻한다. 실제 국민연금 보험료를 온전히 납부하는 이는 1536만명으로 국민 10명 중 3명에 불과하다. 
 
   
▲ 2012년 말 기준 인구 대비 국민연금 가입자 현황
 
국민연금 실질 가입률이 낮은 이유는 자영업자 등 많은 지역가입자가 보험료를 내지 않기 때문이다. 김원섭 교수는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는 대부분(납부예외자+미납자)이 비정규직과 같은 저소득근로자나 영세자영업자"라며 "보험료를 내지 않는 이유는 의도적 회피보다는 경제적 여력의 부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가입이 아닌 수급을 기준으로 봐도 사각지대는 엄청나다. 국민연금제도의 미성숙과 가입 사각지대로 인해 전체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에서 국민연금 수급자는 약 31%(2012년 말)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낮은 국민연금 실질가입률은 장기적으로 낮은 수급률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올해 재정추계 결과에 따르면 2030년 경에도 전체 노인의 40%만이 국민연금을 수급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민연금제도가 성숙한 후에도 연금수급 사각지대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결책은 국민연금 제도 안에서 노력할 부분과 노동시장 차원에서 해결할 부분으로 나뉜다. 우선 지역가입자에 대한 소득파악률이 극도로 낮은 점을 고려하면 국세청의 소득파악률 제고가 필요하다. 김 교수는 "소득파악률이 2010년 30% 수준"이라며 "100%를 달성해 투명한 소득파악체계가 확립될 때까지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정부의 체계적인 사업장 관리도 요구된다. 김 교수는 "현행 국세청 신고체계는 사업장이 고용기간이 짧은 비정규직 근로자를 대부분 누락시킬 기회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말정산 시스템처럼 근로자의 정보 입력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낮은 소득에 기인한 가입 기피를 해결하기 위해 영세 사업장 근로자에 대한 보험료 지원도 확충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10명 미만 사업장에 고용보험과 국민연금의 일부를 지원해주는 '두루누리 사회보험'를 도입했다. 월 평균 급여가 130만원 미만인 경우 사업주와 근로자의 보험료 절반을 지원한다.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저소득계층 보험료 지원과 여성의 양육활동을 위한 크레딧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제도 외적으로 특수고용직 문제 등 노동시장 차원의 문제 해결이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제갈현숙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은 "보험설계사, 학습지교사, 택배기사 등 사업장 가입에서 배제된 특수고용직 근로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해야 사각지대 문제가 해결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저소득자가 10년 이상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하기는 어렵다"면서 "이들을 국민연금 제도 안에 머물게 하는 다양한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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