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마다 돌아오는 국민연금 3차 재정추계를 맞아 정부는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를 운영하는 등 국민연금 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재정 안정화를 위해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3%까지 빨리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기금을 더 모아서 2060년으로 예상되는 기금 소진 시기를 늦추기 위해서다.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지난 2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런 방안에 대해 "앞으로 5~10년 동안은 인상이 불필요하다"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오 실장은 "장기적 재정 안정화를 위한 보험료율 인상이 필요하지만 현재 정치적으로 인상은 불가능하고, 지금 상황에서 (인상안을) 꺼내면 부작용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크고, 미가입자도 많은 상태에서 인상 논의는 제도 안정화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주장이다. 

오 실장은 "5~10년 후인 4, 5차 재정 추계 때는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가 늘어나 보험료율 인상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인상률은 최대 2% 내외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이치열 기자
 
오 실장은 보험료율 인상 보다 연금제도의 통합적인 개혁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연금은 기초연금과 함께 개혁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면서 "공적연금 체계에서 기초연금 몫을 더 키우고, 국민연금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가입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연금 보다 모든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기초연금을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오 실장은 또 세대간 형평성을 위해서도 기초연금 강화가 옳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의 절반은 현 세대의 보험료로 충당하고, 나머지 절반은 미래 세대의 보험료로 충당한다. 만약 미래 세대가 보험료 납부를 거부한다면 국민연금 제도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 

다만 기초연금 강화는 증세를 필요로 한다. 오 실장은 "지금도 확보하지 못하는 공적 재정을 미래 세대는 가능하다고 보는가"라고 물은 뒤 "우리 세대가 증세 문제를 정공법으로 돌파해야 한다. 해법은 미룰수록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는 7월 안에 복수의 권고안을 보건복지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국민연금법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이 방안을 토대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세워 10월까지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다음은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기금 소진을 막기 위해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인상해야 하나.
장기적으로는 인상이 필요하지만 앞으로 5년 동안은 필요 없다. 국민연금은 중장기 세대간 제도다. 장기적 재정 안정화를 위한 보험료율 인상이 필요하지만 현재 정치적으로 인상은 불가능하고, 지금 상황에서 꺼내면 부작용이 더 크다. 

- 왜 지금은 안되나.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크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과연 노후에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을까 걱정하고 있다. 이 문제는 시간이 조금 더 지나서 수급자들이 많아지는 게 중요하다. 수급자가 늘어나면서 5년(2차 재정추계) 전에 비해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가 많이 커졌다. 국민연금 제도는 가입자에게 후하게 설계(수익비가 1 이상)되어 있기 때문에 수급자가 많아질수록 불신은 줄어들 것이다. 

- 만약 보험료율을 인상하는 법률 개정안이 나오면 국회 통과가 가능하다고 보는가.
불가능하다. 이번에 보험료율은 건들지 못한다. 기초연금 논란 때문에 국민연금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 정부가 개정안을 낼 수 없을 것이고, 내더라도 국회 통과 가능성은 낮다. 

- 그러면 언제쯤 보험료율을 인상해야 하나.
현재 상황을 예로 들면 '아이의 이를 뽑아야 하는데 너무 어려서 못 뽑고 있는 거다'. 5~10년 후면 제도에 대한 신뢰가 생기고 중장기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여건이 생긴다. 그때 보험료율 인상을 논의할 수 있다. 지금 한쪽에선 폐지 주장이 나오고, 또 다른 한쪽에선 기초연금 논란까지 있다. 5~10년 후인 4, 5차 추계 때 본격적으로 논의를 하면 충분하다. 아직 기금 소진은 약 50년 남았다. 기금 소진을 부정하진 않지만 아직 기간이 있기 때문에 제도 불신이 있는 지금 인상을 할 필요는 없다.

   
▲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이치열 기자
 
- 보험료율 인상은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나.
우리나라 노후보장제도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이라는 이원체계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국민연금 개혁방안도 기초연금과 함께 논의돼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기초연금 몫을 늘리고 그만큼 국민연금 몫을 줄이는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노동시장 불안정이 구조화된 상황에서 경제활동을 조건으로 하는 국민연금은 상당한 규모의 사각지대를 가질 수밖에 없다. 

- 5~10년 후엔 얼마나 인상해야 하는가.
최대 2% 내외다. 그런데 보험료율 인상 보다 제도 개혁이 더 중요하다. 법에 따라 기초연금은 2028년 A값(국민연금 가입자 월평균 소득·2012년 기준 189만원)의 10%(약 20만원)까지 인상된다. 그리고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하 급여율)은 2028년 40%가 된다. 이 둘을 합치면 명목 급여율은 50%(10%+40%)다. 그러나 명목 급여율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40년 기준으로 한다. 국민연금 평균 가입기간인 23년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국민연금 실질 급여율은 23%으로 떨어진다. 여기에 기초연금 10%를 더하면 총 실질 급여율은 33%가 된다. 

명목 급여율 기준 기초연금은 15%로 올리고, 국민연금은 30%로 낮춰야 한다. 둘을 더하면 총 명목 급여율이 45%로 앞의 계산(50%) 보다 5%가 줄어든다. 하지만 실질 급여율로 보면 비슷하다. 국민연금은 가입기간에 따라 실질 급여율이 달라지지만, 기초연금은 액면 그대로 실질 급여율이 되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명목 급여율은 50%에서 45%로 줄지만, 실질 급여율은 33%에서 32%로 변화가 거의 없다. 

   
▲ 오건호 글로벌 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의 공적연금 제도 개혁안
 
- 급여 측면에서 기초연금을 확대하고, 국민연금을 축소하자는 얘기인가.
소득 재분배 기능이 큰 기초연금을 키우자는 거다. 국민연금은 가입기간에 따라 늘어나며, 소득이 높으면 노후에 수급액도 많다. 소득수준, 가입기간과 무관하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늘리는 게 국민에겐 더 좋다. 노후소득보장제도의 구성을 하후상박으로 만드는 거다. 이렇게 하면 평균 소득자의 수급액은 변화 없지만, 저소득 노인은 유리하고 고소득 노인은 불리해진다. 

- 앞에서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언급했다.
국민연금은 미가입자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기초연금을 늘려야 한다. 게다가 기초연금은 부과식이다. 현 세대 노인과 현 세대 근로계층이 어떻게든 정치적으로 결정을 한다. 반면 국민연금은 절반은 현 세대가 내고, 절반은 미래 세대가 내기 때문에 재원이 대단히 불안정하다. 

- 미래 세대가 국민연금 납부를 거부할 수도 있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현재 제도를 이어가면 2060년에는 21%의 보험료율을 내야 한다. 이대로 가면 젊은 층이 2040년 기금 소진 시점부터 반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 국민연금에서 미래 세대에게 의존하는 부담 몫을 줄일 필요가 있다. 미래 세대가 못내겠다고 하면 급여율이 깎일 수밖에 없다. 그때는 의사결정을 미래 세대가 하기 때문에. 

   
▲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이치열 기자
 
- 정리하면 '현 세대가 납부하는 기초연금을 확대하고,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10년 후에 인상을 논의하자'는 게 맞나.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각각 해결하려고 하면 답이 안 나온다. 2060년 기금 소진 시기까지 세 가지 변수를 조합한 진보적인 연금 개혁 로드맵이 나와야 한다. 세 가지 변수는 기초연금 강화, 국민연금 축소, 중장기적 보험료율 일부 인상이다. 보수진영은 급여율은 건들지 말고, 보험료율을 인상하자는 재정 안정화 로드맵이 있다. 우리는 기초연금을 집어넣은 로드맵이 필요하다.

- 2060년 기금이 소진된 후 부과식으로 지급해도 재정 측면에서 문제없다는 의견도 있다. 
미래 세대 부담이 커지는 건 분명하다. 지급에 대한 자신이 없다 보니깐 지급 보장 법제화 얘기도 나오는 거다. 국민들의 불안을 상식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도 확보하지 못하는 공적 재정을 미래 세대는 가능하다고 보는가? 정부 안을 비판하고 이론적인 이야기를 할 수는 있지만 이렇게 하다보면 국민연금 불신은 커지고 사적 보험에 더 의존하게 된다. 안이하고 당위적인 생각이 국민들의 상식적 인식과는 다르다. 

- 그런데 기초연금 급여율을 높이자는 건 결국 증세를 하자는 얘기다. 박근혜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를 표방하고 있다. 
우리 세대가 증세 문제를 정공법으로 돌파해야 한다. 해법은 미룰수록 어렵다. 일단 지금은 공약대로 기초연금만 10%로 올린 후, 10년 후 국민연금 제도가 안정화되면 진보적인 개혁을 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기금이 소진 되지 않는 모형(롱테일)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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