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두 달 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후보들의 검증 뿐 아니라 과거 한 언론이 현재와 달리 특정 후보의 약점을 적나라하게 분석했던 글이 회자되고 있다. 특히 해당 언론이 조선일보의 인터넷판인 ‘조선닷컴’이며, 약점이 지목된 후보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다. 조선닷컴은 7년 전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발언 이후 대선 일정이 예상외로 빨리 다가올 수도 있다는 설명을 하면서 당시 대선 2년 여를 앞두고 ‘그(그녀)가 대통령이 되면 안되는 이유 10가지’ 시리즈를 실었다. 조선닷컴은 고건 전 국무총리,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 등 여야 대선주자를 대상으로 했다.

이 가운데 2007년에 이어 2012년 대선에도 도전하고 있는 박근혜 후보에 대해 많은 약점을 제시한 조선닷컴의 과거 온라인 기획기사는 눈길을 끈다. 거론된 약점 중엔 지금 이 순간에도 유효한 대목이 적지 않다.

조선닷컴은 지난 2005년 9월 21일 새벽에 올린 ‘“아버지 후광 알맹이 없는 연예인식 인기”’라는 기사에서 박 후보(당시 박 대표)의 10가지의 약점을 들었다.

우선, 박 대표는 “내용은 별로 없으면서 ‘이미지 정치’만 한다”는 비판을 자주 받는다고 조선닷컴은 지적했다. 이 신문은 “‘민생정치’의 전도사로 그는 자처하고 있으나, 대선 예비후보로서 민생의 기초인 경제 등에 대한 식견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며 2005년 8·31 부동산 대책에 비판하려다 경제수치를 잘못 인용한 사례를 들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에서는 “박 대표는 ‘공포의 수첩’이 없으면 ‘말도 못한다’”는 비판까지 했을 뿐 아니라 한나라당 내에서도 “이미지는 좋은데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조선닷컴은 전했다.

박정희의 후광·유신공주라는 지적과 관련해 조선닷컴은 “박정희 대통령의 후광이 대중적 인기를 안겨준 반면 ‘유신공주’라는 비판도 함께 받게 했다”며 “박정희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지닌 그룹으로부터는 박 전 대통령의 유신독재 및 친일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박정희’란 변수가 딸의 대선가도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 지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내다봤다.

또한 2004년 8월 이후 포털사이트 네이버에는 ‘박근혜는 대통령이 될 수 없는 건가요’란 질문이 올라와 있는데 여기에 ‘될 수 없다’고 답한 네티즌들은 “박 대표가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고 조선닷컴은 전했다.

당시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은 한 인터뷰에서 “군부 쿠데타와 유신독재 핵심세력의 딸이 야당의 대표가 되는 모습은 적절치 않다”며 “부친의 공과는 역사가 평가하겠지만 유신독재에 대해서는 딸이 사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 때나 지금이나 박 후보에게는 5·16, 유신 독재자의 딸이라는 낙인을 벗기가 어려웠다.

박 후보 ‘인기’의 실체에 대해서도 당시 조선닷컴은 날카롭게 분석했다. 조선닷컴은 지난 4·30 재보선 때 경북 영천에서 박 대표가 지나가자 식당에서 밥을 먹거나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던 아줌마, 귀가길 학생 할 것 없이 박 대표 얼굴을 보려고 몰려들었다는 일화를 들어 “박 대표에게 사인을 받은 학생들에게 ‘박 대표가 누구냐’고 물었더니 ‘열린우리당 의원 아니냐’고 답하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를 두고 조선닷컴은 “이런 것이 박 대표 인기의 한 특성”이라며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박 대표의 인기는 연예인과 비슷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어느 순간 거품이 꺼질 수 있다는 지적”이라고 해석했다.

또한 당시 박 후보 곁에는 ‘동지’가 없다는 우려도 나왔다. 조선닷컴은 “박 대표 곁에는 전 대변인과 유승민 비서실장 등 외에는 이렇다 할 ‘전위대’가 없다고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도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정도”라며 “박 대표가 흔들릴 경우 위기를 함께 넘겨줄 당내 동지는 별로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2012년 현재 시점까지도 ‘장물의 국고환수’ 목소리에 직면하게 한 정수장학회 등 재산 의혹 역시 7년 전에도 박 후보에게는 날선 요구였다. 탈세, 금전시비, 스위스계좌 비자금조성, 불법정치자금 수수설도 당시엔 심심치 않게 흘러나왔다.

특히 조선닷컴은 “박 대표는 지난 2000년 자신이 이사장을 맡고 있던 정수장학회와 관련해 탈세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며 “박 대표가 1998~1999년에 정수장학회로부터 섭외비 명목으로 각각 1억 원, 1억5000만 원을 받아 쓰고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 대표 측은 세금을 납부했다고 해명했다”고 전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스위스 은행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조선닷컴은 “14개 시민사회단체가 ‘박정희와 박근혜가 스위스로 건너가 60억불을 은행에 예치했고, 여기에 보안사령부가 개입했다’고 주장했다”며 “그러나 이들은 뚜렷한 증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썼다.

조선닷컴은 이밖에도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박 대표가 이회창 전 대선후보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설 △당시 한나라당을 탈당해 미래연합을 창당했던 박근혜 대표가 다시 복당하는 과정에서 ‘거액’을 받았다는 의혹 등을 소개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당시 그 돈을 유세활동비로 쓴 것으로 돼 있지만 액수와 용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고 조선닷컴은 전했다.

당시 소속 의원 및 정치인들과의 스킨십도 도마에 올랐다. 조선닷컴은 박 대표에 대해 “선거 등 특별한 일이 없을 경우 ‘2차’는 거의 없다”며 “밤에는 혼자 집에서 주로 네티즌들과 온라인 대화를 하며 보낸다. 이것이 ‘박근혜식 정치’의 한 특성”이라고 평가했다.

조선닷컴은 “‘협상과 타협’으로 대표되는 과거의 정치와 박 대표는 다소 거리가 있다”며 “소속의원들에게 당 대표로서 협조를 구하기는 하지만 가슴을 털어놓고 동지를 만드는 스타일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최근 폭탄주 제조를 잘한다고 알려진 박 후보의 폭탄주 음주 습관에 대해 조선닷컴은 “폭탄주를 돌릴 때도 박 대표는 입만 살짝 대고 나머지는 ‘흑기사’가 마시곤 한다”며 “이런 박 대표의 특성을 ‘공주 스타일 때문’이라고 비판하는 소리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조선닷컴은 박 후보의 ‘물러서지 않는 고집’도 약점으로 꼽았다. “자신이 설정해 둔 로드맵과 다른 얘기를 하면 좀처럼 수용하지 않는다”는 것. 안상수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사람 쓰는 것도 그렇고 운영의 폭도 틀도 좁지 않느냐”며 박 대표의 당 운영 스타일을 독단적이라고 비판했다고 조선닷컴은 전했다.

또한 조선닷컴은 박 후보의 사생활도 약점으로 지목했다. 조선닷컴은 박 대표에 대해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다는 얘기가 많다”며 이렇게 평가했다.

“박 대표가 당무를 마치고 귀가한 후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수행비서도 현관문 밖에서 수행을 시작한다. 옷은 어디서 사 입고 밥은 어떻게 해 먹는지 모든 것이 장막에 가려있는 것이 박 대표이다…깨끗한 이미지, 서민들을 위하는 이미지를 트레이드 마크로 하는 정치인일수록 작은 흠집에도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정치권 분석이다”.

이를 두고 조선닷컴은 “어쩌면 베일에 가려져있는 박 대표의 사생활 역시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은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조선닷컴은 박 후보 리더십이 위기돌파시엔 한계가 있으며, 박 후보가 박정희 살해 이후 20여 년 세월을 최고권력의 장막 속에 살았다는 일생도 약점으로 작용한다고 진단했다.

조선닷컴은 “박 전 대통령의 사망과 그 이후의 은둔생활 등 박 대표의 인생은 일반인들의 그것과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며 “이런 박 대표의 인생이 과연 국가 지도자로서 적합하겠느냐는 점은 논란이 되고 있다. 박 대표가 결혼을 하지 않았고, 자녀를 낳아 길러본 적이 없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비판하는 이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닷컴의 ‘대통령 되면 안되는 이유 10가지’ 시리즈는 당시 박 후보 뿐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 고건 전 총리,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고 김근태 고문 등 대선주자로 꼽힐만한 여야 유력 인사들을 이런 식으로 검증한 것이지만, 7년이 지난 지금 인터넷에서는 유독 박 후보에 대한 조선닷컴의 이 분석이 회자되고 있다.

이를 두고 정연주 전 KBS 사장은 8일 한겨레에 기고한 글에서 △조선일보 종편 TV조선이 개국 첫날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라는 자막을 방송하고 △지난 6일자 조선일보 사설(‘새누리당 헌체질로 12월 대선 보나마나다’)이 되레 수구성향 여권표 결집을 위한 훈수의 의미라는 점을 들어 “박근혜 대통령 불가론을 폈던 조선일보의 놀라운 변신”이라고 지적했다.

정 전 사장은 “적은 늘 가까운 곳, 내 편, 내 안에 있다”며 “단일화가 지상명령이 된 야권에서도 깊이 새겨할 할 교훈이다. 자기분열, 자만은 내 안에 있는 가장 큰 적”이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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