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후보의 논문표절의혹을 제기했다가 거짓·왜곡보도라며 책임질 것을 요구받는등 강한 반발에 부닥쳤던 MBC가 안 후보의 표절의혹을 거듭 제기하고 나서 점차 MBC와 안캠프가 정면충돌 양상으로 흐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MBC는 2일 밤 방송된 <뉴스데스크> ‘안철수 “표절아니다”…“오류까지 동일”’에서 표절이라는 MBC 보도가 허위·왜곡이라는 반박에 대해 권재홍 앵커 멘트로 “안 후보 논문에 나오는 공식의 오류도 표절대상으로 제기된 논문과 같은 것으로 드러나 의혹은 여전하며 안 후보가 참여한 서울대 연구팀이 후배 논문을 재활용해 연구비를 타냈다는 의혹에 대해선 연구원으로 올라간 경위를 알 수 없다고 해명했다”고 주장했다.

MBC는 이어진 기자(현원섭)의 리포트에서 ‘서로 다른 생물학적 현상에 같은 물리학적 원리를 적용한 것을 표절로 볼 수 없다’는 금태섭 안후보 캠프 상황실장의 설명에 대해 “안 후보 측은 볼츠만 공식을 인용하는 것은 표절이 아니라고 해명하면서도, 정작 제기됐던 볼츠만 공식 유도과정 표절의혹에 대해서는 해명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MBC는 이어 안 후보 박사논문에서 나타난 볼츠만 공식의 오류도 표절의혹이 제기된 2년 전 논문의 오류와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앞서 서 모 교수가 논문에 인용한 ‘볼츠만 곡선’ 공식에 대괄호가 하나 빠졌는데, 공교롭게도 안 후보 논문에서도 같은 공식에 대괄호가 빠져 있다”고 전했다. 안 후보 측은 서 교수의 논문과 동일한 오류가 한 부분에 나타난다고 해서 같다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해명했다고 MBC는 전했다.

이밖에도 MBC는 지난 1992년 2월 임아무개씨가 제출한 서울대 의학석사학위 논문과 서울의대 생리학교실이 같은해 8월 한국과학재단에 제출한 연구보고서의 서론에서부터 연구목적, 연구 결과, 결론에 이르기까지 거의 흡사한데, 해당 보고서에 임씨가 명단에서 빠졌다고 지적했다. 당시 안 후보가 당시 연구조원으로 동료 4명과 함께 이름을 올려 제출한 보고서로 연구비 1000만 원을 받았다는 점을 들어 MBC는 “후배 논문을 재활용해 연구비를 타낸 것 아니냐”는 연구비 ‘착복의혹’을 제기했다.

안 후보 측은 당시 연구조원으로 이름이 올라간 경위를 알 수 없고 그와 관련해 어떤 비용도 받지 않았으며 연구 실적으로 쓴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고 MBC는 전했다.

이를 두고 안 후보 측은 표절이라고 주장하는 학자가 현재까지 아무도 없고, 대부분 학계에서는 표절이 아니라고 하는데 MBC 만이 표절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며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연구비 착복에 대해서는 연구비 자체를 받은 일이 없다고 안 후보 측은 밝혔다.

금태섭 안철수 후보 진심캠프 상황실장은 2일 밤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MBC에서 제기한 표절 의혹에 대해 권위있는 의과대 교수에 자문을 구했더니 표절이 아니라고 했을 뿐 아니라 다른 이공계 권위자들도 표절이 아니라고 하고 있다”며 “학계나 권위 있는 검증기관, 이공계 계통의 박사 학위논문 표절 문제는 중요하고 신중하게 결정돼야 하기 때문에 ‘표절’이라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거나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는 일이 있다면 정당하게 표절 여부에 대한 판단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표절이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오로지 MBC만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금 실장은 “우리가 의뢰한 분 외에도 여러 매체에서 여러 대학 학자들에게 물어봤는데도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냈다. 서울대, 고려대, 울산대 교수 분도 표절이 아니라고 했다”며 “MBC만이 아무런 전문가의 견해도 없이 개별적으로 표절이라 주장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논문 오타까지 동일하다는 MBC 보도에 대해 금 실장은 “서인석 교수 논문 자체에도 각종 공식을 쓰면서 여럿에 오타가 난 곳이 있다”며 “이 중 한가지의 오타가 같다고 모든 것을 표절했다고 과연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특히 MBC가 1일 첫 보도에서 서아무개 교수의 논문 세페이지를 안 후보가 거의 베껴쓰다시피 했다는 대목에 대해 금 실장은 “실제로 우리가 동일하게 베껴쓴 대목이 있는지 봤더니 일치하는 부분자체가 거의 없다. 똑같은 문장이 있다던지, 그런게 있는 줄 알았더니 완전히 다른 말로 써놨다. 그런데도 비슷하다고 주장하려면 전문가의 영역으로 넘겨야 한다”며 “서 교수조차 자신의 논문이 표절당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비 착복 의혹에 대해서는 안 후보가 아예 연구비를 받은 일도 없으며, 보고서에 안 후보 이름이 올라간 것도 이번에 MBC 뉴스로 처음 알았다고 금 실장은 전했다. 금 실장은 “연구조원으로 이름이 올라간 경위 자체를 모르며, 돈을 받은 일도 없다”며 “이를 연구실적이나 이력서에 쓴 적도 없다. 이름이 올라간 것 자체를 이번 MBC 보도로 처음 알았다”고 반박했다.

MBC의 이 같은 잇단 보도에 대해 금 실장은 “MBC에 대한 책임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이런 반박을 하기 전에 MBC에 우리가 사전에 입장을 충분히 전했다”고 밝혔다.

한편, KBS와 SBS는 MBC가 제기한 안 후보의 논문표절 의혹에 대해 2일 메인뉴스에서도 일절 보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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