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의 사회운동을 다룬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영화 이 상영중이다. 서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공고한 성차별, 나이차별, 외모차별 등이 어떠한 문제인식도 없이 다뤄지는 것이 불편했지만 사회운동가로서 부당한 억압을 끝내기 위해 싸웠던 삶은 숭고했다. 이 영화가 끝나자 뒷좌석의 한 어르신이 이런 말을 했다.“저런 분들이 있었으니 우리가 지금 이렇게 살 수 있는 거야”독립운동가 조마리아와 그의 아들 안중근을 비롯해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인간으로서 존엄한 삶을 살기를 바라며 일제에 맞서 힘겨운 운동을 이어
‘아바타: 물의 길’을 보고 나온 뒤 든 생각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 3D로 관람한다면 돈이 아깝지는 않을 거라고 주변에 면피용 권유를 할 수는 있겠다. 두 번째, 다만 이번과 똑같은 방식으로 ‘아바타3’을 만든다면 그걸 보러 극장에 가라고는 더이상 권할 수 없을 것 같다.기대했던 새로운 영화적 경험은 없었다. 고래를 닮은 거대 생명체 툴쿤이 맹활약하는 등 수준급 3D 해양 액션 시퀀스가 종종 감탄을 불렀지만, 2009년 세계를 강타했던 ‘아바타’로 충분히 본 ‘아는 맛’이었다. 13년 전과 동일한 구조로 전개되는 예측 가능한
최근 읽은 두 편의 논문은 경희대 이기형 교수의 (2010)와 숙명여대 박사과정 임소현이 석사학위 논문을 정리하여 지도교수 양승찬과 함께 쓴 (2022)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두 논문 모두 ‘저널리스트에게 현장이란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살폈는데, 사뭇 다른 연구 결과를 보여준다. 이기형의 분석대상은 의 심층탐사보도 “노동OTL” 연작 기사였다. 잘 알려져 있다시
대장동 사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언론계, 법조계 로비를 시도하면서 중앙일간지 현역 언론인들이 거액의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지금까지 보도된 수사 결과 등에 따르면 김 씨는 수 억 대의 돈 거래 외에 다수 언론인을 상대로 골프접대, 상품권 제공 등으로 로비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동 사건의 전모는 향후 그 전모가 드러날 것이지만 대중매체 언론인들의 부적절한 행위로 국한시켜볼 때 사회의 소금이요, 목탁이어야 할 언론의 일그러진 현실의 일부가 드러났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수년전 대중매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은 1년이 다 돼가는 지금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외신은 물론 국내 언론도 전쟁 원인을 분석하고 경과를 전하고 있는데요. 일부 언론은 미국, 러시아에 이어 세계 3위 핵보유국이었던 우크라이나가 핵 포기를 선언한 것이 러시아 침공을 불러왔다며, 사설‧칼럼 등을 통해 ‘우리나라도 북핵 대응 차원에서 자체 핵무장, 독자적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속 고개 든 ‘한국 핵무장론’신문사경향신문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한국일보매일경제한국경제보도건수-
카허 카젬 전 한국GM 사장은 2020년 7월,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1719명을 불법 파견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2년 6개월이 지난 1월 9일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실질적으로 불법파견이 인정된다며 카젬 전 사장에게 파견근로자보호법 등 위반 혐의로 유죄를 선고했는데요. 다음 날, GM 입장에서 불법파견을 감싸는 보도가 한국경제 1면 머리기사로 등장했습니다. 기업 입장에 서서 노동자 권익을 무시해 온 한국경제가 이제 불법까지 감싸주는 모습입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한국경제 1월 10일 보도를 살펴봤습니다. 한국GM ‘명백
“당신에게 공정이란”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사에 강조하고 다양한 매체에서 제목으로 받아 쓴 탓에 ‘기득권 타파 없이 나라의 미래가 없다’는 말이 머리 한쪽을 맴돌고 있다. 그러던 참에 우연히 보게 된 YTN 연중기획 캠페인 “공정한 사회, 희망찬 내일”의 하나로 최근 방영 중인 영상 속 내용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당신에게 ‘공정’이란?”(2023년 1월1일) 제목의 영상 속 인터뷰에는 유치원생부터 직장인과 주부에 이르는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다. 이어 제시된 ‘당신에게 공정이 필요할 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딸기를 나누어 먹는 것’(유치원생), ‘본인이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는 것’(대학생), ‘차별하지 않는 것’(교사), ‘기회가 있을 때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것’(주부), ‘열심히 도전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취업준비생),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직장인)과 같은 답변이 나왔다.
2022년 12월26일 북한 무인기 5대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한국 영공을 침범했습니다. 보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해당 사건은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있는데요. 진상을 파악하고 공표하는 군의 입장이 계속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초 군은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북한 무인기의 비행금지구역 침범 가능성을 제기하자 강한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북한 무인기가 대통령 경호를 위해 설정한 비행금지구역을 침범한 사실이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그러나 군은 1월 5일 정밀분석 결과, 북한 무인기 5대 중 1대가 비행금지구역을
한겨레신문 홈페이지 오른쪽 하단을 살펴보면 154쪽짜리 ‘한겨레 신뢰보고서’가 공개돼 있다. 자사 보도를 신랄하게 평가한 내용이 담겨있다. 저널리즘 원칙 문제를 세세하게 나열하고 반성과 성찰을 담는 등 형식과 내용면에서 보면 언론계 통틀어 최초다. 보고서 첫 장에서 한겨레는 저널리즘 기본원칙 키워드로 ‘신뢰’를 제시하면서 “한겨레가 영향력을 행사하고, 사회에 이바지하고, 돈을 벌려면, 사람들이 한겨레를 믿어야 한다. 따라서 한겨레는 모든 일을 신뢰를 얻는다는 목적에서 해야 한다”라고 썼다. 부록에는 지난 2020년 5월 제정한 한겨
건강검진은 연말이면 꼭 하는 숙제다. 직장인 건강검진은 산업안전보건법에 정해진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의 의무라 사업장·직종에 따라 1년, 또는 2년마다 꼭 수검을 해야 하는데 MBC의 경우 모든 직원이 매년 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1년 내 언제든 하면 되는데, 꼭 미루고 미루다 연말에 “미수검시 과태료 부과” 같은 공지사항을 보고 나서야 부랴부랴 검사 예약을 하게 된다. 지난해에도 결국 마감을 열흘 앞두고 겨우 검진을 받았다. 아직 30대 중반인 나는 대부분의 지표가 양호하게 나왔는데, 한 가지 항목에 형광펜으로 표시가 그어져 왔
고1 아이가 다이어트를 결심했다고 한다. “아니 넌 전혀 살찌지 않았는데 왜 다이어트를 하니?” “내가 5년 전보다 몸무게가 29% 급증했단 말이야.”5년간 29% 몸무게가 늘었으면 ‘급증’한 것일까? 도대체 ‘급증’의 정의가 무엇일까? 다른 아이들 몸무게 평균 증가율을 조사해봐야 하지 않을까? 만약에 다른 아이들 몸무게 평균 증가율이 29%보다 크면 우리 아이 몸무게가 ‘급증’했다고 할 수 없다. 29% 증가 사실만으로 다이어트를 주장하면 안 된다.조선일보 12월28일 1면 및 5면 기사다.
기획재정부가 반도체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상향하겠다는 ‘반도체 등 세제지원 강화 방안’을 내놨습니다.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대기업 8%→15%, 중소기업은 16%→25%로 확대한다는 것인데요. 올해 투자증가분에 대한 10% 추가 세액공제까지 포함한다면 대기업 25%, 중소기업 35%까지 세액공제를 받게 됩니다. 국회가 세액공제율을 6%→8% 올리는 정부안을 의결한 지 11일 만에 내놓은 조치로, 12월 30일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 세제지원을 추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지 나흘만입니다. 불과 열흘 전, 기획재
[안전안내문자] 4호선 삼각지역 상선 당고개방면 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타기 불법시위로 무정차 통과하고 있습니다. 열차 이용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서울교통공사가 재난문자로 총칭되는 안전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휠체어이용인이 지하철을 타는 것이 시위의 방법이 될 만큼, 휠체어이용인이 자유롭게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운 현실은 말끔히 지워졌다. ‘대중’을 위한 교통수단이지만 휠체어이용인은 ‘대중’이 아니었다. 휠체어이용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비장애인중심주의 사회에 의해 ‘재난’으로 규정되었다. 누구나 대중교통을 안전하게 이용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은 박정희 대통령 집권기인 1968년 ‘연두 기자회견’에서 시작됐습니다. 이후 정부의 한 해 국정운영 목표와 계획을 대통령이 직접 설명하고, 질의응답을 통해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자리이자 중요한 정치일정으로 간주됐습니다. 처음엔 기자가 사전에 배정받은 질문을 던지면 대통령이 준비한 대로 답변하는 ‘각본 회견’이었지만, 국회에서 국정운영 방침을 일방 전달하던 ‘연두교서 발표’에 비해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정권마다 부침을 겪었는데 전두환 정부는 신년 기자회견을 없애고 국회 신년 국정연설로 대신했으며, 노태
북한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한 지난 12월26일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쏟아졌다. “확전의 각오로 임했다” “응징 보복” “우월한 전쟁 준비” 등이다.대통령 발언에 문제가 많다. 전쟁 억제와 방어 차원의 대통령 메시지로써 강경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군사적 긴장 상태를 고조시키면서 발언의 목적도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언론이 대통령 메시지의 위험성을 파헤치는 것은 물론 군사적 긴장 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제언에 집중해야 한다.일단 안보 대응 차원의 대통령 메시지로 적절한가라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을 것이
새해 첫날이다. 덕담이 미덕이다. 그럼에도 ‘윤석열 위기’를 쓴다. 먹고 사는데 아무런 불편이 없는 기득권층과 달리 우리 민중에 드리운 먹장구름이 너무 짙다. 새해이되 새해가 아니다. 민주, 민생, 안보.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는 세 부문 두루 위기가 무장 커지고 있다. 위기는 윤석열 정권의 시대적 역행이 불러왔다. 국정에 임하는 자기 생각이 있는지 의문마저 든다. 기득권을 대변하는 편향 보도를 일삼으면서도 마치 국민을 위한다는 듯이 늘 행세해온 ‘신문방송복합체’들이 그와 대통령실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기에 문제는 더 심각하다
포함의 언어, 배제의 언어“Merry Christmas(메리 크리스마스, 축 성탄)”라는 인사는 모두를 포함하는 언어일까, 아닐까?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모두를 포함하는 언어와 그렇지 못한 언어의 차이점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다. 모두를 포함하지 못하는 언어는 크게 두 가지 특성이 있다. 첫 번째 특징은 어떤 그룹의 사람들이 소외나 배제를 경험하게 만드는 언어다. 이런 일이 일어나게 만드는 이유가 바로 두 번째 특징인데 어느 한 그룹의 사람들만이 그 사회에서 “중심, 정상, 표준”으로 여겨지게 하는 언어다. 그렇다
북한 무인기 5대가 26일 수도권 영공을 침범했습니다. 군이 기관총 100여 발을 쏘며 대응에 나섰지만, 북한 무인기는 경기도와 강화도 일대를 비행했고 한 대는 서울 상공까지 들어왔습니다. 그러나 우리 군은 북한 무인기의 항적조차 파악하지 못했는데요. 북한으로 돌아간 1대를 제외한 나머지 4대의 경우, 레이더에서 사라진 것만 파악한 채 추락인지 북으로 돌아간 것인지에 대한 여부를 파악 중이라고 합니다.북한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한 소식은 오후 늦게 시민들에게 알려졌습니다. 군이 작전상 이유를 들며 보도 유예를 요청했기 때문인데요
택시기사를 살해한 뒤 시신을 옷장에 숨긴 혐의로 체포된 피의자 신상이 12월29일 공개됐습니다. 경기북부경찰청이 신상공개위원회를 열고 피의자 신상정보를 공개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피의자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지난 8월 50대 여성을 살해했다는 추가 범행을 진술했고, 경찰은 추가 범행을 추궁하는 한편 시신 유기 장소를 수색 중입니다. 피의자 체포 직후부터 관련 보도가 쏟아지고 있는데요. 문제는 범행의 잔인함과 피해의 중대성과는 별개로 언론보도가 자극적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입니다.MBN, ‘단독’이라며 피해자‧제보자 신상정보 공
기후변화 보도는 기존 저널리즘의 문법과는 조금 동떨어져 있는 영역처럼 보인다. ‘사건’ 중심이 아닌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가능성’의 영역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아울러 기후변화는 단지 ‘환경’ 혹은 ‘지구’ 섹션만의 이슈가 아니며 정치와 경제, 산업, 문화 등을 포함한 다양한 문제에 걸쳐 있다. 유럽의 많은 언론사는 모든 구성원이 기후위기를 이해하고 기본적인 과학적 지식을 빠른 시일 내에 갖춰서 통합적인 기후위기 보도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절체절명의 과제인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시민 모두의 성찰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