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12일 아침, 전화기에 대고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MBC 라디오 에 전화 연결된 날이었다. 한나라당을 출입하던 나에게 진행자는 대본에 없는 질문을 계속 던졌다. 정치부 막내 기자는 더듬거렸다. 명성 높은 진행자가 물었다. 오늘 한나라당이 대통령 탄핵안을 상정할 것으로 보는가. 무리수를 두지 않을 것이라고 나는 말했다. 명민한 진행자는 다시 물었다. 탄핵 가능성이 정말 없다고 보는가. 다시 답했다. “그럴 리 없다.”몇 시간 뒤, 의사당에서 대통령 탄핵안이 날치기로 통과됐다. 생방송으로
이동관의 재림, 위협받는 공영방송공영방송이 다시 격랑에 휩싸였다. 이명박 정부 때 홍보수석으로 방송장악을 지휘했던 이동관 특보가 이번엔 방송정책을 총괄하는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전면에 등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의 부적격 청문보고서와 시민사회의 반대 여론도 무시한 채 임명을 강행한 것이다. 이동관은 8월 28일 방송통신위원장 취임사에서 “공영방송은 각종 특혜를 당연시하면서도 ‘노영방송’이라는 이중성으로 정치적 편향성과 가짜뉴스 확산은 물론 국론을 분열시켜 왔다”고 왜곡된 언론관을 드러내며 “서비스·재원·인력 구조 등 개편에 나서겠다
일본 정부가 8월24일 나라 안팎의 반대를 무릅쓰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시작했습니다. 134만 톤의 핵 오염수는 30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해양을 오염시키고, 바다 생태계와 수산물 안전성의 위협할 예정인데요. 국민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지만, 언론은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꾸며 해양 오염에 대한 시민 우려를 ‘괴담’으로 치부하고 있습니다.불과 2년 전 후쿠시마 오염수의 위험성을 보도하던 조선일보와 TV조선은 오염수 방출이 없다고 주장하는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자를 비판하는 보도까지 내놨는데요. 이젠 ‘과학’을 앞세워 오염
‘묻지마 칼부림’ 사건이 줄지어 발생한다. 일종의 모방범죄로 보인다. 대낮 길거리조차 다니기 두려워진다. 대한민국은 치안이 꽤 좋은 나라다. 범죄 검거율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거를 두려워하지 않으면, 높은 범죄 검거율이 무용지물이다. 이들은 검거 이후 자신의 억울한 심정을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어떤 이는 자신과 헤어진 여자친구 동네에서 묻지마 칼부림을 예고했다고 한다. 이들의 묻지마 칼부림이 성공했을 때는 언제일까? 불특정 다수에 상해를 입혔을 때가 아니다. 이별 이후 자신이 폐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전 여자친구가 알아챌
방송통신위원장 축출 시도로 시작된 방송장악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독립성이 생명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위원장을 ‘대통령 국정 철학과 맞지 않은 사람이니 사퇴해야 한다’는 반민주적이고 해괴한 논리로 공격하더니, 방송장악의 선봉에 섰던 사람을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그렇다면 현 정부의 국정 철학은 방송장악인가?다수결 원리 악용한 공영방송 침탈지난 1년여간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연속해서 벌어졌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그 의문의 끝을 쫓아가다 보면 총선에 이른다. 감사원, 검찰을 동원해 방송통신위원장을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공영방송과 전쟁을 선언했다. 정확히 따지면 공영방송 노동조합이 타깃이다. 이 위원장은 28일 취임식에서 “공영방송의 구조와 체질을 획기적으로 개혁하도록 하겠다”면서 “공영방송은 상업적 운영방법과 법적 독과점 구조의 각종 특혜를 당연시하면서도 노영방송이라는 이중성으로 정치적 편향성과 가짜뉴스 확산은 물론 국론을 분열시켜 온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KBS, MBC 등 공영방송을 ‘노영방송’으로 규정하고 바로잡겠다는 것은 노동조합을 때려잡는 것이 방송 정상화라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특히 이
다시 국치일을 맞는다. 참담한 과거를 기억하는 뜻은 윤똑똑이들이 주장하듯 무슨 콤플렉스 따위가 아니다. 역사를 망각하는 무리가 하도 많은지라 경계하기 위함이다.국치를 당한 1910년 8월29일, 윤똑똑이 대표는 당시 민중의 무지몽매를 꾸짖던 윤치호다. 그는 10대 시절 일본에 가서 근대화된 모습에 주눅 들었다. 서른 살을 앞두고는 “마음대로 내 고국을 선택할 수 있다면, 일본을 선택할 것이다. 오, 축복받은 일본이여! 동방의 낙원이여!”(1893년 11월1일)라고 일기에 썼다. 조선을 멸시했던 그는 정작 민중들이 독립만세운동에 나서
수도권 지역신문에서 일 잘한다고 두루 인정받던 후배 기자가 있었다. 각 부서를 고루 돌며 지역 현안 취재 경험을 고루 쌓았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지역에 애착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 '갈등을 부추기면서 먹고 사는 언론'이라고들 하지만 지역은 조금 다르다. 사람과 사람, 지역과 지역 사이 벌어진 틈을 무작정 헤집어 놓고 방치하기보다 봉합을 지향한다. 갈등이 터져 나오는 선거 국면에서도 어느 한쪽을 편들지도 않는다. 이런 태도가 어정쩡하고 부적절해 보일 수도 있겠다. 실제 지역에 밀착한 기자에게 '감시'와 '유착' 사이의 거리가 그리
※ 영화 ‘오펜하이머’의 주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기대를 품고 관람한 ‘오펜하이머’가 좀 아쉬웠던 입장이라면, 그럴 만한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오펜하이머’는 그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연출한 작품과는 장르가 전혀 다르다. ‘메멘토’(2001), ‘인셉션’(2010), ‘인터스텔라’(2014), ‘덩케르크’(2017) 등 감독의 대표작은 시공간을 왜곡하고 뒤트는 콘셉트를 주재료 삼아 시각적 볼거리를 극대화한 장르성 짙은 영화다. 반면 ‘오펜하이머’는 핵폭탄을 개발한 과학자의 성취와 고뇌에 집중하는 전기 영화다. 책으로 비교하
한미일 정상은 8월18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합의 내용을 문서화 한 ‘캠프 데이비드 정신(The Spirit of Camp David)’, ‘캠프 데이비드 원칙(Camp David Principles)’, ‘3자 협의에 대한 공약(Commitment to Consult)’ 등 3건을 채택했다(연합뉴스 203년 8월18일). 윤석열 대통령, 바이든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등 한미일 3국 정상은 회의에서 ‘정신’, ‘원칙’ 등의 두 문건을 통해 3국 협력을 제도화하기 위한 회의 정례화와 협의체 신설 등의 장치를 만들기로 하고 ①한미일 정상회의를 최소 연 1회 이상 열고, ②외교장관과 국방장관, 상무·산업장관, 국가안보실장 간 협의 등도 실시키로 했다. 이어 3국의 공동 위협에 대한 공조 방안을 담은 ‘3자 협의에 대한 공약(Commitment to Consult)’을 채택,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포함해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등의 위협 또는 위기가 발생할 경우 3국은 협의하고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서는 등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윤석열 정권, ‘파시즘의 수렁’에 빠지나급기야 윤석열 정권이 ‘파시즘의 수령’에 빠지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8월 15일 경향신문 칼럼 은 윤석열 정권이 비판 언론과 시민사회, 노조를 적으로 규정해 혐오를 조장하는 등 곳곳에서 파시즘적 징후가 감지된다고 지적했다. 그런 우려에 동감하면서도 사실은 더 비관적이다. 파시즘의 수렁이 전제주의 국가를 위한 진지를 구축하는 단계로 보이기 때문이다. 파시스트 사회나 전제주의 국가나 별반 차이가 없겠지만, 전제주의 국가는 이념이나 가치보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이 불발됐습니다. 이동관 후보자의 적격성을 놓고 여야 평가가 엇갈리면서 보고서 송부 시한인 8월 21일을 넘겼기 때문입니다. 대다수 언론은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 강행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측했는데요. 이동관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언론장악 주도 이력, 아들 학교폭력 무마 의혹, 재산형성 의혹, 배우자를 통한 부정 인사청탁 의혹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됐지만, 국회 인사청문회 이후에도 제대로 소명된 것은 없는 상황입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
이동관 방통위원장 임명, 언론계 안팎 모두가 반대이동관 후보자의 방송통신위원장 임명이 임박했다. 8월 18일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온갖 비위 의혹을 제기하고 다양한 증거자료를 제시했지만 크게 효과가 없을 상황이다. 다수당인 야당이 저항해 국회가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는다 해도, 애초 이 후보자를 지명한 윤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하다니 임명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이 없다. 이 후보 임명 반대는 의회에서만이 아니다. 한국기자협회가 6월 16일부터 19일 오전까지 소속 회원 1만 1069명을 대상으로 이 특보의 방통위원장 임명에 대한 찬
지난 18일 진행된 인사청문회에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는 프레임 싸움에 능한 스핀닥터 본색을 드러내고 편향된 언론관으로 저널리즘 가치를 짓밟은 것으로 평가한다.이 후보자는 스스로 스핀닥터임을 자처했다. 이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청와대 대변인실이 YTN 보도 리스트를 만들어 정권에 불리한 뉴스에 개입했다는 정황에 대해 “이런 점도 협조 요청하는 것은 사실은 기본 직무”라면서 “스핀 닥터의 역할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언론의 권력 감시 역할을 진영 싸움의 일환으로 해석해 사안을 비틀고 왜곡하는 스핀닥터 개념을 단순히 언론보도
한덕수 국무총리는 8월 4일, 새만금 세계잼버리스카우트 현장을 찾아 화장실 청소를 했다. 잼버리를 중앙정부가 직접 챙기기로 하면서, 부실의 상징이 된 화장실을 직접 챙기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언론에 공개된 사진은 총리가 정장 셔츠를 입은 채로 고무장갑도 끼지 않고 휴지로 변기의 오물을 닦아 내는 모습이었다. 게다가 주로 문제가 된 ‘푸세식’ 변기도 아니었고 참가자들의 불만대로 오물이나 휴지가 쌓여 있는 화장실도 아니었다. 이 정도 연출로 총리의 솔선수범 희생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니, 아무래도 총리님 댁에는 청소요정이 따로
구글이 7월 중순 자사 웹브라우저의 새 버전 ‘크롬 115(Chrome 115)’를 정식 출시했다. 주기적으로 이뤄지는 통상적 업데이트지만 이번엔 유독 관심을 끄는 부분이 있다. 바로 프라이버시 샌드박스(Privacy Sandbox) API다.프라이버시 샌드박스는 사용자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개발됐다. 크롬에서 3자(타사)가 사용자의 쿠키(cookies) 수집을 못하도록 하기 위해 구글이 수년째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산물이다. 이번에 그 도구를 개발자 등 외부에서 써볼 수 있도록 API를 풀었다. 크롬이 ‘쿠키리스(cookieles
잼버리의 ‘K-’ 질곡2023년 새만금 잼버리는 그렇게 끝났다. 그리고 비난, 감찰, 감사의 시즌이 열렸다. 축제가 성공하는 이유도 하나이지 않듯이, 파국이 몰아치는 원인 역시 단순하지 않다.국내외 언론들에서 주로 지적되는 잼버리 실패의 원인은 대체로 이렇게 요약된다. 우선, 목적과 수단의 경도. 즉 복잡한 경제 · 정치적 이해관계 안에서 선정된 새만금은 실상 잼버리의 야영활동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뿐 아니라 불법과 편법으로 점철된 간척지였다. 이어 준비와 대응에 있어서의 무능력과 불성실. 주최자인 중앙정부부터 주관자인 지방정부에
대한민국 R&D 투자 절반은 삼성전자가 담당하고 있다는 기사가 거의 대부분 언론에 실렸다. 그러나 이는 오보다.사실 “한국 R&D 투자 절반은 삼성전자”라는 기사는 제목만 봐도 오보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알아채야 한다. 한국은 R&D 투자를 많이 하는 나라로 유명하다. 빌 클린턴 대통령조차 한국이 R&D 투자를 많이 한다며 미래에 살고 있는 나라라고 말했을 때가 2012년도다. 당시 한국은 R&D 투자에 GDP 대비 3.9%를 지출했다. 그런데 2022년 대한민국 R&D 지출액은 GDP 대비 무려 5%에 육박한다. 이스
한반도의 남북 양쪽에서 전쟁을 말하고 무력시위를 벌이는 일이 일상화되고 있다. 북한과 남한, 한미, 한미일간의 ‘강 대 강’ 무력시위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서로에게 최대의 적대감과 위협을 가하는 식의 말 폭탄도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전쟁불사의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재래식 무기는 물론 핵무기로 서로를 공격하겠다는 군사적, 심리전적인 의사표시도 반복적으로 이뤄진다. 러시아-우크라 전쟁, 대만을 무대로 한 미중 간 힘겨루기가 지속되면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것 아니냐’ 하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한반도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는 방송장악지난해 5월 10일 임기를 시작한 윤석열 대통령은 한 달여 만인 6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국무회의 참석에서 제외하고 사퇴 압박을 가하며 방송장악을 예고했다. 곧이어 감사원이 방송통신위원회 감사에 착수했다. 국민의힘은 9월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MBC와 TBS에 대해 ‘봐주기 심의’를 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올해 1월 국무조정실과 대통령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유시춘 EBS 이사장 선임 과정 의혹으로 방송통신위원회 감찰에 착수했다. 3월 검찰은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에서 심사위원들이 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