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1월29일자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갈무리.
▲ 2024년 1월29일자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갈무리.

“모든 사회적 쟁점이 표심에 영향 줄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선거 쟁점으로 다뤄서 심의해야 한다.” (김문환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위원)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심의위)가 MBC에 다시 법정제재 ‘관계자 징계’ 2건을 의결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의혹 관련 보도에 선거방송 심의를 하자 MBC 제작진은 “왜 선방심의위 안건인지 모르겠다”고 반발했고 백선기 선방심의위원장은 “선방심의위에 대한 모욕적 발언”이라고 맞섰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방심의위는 28일 제12차 회의를 열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2024년 1월29일)과 대전MBC ‘뉴스데스크 대전’(2024년 1월31일, 2월1일)에 각각 법정제재 ‘관계자 징계’를 의결했다. 지금까지 22대 총선 선방심의위가 의결한 법정제재는 총 17건, MBC가 받은 법정제재는 그중 10건(관계자 징계 7건), 대전MBC는 ‘관계자 징계’ 1건을 받았다.

심의 대상이 된 ‘김종배의 시선집중’(2024년 1월29일)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1심 무죄 판결과 관련해 사법농단 최초 폭로자로 알려진 이탄희 민주당 의원을 인터뷰했다. 민원인은 “사실상 판결 당사자에 해당하는 야당 의원(이탄희)만 인터뷰하고 진행자(김종배)가 ‘판사도 사법부 일원 아닌가. 혹시 팔이 안으로 굽은 결과라고 해석을 해도 되는 건가’라고 질문해 편파성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의견진술자로 나온 박정욱 MBC라디오국 제작파트장은 해당 방송이 왜 선방심의위에 올라온 지 납득할 수 없다며 진술 거부 의사를 밝혔다. 박 파트장은 “아무리 상상력을 발휘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이런 식이면 모든 방송을 다 선방심의위에서 심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탄희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불출마했다. 사법농단 의혹은 2017년 처음 불거졌다.

최철호 위원(국민의힘 추천)이 설명을 요청하자 사무처는 “민원인이 선거방송심의 특별규정 위반이라고 적시를 했기 때문에 상정한 것”이라며 “해당 방송이 선거방송에 해당하는지와 제재 여부는 모두 선방심의위원님들이 논의해서 결정하시게 된다”고 했다.

심의위원들은 사법농단 관련 보도가 선거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손형기 위원(TV조선 추천)은 “민원인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는 차원이다. 선거 국면에선 시사 현안을 광범위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탄희 의원은 현직 민주당 소속 정치인이다. 이 의원과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도 나왔어야 했다”고 말했다.

김문환 위원(한국방송기자클럽 추천)도 “선거 기간에 선거 쟁점이 아닌 사회 쟁점이 어딨나. 이종섭 대사 문제나, 황상무 수석 문제, 의대정원 문제까지 모든 사회 현안이 결국 총선을 앞두고 표심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선거 쟁점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문환 위원은 “(선거방송 해당 여부를) 포괄적으로 해석할 거냐 협의해서 (다르게) 해석할 거냐 하는 논쟁은 성립될 수 없다. 모든 사회적 쟁점이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며 “대한민국엔 비례대표 제도가 있다. 특정 선거구에 출마하지 않더라도 특정 정당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백선기 위원장은 “선거와 관련해 특정 정당들에게 유불리가 있는가에 따라 포괄적으로 해석하면 사법농단 문제도 (선방심의위가) 심의할 수 있다”며 “이탄희 의원이 가진 정체성이 있고 지금도 국회의원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한 쪽의 사람 이야기만 듣는 게 적절한가. 반대 인터뷰가 되지 않는다면 진행자가 조정했었어야 하지만 그런 기제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MBC는 심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박정욱 파트장은 “이게 왜 선거방송에 해당하는지 선방심의위가 제시한 심의 규정들을 아무리 봐도 납득되지 않는다”며 “예를 들어 이 사건을 기소한 사람은 윤석열 당시 지검장이고 수사한 사람은 한동훈 당시 차장검사다. 상황이 이런데 이 방송이 선거를 앞두고 어느 정당에 유리하고 불리하다는 건가”라고 말했다.

또 박정욱 파트장은 “사법농단 의혹이 선거 쟁점이라는 건 처음 듣는다”며 “주관적 해석이라 생각한다”고 말한 뒤 “(선거방송을) 포괄적으로 해석하는 게 맞는가 하는 의문이 해소되지 않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따로 있기 때문에 선방심의위는 제한적 목적을 가지고 운영되는 기구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포괄적으로 해석하는 게 맞는건가”라고 말했다.

제작진 의견진술이 끝나자 심의위원들은 불쾌함을 나타냈다. 손형기 위원은 “선방심의위를 상당히 비하한다고 그럴까. 심하게 표현하자면 선방심의위 권위를 흔드려고 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고 백선기 위원장은 “선방심의위에 대한 편협되고 왜곡된 견해가 가득 깔려 있는 것 같다. 대단히 모욕적이고 대단히 위협적인 발언이다. 대단히 묵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후 위원 5인(백선기·권재홍·김문환·손형기·최철호) 과반으로 ‘관계자 징계’가 의결됐다.

▲ MBC ‘뉴스데스크 대전’(2024년 1월31일자) 방송 갈무리.
▲ MBC ‘뉴스데스크 대전’(2024년 1월31일자) 방송 갈무리.

이들 5인은 대전MBC ‘뉴스데스크 대전’(2024년 1월31일, 2월1일)에도 ‘관계자 징계’ 의견을 냈다. 해당 방송엔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21대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공약이행 조사결과를 전하는 과정에서 ‘공약이행 현황’이란 제목으로 ‘진행중’인 공약을 제외한 공약 ‘완료율’만을 전해 특정 정당이나 후보가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처럼 불리하게 방송했다는 취지의 민원이 제기됐다.

해당 방송에서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이 ‘완료율 0%’로 나오자 성일종 의원은 약속했던 공약들이 대부분 장기 과제들로 모두 ‘진행 중’인 것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대전MBC 제작진은 서면으로 제출한 의견진술서에서 “2분 남짓의 방송뉴스 특성상 한 화면에 모든 부차적 내용을 다 담을 수 없는 물리적 한계 속에서 완료율이라는 핵심 내용 전달에 집중했을 뿐”이라며 “민주당 조한기 후보가 보도를 잘못 인용해 (성일종 의원의) 완료 공약이 없다는 것과 이행률 0%의 내용으로 카드뉴스를 만들어 논란을 야기시켰다. 대전 MBC는 이에 대한 후보자 해명과 사과를 수차례 요구했지만 답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심의위원들은 중징계 의견을 냈다. 손형기 위원은 “대단히 방송 공급자의 편의주의에 불가하다. 상대 후보가 왜곡 홍보자료를 뿌린 그 단초는 대전MBC가 제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철호 위원도 “고의성이 다분하다. 여전히 본인들이 직접적으로 사과했다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김문환 위원은 “‘완료율’ 하나에만 초점 맞춘 건 고의성이 있다. 그걸 프레임이라고 한다”며 “완료율에 프레임을 맞춘 이유는 쉽게 생각해볼 수 있다. 뉴스 화면을 보면 특정 정당 의원과 다른 정당 의원의 완료율이 현격하게 차이 난다. 정파성 프레임이 개입됐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이미나 위원은 “매니페스토 관련 보도는 19, 20, 21대에도 이렇게 했고 보도 시기를 보면 21대 국회의원 임기가 완료되고 22대가 시작되는 기점이다. 완료율이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방송사 판단이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며 “선방심의위 제재 수준이 이때까지 문제가 없었던 완료율 보도에 대해 높은 수준의 징계를 내린다면 제재 수준 안정성 측면도 문제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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