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BS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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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노조가 사장 퇴진을 요구하고 사측은 단체협약을 해지하는 등 노사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구성원이 올린 사내게시판 글을 사측이 삭제 요청해 논란이다. EBS 노사 갈등 상황을 비판하고 전직원 토론회를 제안하는 내용의 글인데 EBS 측은 명예훼손이라며 삭제하지 않을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EBS 노조는 “구성원 입까지 틀어막는 EBS는 스스로 언론이길 포기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27일 EBS 사내 익명 게시판에는 <누가 발포 명령을 내렸습니까?>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5공화국 이후 어떤 정부에서도 볼 수 없었던 참혹한 일들이 발생되는 대한민국, EBS에서도 벌어지고 있다”고 노사의 주장이 서로 다른 점을 언급하면서 “형식과 내용 상관없이 EBS를 위한 거면 뭐든 가감없이 끝장토론”하자며 전 직원 토론회를 제안하는 내용이다.

이 글에는 지난해 11월 추경 당시 EBS 적자가 289억 원이었다가 최종 결산 적자가 183억 원으로 106억 원이나 차이가 난 것을 지적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언론노조 EBS지부(EBS지부)가 지난달 22일 성명으로 비판했던 내용이다.

또한 해당 글은 “블라인드와 게시판에서 한참 이슈가 됐던 보직자의 법인카드 사용애 대해 본인 카드도 아닌 남의 카드를 도용해 불법 사용했음에도 돈만 돌려주면 내편은 징계 이력도 남지 않은 경고로 마무리, 이게 상식적인 일이냐”고 했다. 이어 “사장님만 믿고 더욱 날개치는 보직자 몇 분으로 인해 정말 EBS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보직자들이 피해를 보고 욕을 먹는다”고 하며 EBS 리더가 비전을 제시하고 소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BS는 해당 게시글 삭제를 요청했다. 이날 오후 EBS 인사부는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 또는 사실 왜곡된 표현이 있어 해당 게시물의 자진 삭제를 요청한다”며 “특히 해당 게시물은 ‘제5공화국 이후 어떤 정부에서도 볼 수 없었던 참혹한 일’에 빗대어 EBS의 상황을 왜곡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공사의 공신력이 훼손될 수 있음을 알린다”는 글을 올렸다. 

EBS 측은 “자유게시판 게시물의 표현의 자유와 비판의 문화는 존중돼야 한다”며 “다만 사실과 다른 내용과 묘사로 EBS 구성원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할 경우 삭제요건에 해당되며 관련 법적 조치가 불가피함을 알린다”며 “동 게시물이 삭제되지 않을 시 법적 조치가 취해질 수 있음을 알린다”고 했다. 

노조는 사측의 글 삭제 요청을 비판했다. EBS지부는 지난달 29일 <구성원의 입까지 틀어막는 EBS는 스스로 언론이길 포기하는가>란 성명에서 “도대체 어떤 대목이 명예훼손이며 누구에 대한 명예의 훼손인가”라며 “사장이 불편한 얘기라면 삭제해야 마땅한가? 구성원들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는 불통인지는 알았지만 이젠 구성원이라면 당연히 할 수 있는 얘기까지 막아버리겠다는 것인가”라고 한 뒤 “정말 군사독재 시절에나 볼 수 있던 일들이 2024년 EBS에서 말 그대로 ‘자행’되고 있다”고 했다. 

EBS지부는 “대한민국 대표 공영방송이자 민주시민 교육을 책임지는 EBS가 내부적으로는 표현의 자유를 막고 구성원의 입을 틀어 막으며 스스로 언론사임을 포기하려 하는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위 조치가 향후 구성원의 자유로운 표현과 내부 비판에 대한 사측의 압력으로 작용해 구성원을 위축시키고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망설이게 만들 단초가 될 것이라 판단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장 김유열과 인사부는 해당 조치를 즉각 철회하고 EBS 모든 구성원에게 머리 숙여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EBS지부는 지난해 11월 사측의 단협 파기·파업 종용 등을 이유로 임금단체협상 교섭을 전면 중단하고 경영진 사퇴요구 농성을 시작했다. EBS 사측은 지난달 8일 단협을 해지하겠다고 했다. 이에 EBS 이사회는 지난달 16일 “노사가 신뢰와 성실의 정신으로, 진지하게 협상에 임해 조기에 사태를 해결하기 바란다”는 입장문을 냈지만 노사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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