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images.
▲Gettyimages.

2011년 12월 한경닷컴은 240만 원을 받고 한 상품권 할인판매 사이트가 믿을만한 기업이라는 기사형 광고를 실어줬다. 이후 사이트 운영자는 사기 혐의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피해자는 678명, 피해액은 35억 원 규모였다. 피해자 35명이 한경닷컴의 기사형 광고를 기사로 오인해 피해를 봤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피해자가 입은 손해액의 40%를 한경닷컴이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이 같은 판례에도 불구, 기사처럼 내보내는 기사형 광고를 통한 저열한 수익구조는 규모를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언론계를 잠식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최근 발간한 <기사형 광고 현황과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선진국은 한국과 다르다. 한국의 방송통신위원회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2017년 12월 명확한 스폰서십 고지 없이 뉴스 기사 형태로 제작된 광고를 1700회 이상 방송한 방송사에 1330만 달러(약 170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캘리포니아주에선 기만광고법(False Advertising Law)을 통해 기사형 광고를 규제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기만광고 제작‧유포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미국 인터랙티브광고협회(IAB)의 네이티브 광고 가이드라인은 △유료 광고라는 사실을 언어적 표현으로 전달하고 △광고 표시가 충분히 크고 시각적으로 뚜렷해 소비자가 쉽게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기사형 광고에 바이라인도, 게시일도 없다. 기사형 광고 상단에는 ‘PAID POST’라는 표기가 있고, 좌측 상단에는 광고주 로고를 달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기사형 광고.
▲뉴욕타임스의 기사형 광고.

호주의 경쟁과 소비자법(Competition and Consumer Act)은 소비자들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의사결정을 방해하거나 호도하는 모든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불법행위로 간주한다. 허위 또는 기만 주장과 관련해 위법 사실이 확인되면 기업은 최대 1000만 호주 달러(약 88억원), 개인은 최대 50만 호주 달러(약 4억40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또 기업은 편취한 이득의 최대 3배까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호주언론심의회(APC)는 기사형 광고가 △광고(advertisement) △광고 기사(advertising feature) △협찬 기사(sponsored feature) 등 명칭으로 명확히 특정되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영국에선 경쟁시장위원회(CMA)가 기사형 광고에서 광고를 명시하지 않은 경우를 ‘양의 탈을 쓰고 있는 늑대’로 묘사하고 있으며, 방송통신규제기관 오프콤(Ofcom)이 사전심의, 광고 불만 접수, 모니터링 및 기사형 광고 제재 업무를 맡고 있다. 캐나다의 경쟁법(Competition Law)에 따르면 기사형 광고가 소비자를 기만할 여지가 있거나 사실이 아닌 내용을 적시할 경우 벌금형, 제품 판매 금지, 시정 명령 등 처벌이 가능하다. 

독일에선 광고와 기사 구분을 태만하게 한 기사형 광고를 위장광고(Schlechwerbung)로 정의하고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을 적용, 최대 10만 유로(약 1억39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언론중재위원회가 발간한 <언론중재> 2021년 가을호에 따르면 독일은 연방 법무부가 불공정경쟁방지법(Act against Unfair Competition)에 따라 기사형 광고를 규제하고 처벌할 수 있다. 베를린시 언론법에서는 위장광고에 대해 최대 5000유로(약 700만원)의 과태료 부과도 가능하다. 심지어 독일 프랑크푸르트 고등법원에선 2019년 기업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받아쓴 기사 또한 ‘위장광고’라는 판례가 나오기도 했다. 보도자료를 그대로 받아쓰는 게 일상화된 한국과 다른 모습이다. 

독일에선 ‘~가 후원한’(Sponsored by)라는 표현 대신 광고(Anzeige)로 표현해야 한다는 2014년 연방대법원 판례도 있다. 독일 언론평의회는 ‘애드버토리얼’(Advertorial)과 같은 애매모호한 표현 대신 ‘광고’로 표시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선 기사형 광고에 ‘애드버토리얼’이라는 표현을 넣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한국소비자원이 2020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4.4%가 기사형 광고를 보고 기사로 오인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오인 이유(중복 응답)로는 △광고라는 표시가 없어서(73.2%) △편집방식 및 내용 배치 형태가 기사와 유사해서(68.8%)이 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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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안혜나 기자.

한국은 신문법 6조에 ‘기사와 광고를 혼동하지 않도록 구분해 편집해야 한다’는 대목이 있지만 처벌조항이 없어 실효성이 없다. 광고주에게 기사와 광고를 구분해 광고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표시광고법 개정안(홍성국 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 이명박 정부 시절 삭제된 기사형 광고 2000만 원 이하 과태료 조항을 부활시키는 신문법 개정안(이수진 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은 수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특히 표시광고법 개정안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사형 광고를 직접 규율하도록 하는 안이어서 실효성이 클 것이란 전망이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기사형광고에 ‘애드버토리얼’ 대신 ‘광고’ 표기를 의무화하는 신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언론재단 연구진은 “기사형 광고는 소비자를 기만하고 공정거래 질서를 훼손할 수 있어 해외 주요국들과 비슷한 선상에서 공정거래위원회 등 기관이 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령 내에 기사형 광고를 비롯한 기만 광고의 제재와 처벌을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내다봤다. 또 “(해외 주요 언론은) 모든 형태의 기사형 광고에 ‘유료 광고’ 표기(paid post, sponsored, paid for by 등)를 하고, 광고주가 누구인지 알리며, 이 광고가 편집부와 무관하다는 것을 밝히며, 바이라인이나 작성/게시 일시 같이 기사로 오인할 표현을 하지 않고 있다”며 국내 언론이 이를 참조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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