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송두환)가 수년 동안 일한 아나운서들을 출산 이후 복직시켜주지 않는 연합뉴스TV에 대해 조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10년 동안 연합뉴스TV 아나운서로 일한 A씨가 지난해 11월 인권위에 진정을 넣어 이뤄지는 조사다.

A씨는 2009년 연합뉴스에 입사했다. 연합뉴스TV 개국과 동시에 1기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연합에서만 10년을 일했다. 그러던 A씨는 2018년 5월 출산을 위해 일을 중단했다. 출산하러 들어가면서도 A씨는 상사들에게 ‘저 애 낳고 돌아올게요’ ‘저 빨리 갔다 올게요’ 등의 말을 수차례 했다. 같은 해 10월부터 회사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사를 수차례 밝혔지만, 사측은 거절했다.

▲연합뉴스TV 아나운서들이 뉴스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TV 아나운서는 현재 총 26명인데, 이 중 2명만 정규직이다.
▲연합뉴스TV 아나운서들이 뉴스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TV 아나운서는 현재 총 26명인데, 이 중 2명만 정규직이다.

A씨는 인권위에 “거의 모든 앵커를 비정규직으로 뽑아 월 100만원~200만원 대 수준의 저임금을 주고 휴가도 보장이 안 된다. 주 6일 근무를 압박하는 등 근무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고 지적한 뒤 “결혼 후 해고 통보를 받거나 출산 후 복직을 거부당하기도 한다. 어떤 여성 아나운서가 결혼과 출산을 할 수 있겠냐. 매년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국가기간통신사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게 말이 되냐”고 토로했다.

3년이 흘렀다. 인권위 조사가 이뤄지는 가운데, 출산으로 퇴사한 아나운서들은 2명이 더 늘었다. 총 5명의 아나운서가 출산으로 복직하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TV는 여전히 ‘프리랜서’로 아나운서를 채용하고 있다.

지난 7월 연합뉴스 홈페이지에 올라온 “연합뉴스TV 아나운서(프리랜서) 모집”이라는 제목의 채용 공고를 보면 “보도채널 연합뉴스TV가 아시아 대표 뉴스허브, 글로벌 뉴스 채널로의 도약을 함께 할 진취적이고 열정적인 인재를 공개 모집한다“고 썼다.

‘뉴스통신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연합뉴스는 정부로부터 연간 약 300억원의 재정 지원을 받고 있다. 2011년 개국한 연합뉴스TV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가 대주주로 자회사 형태로 설립한 24시간 보도전문 채널이다. 하루 내내 뉴스를 보도하는 연합뉴스TV는 아나운서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연합뉴스TV는 개국 이래로 ‘프리랜서’로만 아나운서를 채용하고 있다. 정규직 아나운서가 있긴 있지만, 현시점 기준 26명 아나운서 중 정규직은 남성 아나운서 단 ‘2명’이다.

▲ 지난 7월 연합뉴스TV 프리랜서 아나운서 채용 공고.
▲ 지난 7월 연합뉴스TV 프리랜서 아나운서 채용 공고.

연합뉴스 새 사장 내정자, 아나운서 고용 문제 해결할까

A씨가 복직 의사를 밝힐 때마다 보도국장, 부장, 팀장 등 관리자들은 매번 ‘리프레쉬’ ‘회사 사정’ 등을 이유로 들었다. A씨는 2019년 당시 성기홍 연합뉴스TV 보도국장에게 복직 의사를 밝혔고, 그는 “아나운서 운용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여러 측면이 있다. 게다가 누구 한 명을 다시 일하게 하느냐는 개인 차원에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회사로서 전체적으로 인력 운용의 틀과 관련된 문제로 봐야한다”고 답했다.

성기홍 연합뉴스TV 보도국장은 현재 연합뉴스 새 사장에 내정됐다. 연합뉴스 대주주이자 경영감독기구인 뉴스통신진흥회는 지난 1일 오후 이사회를 열어 새 연합뉴스 사장 후보 3명(이우탁·김경석·성기홍)에 대한 면접과 투표를 진행한 결과 성기홍 연합뉴스TV 보도국장이 내정자로 선임됐다고 밝혔다.

성기홍 내정자는 오는 15일 연합뉴스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임명된다. 다음 날인 오는 16일에는 연합뉴스TV 주주총회를 거쳐 연합뉴스TV 사장으로도 임명된다.

성기홍 내정자가 연합뉴스TV 새 대표가 되면 아나운서 고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성기홍 보도국장은 6일 미디어오늘에 “연합뉴스TV 사장으로 정식으로 취임하게 되면 프리랜서 아나운서 채용 사안까지 포함해 연합뉴스TV의 전체적인 인력 관리에 대해 보고를 받고 검토해볼 것이다. TV 사장이 되면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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