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홍보성 기사 논란, 포털 심의 나선다
연합뉴스 홍보성 기사 논란, 포털 심의 나선다
조사 후 8월 제재 논의 예정, ‘등록된 카테고리 외 전송’ 규정 적용 관건

연합뉴스가 홍보사업팀 사원 명의로 작성한 홍보성 기사를 포털에 대대적으로 송고한 사실이 드러나자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심의 절차에 착수했다.

복수의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이하 제휴평가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9일 제휴평가위 회의에서 연합뉴스의 홍보성 기사 문제를 포털이 조사한 뒤 보고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회의에서 일부 위원들이 연합뉴스에 대한 심의 필요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연합뉴스에 기자페이지도 이메일도 없는 ‘기자’가 있다]

오는 8월 포털이 연합뉴스의 제휴규정 위반 여부와 정도를 확인해 보고하면 위원들의 논의를 통해 제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제휴평가위는 월 1회 회의를 개최한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연합뉴스와 언론홍보대행사 간 거래 내역 자료에 따르면 연합뉴스는 홍보대행사를 통해 ‘기사로 위장한 광고’(기사형 광고)를 포털에 기사로 전송해왔다. 다른 홍보대행사가 기업에 배포한 언론 홍보 제안서에도 ‘연합뉴스 기사’ 상품이 등장한다. 제안서는 연합뉴스에 홍보 보도자료를 보내면 이를 기사로 만드는 데 건당 16만 원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조건으로는 “제목 30자 / 본문 1200자 / 수정 및 삭제 시 1회 비용 발생 / 편집 검수 심함 / 4시 마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네이버와 다음의 언론사 제휴 및 퇴출 심사 기준을 만들고 실무를 담당한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네이버와 다음의 언론사 제휴 및 퇴출 심사 기준을 만들고 실무를 담당한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연합뉴스 ‘기사로 위장한 광고’(기사형 광고) 거래 내역에는 작성자가 일관되게 ‘박○○’ 이름으로 돼 있다. 포털 네이버에서 연합뉴스 기사 가운데 ‘박○○’이 작성한 기사를 검색하면 2019년 10월31일부터 2021년 7월5일까지 기업 등의 행사, 상품 등을 홍보한 기사 2000여건이 집계됐다. ‘박○○’은 기자가 아닌 홍보사업팀 소속 보도자료 편집 담당 사원으로 홍보성 보도자료를 기사화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이 작성한 2000여건이 모두 돈을 받고 내보낸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디어오늘 보도 이후 연합뉴스는 ‘박○○’ 명의로 작성한 2000여건의 기사를 포털에서 삭제했다. 미디어오늘은 연합뉴스에 해당 기사 작성 및 삭제 경위 등에 대해 물었지만 연합뉴스 측은 답변하지 않았다.

기사란에 광고를 송고하는 행위는 기사와 광고를 구분하게 한 신문법 위반에 해당한다. 여러 언론사에서 이 같은 기사형 광고를 쓰고 있지만 연합뉴스는 공적 기구의 감독을 받고, 정부 지원금을 받는 등 공적 성격이 강하고, 이번 문제는 실제 거래 내역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제휴평가위는 벌점 6점을 받으면 퇴출 평가 대상이 되기에 연합뉴스가 벌점 6점 이상 받게 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관건은 포털 뉴스제휴 심사규정 가운데 ‘등록된 카테고리 외 전송’ 규정을 적용할지 여부다. 제휴 심사규정은 보도자료는 ‘기사’가 아닌 ‘보도자료 섹션’에 전송하도록 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면 기사 5건당 벌점 1점씩 부여한다. 연합뉴스의 기사 2000여건을 해당 규정 위반으로 규정하면 벌점 400점 이상을 받게 된다.

‘보도자료’와 ‘기사’의 경계가 판단하기 모호한 면이 있지만, 연합뉴스의 경우 기자가 아닌 보도자료 편집 업무 담당 사원이 작성했다는 점에서 ‘보도자료’임을 분명히 알 수 있다. 더구나 연합뉴스는 보도자료 섹션에는 ‘박○○2’ 명의로, 기사 섹션에는 ‘박○○’ 명의로 나눠서 홍보성 기사를 송고해오기도 했다.

▲ 일반 기사 섹션(위)과 보도자료 섹션(아래)의 차이. 보도자료 섹션은 일반 기사와는 달리 분류 자체가 구분된 데다 내용을 보면 '보도자료'임이 명시돼 있다. 연합뉴스는 사업팀 소속 보도자료 처리 업무를 하는 동일인물을 통해 보도자료 섹션과 기사 섹션에 모두 홍보성 기사를 내보냈다. 보도자료 섹션에 보낸 기사에는 박○○ 이름에 '2'를 붙였다.
▲ 일반 기사 섹션(위)과 보도자료 섹션(아래)의 차이. 보도자료 섹션은 일반 기사와는 달리 분류 자체가 구분된 데다 내용을 보면 '보도자료'임이 명시돼 있다. 연합뉴스는 사업팀 소속 보도자료 처리 업무를 하는 동일인물을 통해 보도자료 섹션과 기사 섹션에 모두 홍보성 기사를 내보냈다. 보도자료 섹션에 보낸 기사에는 박○○ 이름에 '2'를 붙였다.

문제가 된 2000여건의 기사를 ‘기사로 위장한 광고’ 규정 위반으로 살펴볼 수도 있다. 제휴평가위 규정은 △ 식품, 의약품, 의료서비스 등 국민의 건강과 밀접히 관련되는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하여 객관적 근거나 언론사의 비교, 평가, 분석없이 해당 업체가 제공하는 정보만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경우 △ (사진 등) 기사 본문 외 영역의 내용이 실제로는 광고이나 해당 기사의 일부인 것처럼 오도하는 행위 등을 제재한다.

다만, 제휴평가위 규정은 실제 거래가 이뤄졌는지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다는 맹점이 있다. 대형 언론사의 경우 돈을 받고 기사를 쓰더라도 제휴규정에 위반하지 않는 품목을 중심으로 거래하고, 사진과 표현을 검수하는 경우가 많아 돈을 받고 쓴 기사가 제재 규정을 피해가는 일이 적지 않다.

현실적으로 언론계 인사를 중심으로 구성된 제휴평가위가 강력한 제재를 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있다. 2018년 미디어스는 조선일보가 계열사인 타 매체의 기사를 4300여건 포털에 내보낸 사실을 보도했다. 제휴평가위 규정상 제휴 매체가 아닌 제 3자의 기사를 전송하는 건 금지행위로 이를 벌점으로 계산하면 조선일보는 퇴출평가 대상이 돼야 하지만 제휴평가위는 ‘48시간 포털 노출 중단’ 제재를 결정했다.

[용어 설명]

△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 네이버와 카카오(다음)가 직접 실시해오던 언론사 제휴 심사를 공개형으로 전환하겠다며 공동 설립한 독립 심사기구. 심사 공정성 논란에 시달린 포털이 심사 권한을 외부에 넘기면서 논란을 피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언론사 단체 중심으로 구성돼 초기부터 비판을 받았다. 출범 과정에서 시민단체, 변호사 단체 등을 포함해 외연을 확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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