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의제 설정 가능케한 靑 국민청원, 답변 방식 바뀌어야”
“개인 의제 설정 가능케한 靑 국민청원, 답변 방식 바뀌어야”
[한국방송학회 봄철학술대회] 국민청원제도, 미디어 없이 개인이 의제설정할 수 있는 ‘역 의제설정’…청원발 보도, 언론 성향따라 강조점 달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 시작한 ‘국민청원제도’가 전통 미디어들이 의제를 선점해왔던 관행을 개인이 의제를 설정하게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연구자는 이를 ‘역의제 설정’ 이론과 이를 연결했다. 

또한 연구자는 같은 청원 내용이더라도 보수 성향 미디어와 진보 성향 미디어가 다른 관점으로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국민청원제도가 더 많은 의제를 설정하는데 기여하려면 정부가 원론적 답변은 피하고, 현실적 해결 방안과 그 과정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18일 여수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방송학회가 주최한 봄철학술대회에서 남경덕(건국대 석사)은 ‘미디어와 국민청원 사이트에서 공중의제를 다루는 방식을 통해 제시하는 3단계 역의제 설정 이론’이라는 글을 통해 국민청원제도에 대해 “언론이 가진 기존 아젠다 선정 방식이 아닌, 공유 플랫폼을 통해 대중 스스로의 아젠다 선정방식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남경덕은 “이는 곧 역 아젠다 세팅(Reversed agenda setting)의 발현을 의미한다”며 대중의 언론 신뢰도 하락, 언론의 대중 장악력 감소 등이 복합적 배경이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역 아젠다 세팅’이란 ‘의제 설정 이론’이 수용자를 수동적 입장으로 둔다면, 능동적 수용자가 오히려 미디어를 거치지 않고 대중 속에서 이슈를 만들어 공중 의제로 나아가는 것을 말한다. 저자는 이러한 ‘역 아젠다 세팅’의 대표적 사례로 광주인화학교 장애인 아동 성추행 사건을 들며 해당 문제가 미디어로 보도되기 전 SNS를 통해 중요 의제로 떠올랐고, 이 사건이 영화 ‘도가니’로 만들어지면서 폭발적 관심을 끌게된 일을 꼽았다.

▲국민청원 사이트 화면.
▲국민청원 사이트 화면.

남경덕은 국민청원의 ‘역 의제 설정’의 대표 사례로 청원 답변 5호 ‘권역외상센터(이국종 교수님) 추가적, 제도적, 환경적, 인력지원’에 관한 청원을 꼽았다. 해당 청원은 2017년 11월17일을 시작으로 약 한 달간 28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남경덕은 이 청원을 두고 “이미 이국종 교수를 대표로 한 권역 외상센터에 대한 응급의료법을 개정한 이른바 ‘이국종법’이 2012년 발의된 상태였지만, 이 교수가 몸담았던 아주대 병원이 빠져 ‘이국종 없는 이국종법’이었다”며 “2017년 ‘판문점 귀순 북한군 총격 사건’을 통해 다시 한 번 언론을 통해 의제로 발전되었으며, 국민청원을 통해 결과적으로 정책, 공중의제로까지 발전됐다”고 설명했다.

남경덕은 “2011년 언론을 통해 큰 의제로 떠올랐던 응급의료센터에 대한 의제가 흐지부지됐고 급격한 의제 소멸양상을 보였는데, 2017년 ‘북한군 사건’을 통해 청원이 생기고 공식적 정부 답변을 받아 정책의제로 커졌다”고 강조했다. 언론에 의해 선택된 의제는 흐지부지됐지만 이후 국민청원을 통해 정책 의제로 힘을 받았다는 것이다.

남경덕은 “국민청원을 통해 개인이 의제를 제시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이 생겼으며 그 공간 간에서 ‘청원 동의’ 기능을 통해 개인들이 오히려 언론을 패싱(pass)한 볼륨이 커진 대중 의제를 만들 수 있게 됐다”며 “국민청원 제도가 실현된 이후로 최초의 청원을 통한 법안 상정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원칙에 부합되는 온라인 민주주의가 실현됐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상당하다”고 분석했다.

▲남경덕 저자(건국대 석사) '미디어와 국민청원 사이트에서 공중의제를 다루는 방식 통해 제시하는 3단계 역의제 설정 이론' 발제문 가운데 일부. 출처=한국방송학회.
▲남경덕 저자(건국대 석사) '미디어와 국민청원 사이트에서 공중의제를 다루는 방식 통해 제시하는 3단계 역의제 설정 이론' 발제문 가운데 일부. 출처=한국방송학회.

이 외에도 남경덕은 국민청원을 통해 만들어진 의제가 언론사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보도되는지도 연구했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에서 △문재인 대통령 탄핵 청원(2020년 2월4일~3월5일) △N번방 용의자 공개 청원(2020년 3월18일~4월17일) △정인이 양부모 처벌 청원(2021년 1월4일~2월3일)을 어떻게 다뤘는지 살폈다. 분석틀은 네트워크 분석에서 사용되는 UCINET을 통해 분석했다.

문재인 대통령 탄핵 청원과 관련한 기사를 분석한 남경덕은 “보수 언론(조선일보, 동아일보)은 수사, 검찰, 청원 등과 엮으며 부정적 입장과 책임론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단어(노드)를 사용했고, 안철수, 국민, 미래, 통합당 등을 보수, 총선, 정치, 사람, 국회 등과 엮으며 보수 결집을 촉구하는 어조도 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반면 진보 언론(한겨레, 경향신문)은 의원, 선거, 대표, 국회 등의 특정 정당을 대표하는 단어의 사용을 줄이고 검찰, 수사, 판사, 사법, 재판 등의 단어를 묶으며 중립적 단어 사용을 하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N번방 보도와 관련해서 저자는 “보수 언론은 사건, 착취, 유포, 성범죄, 미성년자 등 사건 중심의 자극적이고 시선을 끌 수 있는 단어를 나타냈다. 반면 진보 언론에서는 여성, 아동, 청소년 등 피해자 중심의 단어들이 보였다. 피해자, 공개, 경찰, 수사 등 향후 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단어도 보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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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와 국민청원 사이트에서 공중의제를 다루는 방식 통해 제시하는 3단계 역의제 설정 이론' 발제문 가운데 일부. 출처=한국방송학회.

정인이 관련 청원 보도와 관련해서 남경덕은 “정치색이 적은 주제여서 언론 보도 간의 차이는 앞선 두 분석 사례보다는 적었지만, 보수 언론에서는 ‘대통령’이라는 단어가 함께 나와 사건 해결을 대통령에 요구하는 듯한 보도 양상을 보였다”고 짚었다.

남경덕은 “국민청원이 온전히 온라인에서의 국민 의제를 다루는 새로운 미디어의 장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답변 방식으로 한계가 있다”며 “답변이 완료된 청원은 대부분 현 상태의 점검 및 재방 방지 약속과 같은 원론적 얘기들로 대신하고 있다. 청원에 답변에 현실적 해결 방안과 그 과정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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