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뉴스1·머니투데이·인사이트가 지난해 국민청원 게시글을 인용 보도했다가 최근 일제히 정정 보도문을 냈다.  

앞서 세계일보는 지난해 6월30일 ‘[단독] 7년간 성폭행 등으로 망가진 삶…피의자는 극단적 선택’이란 기사에서 “7년간 한 여성을 성폭행하고 이를 남편에게 알리겠다며 협박한 혐의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아온 피의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내린 일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심리적 고통을 겨우 견뎌가며 자신의 피해 사실을 청와대 국민청원에 공개하고,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한 피해 여성의 절규는 결국 허공의 메아리로만 남게 됐다”고 덧붙였다.  

세계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29일) 오전, 충남 태안군의 한 주거지에서 40대 남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시신의 상태로 미뤄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하며 “앞서 경찰은 지난 4월 말 피해 여성 B씨가 자신을 성폭행하고 지속해서 협박했다며 A씨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한 뒤, 관련 수사를 진행해오던 중이었다”고 했으며 “A씨는 강간, 살인미수, 특수감금, 특수협박, 폭행 혐의가 적용되어 있었다”고 덧붙였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해당 매체는 “B씨가 이달 중순 청와대 국민청원에 공개한 글에 따르면 A씨는 2013년부터 7년간 B씨를 성폭행했으며, 이를 남편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했다. 또 피해 여성을 목 졸라 실신시키거나 흉기로 살해 위협을 가하는 등 악랄한 짓을 서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B씨는 두려움과 고통에 떨면서도 자신의 피해 내용이 가족에게 악영향을 줄까 우려해 7년간 단 한 번도 이 같은 사실을 남편 등에게 밝히지 못했다고 청원 글에서 호소했다”고 밝혔다.

B씨의 청원글 제목은 ‘저를 7년이나 성폭행하고 살인미수, 협박, 폭행, 강간해온 가해자를 고발하며, 더하여 부실수사와 정보 유출하는 경찰수사관을 고발합니다’였다. 세계일보의 단독보도를 시작으로 민영뉴스통신사 뉴스1이 ‘“7년간 성폭행·협박당해” 용기냈지만…피의자 극단적 선택’이란 제목의 기사를, 머니투데이가 ‘“7년간 성폭행, 엄벌해달라” 청원했는데..가해자 극단적 선택’이란 제목의 기사를, 인사이트는 ‘“7년간 여성 성폭행해온 혐의로 수사받던 피의자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란 제목의 기사를 출고했다. 그러나 오보였다. 

▲
▲4월9일자 세계일보 정정보도문.

세계일보는 지난 9일 정정보도문을 내고 “충남 태안의 주거지역에서 2020년 6월29일 자살한 40대 남성은 7년간 여성을 성폭행한 사실이 없고, 본 매체가 인용한 청와대 청원 글의 내용은 여성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해당 남성을 무고하기 위한 허위사실로 밝혀졌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이에 본 매체가 보도했던 기사의 내용에 나타난 사실관계는 잘못되었음을 밝히고 이를 바로잡는다. 이 보도는 법원의 판결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뉴스1·머니투데이는 지난 8일, 인사이트는 지난 7일 정정보도문을 냈다. 

세계일보 정정보도문이 실린 포털사이트 다음에는 이례적으로 300여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충분한 사실확인 없이 기사를 쓴 데 대한 날선 비판이 다수였다. 아이디 ‘눈썹만 라이언’은 “정정보도를 하라니까 하긴 해야겠고 자세하게 쓰자니 쓰레기 될 거 같으니 적당히 두루뭉술하게 썼네”라고 비판했다. 아이디 ‘사통팔통’은 “주장을 그대로 기사화하면 기자는 왜 필요한가. 대필자에 불과한 것 아닌가. 취재는 어느 정도 검증을 거쳐 보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사건은 지난해 9월 사망한 A씨의 유가족이 세계일보 등을 상대로 정정보도 및 3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에 나서며 서울중앙지법으로 갔다. 이후 지난 6일 화해 권고 결정이 이뤄지며 사건이 종결됐다. 원고 측 박아름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린 분과 분쟁 중이다. 이 사건으로 가족분들이 많이 힘들어 하셨다”고 전했으며 “세계일보는 국민청원을 확인하고 한쪽 주장만 썼다. 고인의 입장은 전혀 확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디어오늘은 단독 보도했던 세계일보 기자에게 지난 20일 오보 경위를 물었으나 현재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