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가 (10월18일,19일) 내렸다. 가을 첫 서리다. 앞 내에 물안개가 짙게 덮여 흐르는데 아직 베지 않은 논에 고개숙인 이삭에 하얗게 서리가 내려앉았다. 살얼음도 얇게 얼었다.서리 내릴 즈음은 농사의 변곡점이랄 수 있다. 새벽 서리 내린 아침의 풍경은 가을의 정취를 더해주기도 하지만 바야흐로 그간 기른 작물의 수확을 마무리 하는 때임을 일러주는 자연
토끼 두마리가 농장에 들어온 때는 지난 5월 하순. 감자가 무성해져 밭을 덮어나가고 애호박, 오이가 달려 커나가는 무렵이었다...
사람 만나 농사일 한다고 하면 자주 묻는 질문이 있다. "어디서 살아요?""무슨 농사 짓습니까?""땅은 얼마나 돼요?" 질문에 답하기가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한정된 시간과 옹색한 자리에서, 묻는 사람의 궁금함이 해소될 만큼 말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시골에서 농사일 한다니 근황이 궁금한 것이지만, 내
며칠전 정류장에서 군내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데 나이든 아주머니와 할머니가 장날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밤중에 잠이 깨어 방을 나서 마당에 섰더니 한여름 밤하늘 별이 총총하다. 참 오랜만이다. 구름이 종종 떠가고 제법 하늘이 맑고 깊다. 연이은 비와 구름으로 맑은 밤하늘을 대하지 못했는데 반갑다. 밤하늘 별을 쳐다보다 보면 별 속으로 몸이 빨려들어간다.별마다 밝기가 달라서 가물가물 거리며 희미하게 깜박거리는 별을 바라보며 쫒노라면 빛에 이끌려 몸
옥수수 수확철이다. 옥수수는 다른 작물에 비해 유달리 키 크고 잎 무성해서 한 여름 중산간 농촌의 풍광에 빠질 수없는 작물인데 옥수수 수염이 말라가니 딸 때가 되었다. 농촌엔 여기저기 옥수수 따느라 분주하다. 옥수수는 지방에 따라 강냉이, 옥시기, 옥새기로도 부른다. 한해살이 벼과식물이다. 꼭대기에 수꽃이 피고 암꽃은 잎겨드랑이에 핀다. 풍매화다. 보통 심
6월이 지났다. 1년이라는 시간의 절반이 지나갔다. 연중 낮이 가장 긴 날인 하지가 속한 달이 6월이니 동지로부터 세어보면 절기로도 절반이어서 길 떠나온 나그네가 왔던 길을 되돌아보듯 지나온 일을 ...
스티로폼 상자에 6월 9일 벼를 심었다. 두개 상자에 각 3줄 15포기씩 30포기, 30품종을 심었다. 5월말 6월초는 모내기 철이어서 모내기를 마무리하고 남은 모를 추려 심었다. 천 평 논에는 찰벼를 5월26일 이앙기로 심었고 삼방리 포장에는 6월 초순에 70여종의 벼를 손모내기로 심었다. 모는 지난 4월30일 볍씨를 파종해 육모해 온 것이다. 지금 시절
5월 어느날. 일이 밀려 뒤늦게 논에 거름을 뿌렸다. 곧 있을 모심기 전 미리 해 놓아야할 작업이다. 천평 논에 20kg 들이 퇴비 75...
일 마치고 저녁밥 먹기 전. 툇마루에 앉으니 마당 둘레에 핀 벚나무, 개나리, 명자나무꽃이 절정이다. 벚 꽃잎이 떨어져 눈 내리듯...
4월은 청명(4/5), 곡우(4/20)가 들어있는 절기답게 밭농사로 분주한 봄날이다. 벌써 4월말이니 5월6일 입하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여름이 머지 않다. 마당, 앞뒷산, 냇가, 논밭둑, 들길에도 초목애벌레곤충새들의 움직임이 점점 활발해 지고 있다. 산수유, 개나리, 매실, 벚나무들이 꽃을 피웠고, 들깨 모종에는 벌써 유충이 꼬여 잎이 꼬부라지기 시작했다
새 봄 농사를 시작하게 되면 반드시 해야될 큰 일이 두가지다. 하나는 씨앗 뿌려 어린 모를 잘 기르는 일이고, 또 하나는 밭 준비다. 모종 농사법은 씨앗을 밭에 바로 파종하는 경우가 있고 또 모판에 육모하여 이식하는 경우가 있는데 어느 경우나 어릴 때 잘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당연지사 두말하면 잔소리가 될 것이다. 모 잘 키우는 것이 1년농사의 반이
되돌아보니 우수(2월19일), 경칩(3월6일)을 지나며 부터 파종과 육모가 시작됐다.철이 어김없다. 봄에는 부지런히 씨뿌려야 한다. 그러려면 종자를 많이 확보해 두어야 한다. 좁은 한뼘 땅이라도 무언가 심어 놓으면 한 가족이 먹고 남을 만큼 되돌려 준다. 2~3월엔 파종, 옮겨심기가 계속 이어졌다. 봄이 어디서 오나 했더니 바로 싹 터오는 씨앗에서 옴을 알
2년차 농사꾼의 농사일기를 연재합니다. 필자 정혁기 농민은 서울대 농대를 나왔지만, 농사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지난해로 올해 두 해째 농사를 짓게 됩니다. 그의 농사일기를 통해 농사짓기와 농촌과 농민들의 애환과 생활상을 접해봅니다. [편집자주]트랙터가 진 밭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빠진 밭은 원래 논이었는데 지금은 밭으로 이용하고 있다. 지난해 새로 구
'삼방재일월기(三訪齋日月記)'를 시작한지 1년이 되었다. 지난해 3월, 서울을 떠나 고속버스, 군내버스를 갈아타며 이곳에 길 찾아든 것이 첫 소식이었다. 1년전 이곳 소식을 전하기 시작할 때 이름을 '삼방재'라 지었었다. 가까운 지인들에게 메일을 1년여 보냈더니 이제 삼방재가 또 하나 내 이름이 되고말았다. 종종 만나는 사람들이 "어이 삼방
초보농사꾼의 농사일기-삼방제일월기(三訪齋日月記) 1.2년차 농사꾼의 농사일기를 연재합니다. 필자 정혁기 농민은 서울대 농대를 나왔지만, 농사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지난해로 올해 두 해째 농사를 짓게 됩니다. 그의 농사일기를 통해 농사짓기와 농촌과 농민들의 애환과 생활상을 접해봅니다. [편집자주]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영하 20도를 내리 오르며 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