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수확철이다. 옥수수는 다른 작물에 비해 유달리 키 크고 잎 무성해서 한 여름 중산간 농촌의 풍광에 빠질 수없는 작물인데 옥수수 수염이 말라가니 딸 때가 되었다. 농촌엔 여기저기 옥수수 따느라 분주하다. 옥수수는 지방에 따라 강냉이, 옥시기, 옥새기로도 부른다. 한해살이 벼과식물이다. 꼭대기에 수꽃이 피고 암꽃은 잎겨드랑이에 핀다. 풍매화다. 보통 심은지 80~120일이면 수확하는데, 지난 4월5일 '청명' 무렵에 심어 7월22일에 수확했으니 110일 걸린 셈.
 
식용 옥수수는 완전히 익기 전에 수확한다. 쪘을 때 입안에서 느껴지는 쫀득쫀득한 찰진 맛이 가장 좋을 때를 맞춰 수확한다. 옥수수가 너무 익으면 맛이 떨어진다. 한창 성숙하는 옥수수는 완숙  정도가 오늘 내일 다르기 때문에 때를 잘 맞춰 늦지않게 적기 수확해야 한다. 그래서 수확도 날을 맞춰 한꺼번에 해치운다.
 

   
 
 
옥수수는 한 포기당 보통 1개를 딴다. 1개 이상 달리지만 가장 큰 것을 따면 나머지는 덜 익은 것이거나  크기가 작아서 팔기엔 적절치 않다. 300평당 옥수수 조수입이 1백수십만 원 정도인데 밭 농사로는 보통 정도의 수입이 나오는 작물이다. 쪄먹을 옥수수를 사면 곧바로 삶는 것이 좋다. 시간이 지날수록 건조해져서 본디 맛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모두 솥에 삶아 냉동시켜 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 데워 먹으면 옥수수의 찰진 맛을 유지할 수 있다. 삶을 때 취향에 따라 설탕, 소금 등으로 맛을 내주면 아이, 노인 할 것없이 누구나 좋아하는 한 여름 즐거운 간식거리가 되어준다.

요즘 강원도, 충청도 등 시골길을 지나다보면 도로 한쪽에 옥수수 파는 곳이 자주 눈에 띈다. 수확한 옥수수를 자루에 담아 파는데 보통 30개 정도를 담아 가격은 1만수천원 수준이다. 이곳 괴산지역에서는 '대학찰옥수수'를 많이 심는데. 이옥수수는 맛이 좋아 괴산군의 명품이 되었다.
 
요즈음 옥수수는 여기저기 눈에 뜨일만큼 농촌의 여름 철 한폭 그림같은 정경이 되고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한철 반짝하는 극히 작은 규모의 농사다. 옥수수는 쌀, 밀과 함께 세계 3대 작물인데 우리나라의 옥수수 자급율은 겨우 1% 미만 수준이다. 자급율이라는 말이 어울리지않을 정도인데, 그 비율이 형편없는 가장 큰 이유는 축산 사료용으로 많은 양이 수입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식용기준으로도, 2008년 옥수수 자급율은 겨우 3.2%에 지나지 않았다. 하모니카 불듯 훝어가며 먹는 요즘 식용 옥수수는 전체 생산량으로 보면 겨우 명맥을 이어가는 옥수수 농사의 범주에 머물고 있는 형편이다. 어디 비단 옥수수 뿐인가. 밀, 보리, 콩 등 대부분 곡류 농사가 그렇다. 밀,옥수수,콩 류의 2009년 자급률은 각각 0.5%, 1%, 8.4%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곡물수입국 순위는 세계 5위다.
 

   
 
 
한편 옥수수는 유전자조작(GM) 품종이 확대되고 있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GMO옥수수는 주로 사료용으로 수입되었지만 이젠 GMO를 거부하는 강한 세계적 조류에도 불구하고 종자용, 식용으로까지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상황이다. 유전자조작 식품은 생명공학, 바이오농업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이미 옥수수 말고도 넓은 범위로 확대되고 있어서 이젠 벼, 채소에도 예외가 아닌 영역이 되어가고 있다.

GMO는 국가에 따라 상황이 조금씩 다르지만 국가와 세계 독점자본의 날카로운 이익의 현실이 되어 있다.  GMO를 거부하고 반대하는 데에는 생명윤리와 식품안전, 인체유해 가능성이 기본 논리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러한 문제들이 단위 국가에서 반영되는 정도는 차이가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일부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국민적 인식의 폭에서 보면 갈길이 먼 것으로 느껴진다.
 
또, 최근 옥수수는 애꿎은 몰매를 얻어맞고 있기도 하다. 소위 바이오농업의 일환으로 자동차 연료 '에탄올'을 생산하기 위한 옥수수 재배면적의 급격한 확대가 세계 식량사정을 악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1위의 옥수수 수출국가인 미국을 비롯해 남미의 주요생산지의 옥수수, 콩을 재배해온 농민들이 농지를 앞다투어 에탄올 생산을 위한 재배지로 전환하고 있다. 지구의 한편에서는 식량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가솔린에 첨가하기 위해 옥수수 연료 농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에탄올발 옥수수파동'이 세계적으로 식량사정과 세계 곡물가격의 폭등과 불안을 더욱 심화심키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월13일 "美 에탄올정제사 옥수수 사용량, 가축업자 앞지를 것으로"라는 제목을 단 뉴스(아시아경제 7/13)는 이렇게 쓰고 있다. "미국 에탄올 정제사들의 옥수수 소비량이 올해 처음으로 가축과 가금 소비량을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동물사료와 옥수수 기름이 그랬듯이 에탄올 정제용 옥수수 수요 급증은 머지 않아 공급에 차질을 빚어 가격상승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미국 농무부(USDA)는 오는 8월 말까지 1년간 에탄올 정제사들은 50억 5000만 부셀의 옥수수를 소비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옥수수 추수량보다 40% 많은 양이다. 가축 사료와 기타 수요는 이보다 적은 50억부셀로 예상됐다... (중략)... FT는 "미국 정부를 비롯한 글로벌 바이오연료 사용 장려 움직임이 옥수수 수요 급증을 이끌었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7월에 수확되어 팔리는 식용 옥수수는 전체 시장의 양으로 보면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냉동보관하여 겨울, 다음해에도 팔기도 하지만 그 양은 많지 않다. 옥수수 수확이 끝나면 이제 가을 농사로 접어든다. 가을농사는 무,배추 농사가 일반적이다. 옥수수 심었던 밭에 배추를 심을 계획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밭정리에 들어가야 한다.

옥수수 밭 정리가 만만하지 않다. 키 큰 한짐 옥수수대를 무더기로 들어내고 큰 물에 떠내려온 흙더미와 옥수수 뿌리가 단단히 움켜쥔 비닐을 걷어야 하고 옥수수 대궁도 걷어야 할 것이다. 언듯, 농사의 시계가 벌써 종반으로 치닫는다. 감자 캔 밭에 심은 콩이 벌써 땅을 덮어나가고 조생벼가 이삭머리를 내밀고 조, 수수 등 가을 곡식도 키가 부쩍 자랐다. 철이 빠르다. 이미 가을이 와 있다. 잦은 비와 이상기후, 그중에 열매 맺느라 풀, 나무들의 지친 기색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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