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이 한국의 요란한 G20 정상회의 준비를 비꼬는 기사를 내보내 주목된다. 블룸버그통신은 1일 "G20 열풍이 서울을 장악했다, 꼬마 애들에게 환율 숙제를 내줄 정도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10일 앞으로 다가온 G20 서울 정상회의 준비 현황을 소개했다. 기사 전반적인 분위기는 놀랍고 신기하다는 반응이다.

블룸버그통신은 공무원들이 거리 청소에 나서고 국민들이 예절 교육을 주문 받는 등 한국의 호들갑스러운 G20 준비 상황을 흥미로운 시선으로 관찰하고 있다. 이 통신은 G20 경제효과가 과장됐다는 뉘앙스를 비추기도 했다. 합법적인 시위를 막는 과잉진압이 오히려 한국의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간단히 기사 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원문은 http://www.bloomberg.com/news/2010-10-31/g-20-mania-in-seoul-means-kids-study-currencies-as-lee-tightens-security.html

서울 시청 공무원들은 이번 주부터 일을 하지 않고 거리 청소를 하고 있다. 일곱 살 어린이들이 경제학을 공부한다. G20 정상회의를 환영하는 포스터가 곳곳에 나붙었고 시내 한복판의 전광판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이 방문할 때 예의를 지킬 것을 일깨우고 있다.

한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은 포털 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우리나라가 G20 정상회의 주최국이 되었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 감격의 눈물이 났다, 마음속으로 애국가도 불렀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 사이트에는 G20 관련 학교 숙제를 도와달라는 질문 수백개가 올라와 있다. 소년조선일보는 환율전쟁 등에 대한 특집 기사를 싣기도 했다.

   
  ▲ 블룸버그통신 11월1일자 온라인판 캡춰.  
 

건설회사 최고경영자 시절 불도저라는 별명을 얻었던 이명박 대통령은 질서와 치안 유지를 위해 6만여명의 경찰과 군인들을 동원할 계획이다. 한국은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참석했던 2005년 아시아태평양 정상회담 때도 물 대포와 곤봉으로 무장한 경찰 기동대를 동원해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시위대를 강제 진압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과잉진압 계획은 한국을 방문하는 정상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2006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 1만명의 경비인력을 배치한 것을 두고 폴 울포위츠 세계은행 총재는 싱가포르가 평판에 심각한 손실을 입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행사 보안 책임자는 "북한이 주요 시설을 공습하는 것을 비롯해 자살 폭탄 테러와 화학적 공격, 사이버 공격 등을 감행할 거라는 경고가 있었다"고 말했다. 북한의 관영 노동신문 등은 "이 모든 호들갑은 도발적이며 비열한 짓"이라며 남한의 과도한 보안 태세를 "북한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논평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정례 라디오 연설에서 이번 정상회의를 한국이 세계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주역이 되는 기회로 만들자고 선언했다. TV를 틀면 이번 정상회의를 전쟁의 폐허를 딛고 아시아의 4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을 널리 자랑할 기회로 삼자는 광고가 계속 흘러 나온다.

지난달 경주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는 껍질에 G20의 나라 이름이 새겨진 특별히 재배된 사과가 제공됐다. 현대자동차는 정상과 수행원들에게 129대의 리무진 승용차를 제공할 계획이고 KT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컴퓨터를 제공할 계획이다. KT 석호익 부사장은 "단순히 서비스 제공 차원을 넘어 한국이 정보기술 넘버 원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 서울시청에 내걸린 대형 현수막. "대한민국과 함께 세계의 미래가 열립니다"라는 거창한 문구가 새겨져 있다. ⓒ연합뉴스.  
 

이번 G20 정상회의 때문에 한국의 교육과학기술부는 대학 수학능력시험을 1주일 연기했다. 행사장 근처에 있는 학교들은 수업 시간을 바꾸기도 했다. 192억달러의 경제효과가 있을 거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정작 하루 매출이 15억원에 이르는 현대백화점을 비롯해 행사장 주변의 430여 점포들은 행사 당일 모두 문을 닫아야 한다.

피겨 여왕인 김연아 선수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 선수는 G20 서울 정상회의 홍보 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 시청 앞 광장에는 가로 100m 세로 20m의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 현수막에는 김연아 선수와 영화배우 한효주씨의 대형 사진과 함께 "세계의 미래가 한국에서 열립니다"라는 표어가 적혀 있다. 소녀시대도 홍보에 합류했다.

서울시 환경 공무원인 한윤재씨는 회담장 주변 길거리의 껌을 제거하는 자원 봉사자들을 돕기 위해 거리로 나간다. 한씨는 "국가적으로 뜻깊은 이 행사에 참여하게 돼서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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