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G20 ‘뻥튀기 홍보’가 정국의 파국을 부르는 전주곡이 되고 있다. 국회를 폭력과 혼돈의 현장으로 인도했던 직권상정 ‘악몽’이 재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이후 지난해 여름까지 언론관계법이 여야 본회의장 대치의 핵심이었다면 이번에는 야간집회금지 법안이다.

여권은 G20 행사(11월11~12일)를 맞아 야간집회를 금지하는 법안을 강행 처리하겠다면서 야권을 압박하고 있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19일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G20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올림픽 때보다도 더 국운상승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얘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까지 감안하면 30조까지 보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안상수 대표는 “경호 안전에 대해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는데 집시법 개정안이 아직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아 걱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환 장관은 “집시법도 빨리 처리가 되어 여러 가지 발생되는 상황이 회의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답변했다.

정부·여당 논리는 G20 대회로 국운상승 기회를 맞고 수십조 원 이상의 경제효과가 있기에 야간집회금지를 담은 집시법을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단 이틀의 국제 행사를 위해 야간집회를 아예 금지하겠다는 발상은 황당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엄연한 현실이 되고 있다.

문제는 야간집회금지가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에서 사실상 위헌 결정을 받았다는 점이다. 정부·여당이 G20 핑계를 대고 있지만 헌법 취지를 무시하는 발상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집시법 개악에 반대하는 사회·시민·인권단체’는 19일 한나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과 8월에 열린 야간집회는 각각 229건과 220건이었으나 이 중에서 시민의 수면을 방해하거나 폭력으로 흐른 집회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야간집회금지 부당성을 알리는 시민사회단체 주장과 무관하게 여권은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검토하고 있다.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19일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노력해서 안 될 경우 강행처리를 할 수 있다”면서 “해야 될 일을 해야 된다는 점에서 그러한 것(직권상정)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는 오는 23일까지 2010 국정감사를 끝내고, 25일부터 교섭단체 연설 및 대정부 질문 등 본격적인 정기국회 일정에 들어간다. 야간집회금지법안은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 야당이 거세게 반발하는 사안이다. 여야 합의가 어려운 사안이라는 점에서 국회 상임위원회 전체회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국회 본회의 표결 등 정상적인 법안처리 절차를 거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나라당이 국회의장 직권상장 카드를 검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직권상정은 국회의장이 결정한다. 박희태 의장이 한나라당 출신이기는 하지만 직권상정은 ‘정국 파국’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카드이다. 특히 정부·여당은 새해 예산처리라는 중요 과제를 남겨두고 있는데 힘으로 야당을 제압하려 할 경우 후유증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G20 장밋빛 홍보는 정국 파국이라는 엉뚱한 ‘나비 효과’로 이어지고 있지만 여권의 직권상정 카드에 따른 정국 파국 우려도 만만치 않다.

한국일보는 19일자 <집시법 개정, 여야 협상하기 나름이다>라는 사설에서 “여당이 공언한 대로 직권상정을 통해 강행 처리하는 것은 내년 예산과 시급한 민생법안 처리를 앞둔 상태에서 결코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여당은 위헌적인 법률을 만들면서 이를 강행처리하겠다고 야당을 협박하고, 다수의 힘만 믿고 날치기 같은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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