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인방송 CI. 사진 출처=경인방송 홈페이지
▲ 경인방송 CI. 사진 출처=경인방송 홈페이지

주요 주주들이 방송법 규제를 피하기 위해 비밀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지상파 라디오 방송사 경인방송의 대표가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를 협박죄로 고소했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고소장에 따르면, 이기우 경인방송 대표는 강원모 전 대표 직무대행을 공갈미수 및 협박죄로 고소했다. 강 전 직무대행은 지난 11일 남동경찰서로부터 출석 요청을 받았다. 2022년 7월부터 경인방송에서 근무한 강 전 직무대행은 지난해 3월 인천본부장을 맡았다가 9월 강효상 대표이사의 사임 후 공동대표 직무대행을 맡았다.

앞서 강 전 직무대행은 경인방송의 주요 주주들이 방송법 규제를 피하기 위해 비밀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강 전 직무대행은 지난해 공동대표 대행을 역임하던 중 주주 간 비밀 계약서를 발견했다. 지난해 11월 이사회에 해당 계약서 파기를 주장했던 그는 같은달 말 경인방송 측과의 근로계약 재계약이 불발됐고, 이는 사실상의 해임이라고 주장했다.

미디어오늘은 강 전 직무대행의 제보로 지난해 12월 방송법상 최다액출자자와 특수관계인 등이 소유한 지분의 합이 40%를 넘을 수 없다는 규제를 피하기 위해 경인방송 주요 주주 3인(조동성·권혁철·민천기)이 맺은 비밀계약서를 입수해 해당 의혹을 보도했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이 사안 관련 청문회까지 진행했고, 경인방송은 재허가 기준 점수에 미달해 조건부 재허가를 받았다.

▲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주주간 추가합의서. 실제 별표1에 게시된 지분을 별표2와 같이 분산한 내용이다.
▲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주주간 추가합의서. 실제 별표1에 게시된 지분을 별표2와 같이 분산한 내용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이기우 대표는 고소 이유로 “경인방송의 인천본부장으로 재직하던 강 전 직무대행은 2023년 11월17일 이기우 대표로부터 인사발령을 통해 ‘(인천본부장) 보직해임 및 자택 대기발령’을 받게됐다”며 “그러자 2023년 11월21일 경 무렵 경인방송 다수 임직원 등에게 ‘2023년 11월30일자로 종료를 앞두고 있는 근로계약을 연장해주고, 인천본부장으로 복귀시켜주지 않으면 ‘주주간 계약서’를 방통위에 제출해 진정하고 언론사 등에 제보함으로써 경인방송이 재허가를 받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대표는 “그 무렵 수차례에 걸쳐 경인방송 임직원 등을 상대로 협박해 근로계약을 연장하는 동시에 경인방송의 인천본부장으로 복귀하고자 마음먹었으나 이기우 대표 등이 응하지 않아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쳤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경인방송 임원들은 방송사가 재허가를 받지 못하는 것만큼 회복할 수 없는 피해는 없기 때문에 협박에 큰 공포심을 느꼈다”며 “강 전 직무대행은 자신이 예고한 대로 방통위에 진정을 제기했고, 언론을 통해 제보함으로써 사상 초유의 재허가 결정 연기 사태를 불러일으키는 등 경인방송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의 고소 관련 강 전 직무대행은 지난 21일 미디어오늘에 “이기우씨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나에 대한 고소가 아니라 사태의 본질인 주주 간 갈등을 해결해 경인방송을 정상화하는 일”이라며 “나는 내 자리를 놓고 공갈도 협박도 한 적이 없고 떳떳하다. 고작 문장 몇 마디를 얽어매 나를 겁주어 경인방송에 대해 더 이상 입막음을 하고자 했다면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앞으로 더 가열차게 경인방송 사태의 진실에 대해 말할 것이며 방송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이기우씨에게 경인방송 사태에 대한 공개토론을 제안한다”고 했다. 강 전 직무대행은 24일에도 “방통위 진정으로 받은 답변이 앞으로 조사하겠다는 정도의 맹탕 수준이라 최다액출자자 조동성씨를 방송법 위반으로 직접 고발할 수밖에 없다”며 ‘주주간 비밀계약서’ 관련 조동성 경인방송 이사를 직접 고발하겠다고도 밝혔다.

▲ 방송통신위원회.
▲ 방송통신위원회.

한편, 경인방송 방송위원회(회장 박민서)는 지난 20일 성명을 내고 경영진의 분쟁을 비판했다. 방송위원회는 “방통위는 현재 조동성·민천기·권혁철 등을 상대로 조건부 재허가 승인을 내 준만큼 이들의 다툼 이유와 위법 여부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간에는 주식 양도 소송 등 각종 소송이 진행 중”이라며 “이기우 대표는 대외적으로 경인방송이 마치 아무 문제없이 잘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표현하고 있으나 결국 경인방송의 갈등은 하나도 사그러 들지 않은 채 이기우씨를 등에 업은 조동성씨 측의 일방적 전횡이 진행되고 있어 참으로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방통위는 경인방송 사태에 대한 인천 시민사회의 관심을 정확히 읽고 잘잘못을 정확히 가린 대안을 마련해 엄정한 조치를 단행할 것 △사태 해결을 위해 조동성·권혁철·민천기는 조건없이 경영정상화를 위한 대화를 즉각 시작할 것 △이기우 대표는 어느 편에 치우치치 않는 공정한 관리자로 처신할 것 △인천의 지역사회는 경인방송 사태에 침묵하지 말고 인천의 방송 주권 확보를 위한 명분으로 의견을 개진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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