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인 사칭 온라인 피싱 범죄 해결을 위한 모임’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유사모 제공
▲ ‘유명인 사칭 온라인 피싱 범죄 해결을 위한 모임’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유사모 제공

“제가 아니라니까요.”

최근 연예인, 경제전문가, 기업인 등 유명인들은 해명을 입에 달고 살아야 한다. 개그맨 황현희씨는 누군가가 자신을 사칭해 오픈채팅방을 만들어 투자를 유도한다는 사실을 알고 채팅방에 접속해 자신이 만든 채팅방이 아니라고 해명해야 했다. 하지만 ‘가짜 황현희’는 자신이 진짜인 것처럼 행세했다.

사칭광고 문제가 대중에 알려진지 6개월이 흘렀으나 여전히 기승을 부리자 유명인들이 공동 대응을 시작했다. ‘유명인 사칭 온라인 피싱 범죄 해결을 위한 모임’(유사모)은 지난 2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들의 주의 당부와 함께 플랫폼의 책무를 촉구했다. 

아무리 대응해도 막을 수 없었다

유사모에는 사칭광고의 피해 유명인인 김미경 강사, 송은이·황현희 방송인,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등이 직접 참석해 발언했다. 성명에는 유재석 등 유명인 137명이 동참했다.  

피해 유명인들은 개인적 대응이 힘에 부쳤다고 입을 모았다. 김미경 강사는 “모든 직원이 아침부터 삭제 조치를 해도 막을 수 없었다”면서 “속으면 안 된다고 SNS에서 홍보해도 역부족이었다”고 했다. 주진형 전 대표 역시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해도 개인 입장에선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고 했다.

송은이씨는 “SNS에 제가 (방송 출연 당시) 게스트와 찍은 사진에 이상한 책이 손에 들려 있어서 ‘이게 뭐지’ 했던 것이 시작이었다”며 “이후 ‘송은이씨 아니죠’ ‘사칭하는 거 같아요’라며  많은 플랫폼 사용자들이 알려주셨다. 하지만 일일이 신고하고 대응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  ‘유명인 사칭 온라인 피싱 범죄 해결을 위한 모임’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유사모 제공
▲ ‘유명인 사칭 온라인 피싱 범죄 해결을 위한 모임’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유사모 제공

송은이씨는 “(대응에 쓰이는) 시간적 기회비용도 피해지만 많은 (유명인) 분들이 공감해준 이유는 내가 사랑하는 팬들이 피해를 입기 때문”이라며 “연예인으로서 가만히 앉아 있기보단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페이크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진짜는 무엇인가, 진짜가 진짜라고 얘기해도 ‘아닐 거야’라는 반응이 오는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고 했다.

플랫폼 소극 대응에 쏟아진 비판

이날 플랫폼이 책무를 다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사칭광고는 여러 플랫폼에서 논란이 됐지만 주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집중됐다.

황현희씨는 “신고하기 너무 힘들다. 내 사칭광고가 나올 때 스스로 신고하지만 유선상의 상담원이 없다. 이메일을 보내고 채팅을 통해 그들과 대화를 시도해야 하는데 피드백이 늦는다”며 “플랫폼 사업자에게 요청드리고 싶다. 제발 전담팀을 만들어 더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해달라”고 강조했다. 

주진형 전 대표는 “가장 무책임한 건 온라인매체(플랫폼)”라며 “같은 사람이 다양한 이름으로 다양한 광고를 내는데 담당자가 보고 정말 사칭인지 모를까. 모른다는 건 발뺌이다. 그렇게 해서 받은 광고료를 토해내고 있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유사모는 성명서를 통해 “온라인 플랫폼은 현재 자신들의 광고로 인해 수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대책을 마련하라”며 “구체적인 사전방지 대책을 마련해 사용자들에게 공개하고, 온라인 피싱 예방 캠페인 등을 벌여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고 했다. 

이들은 정부를 향해 “일반적인 금융 사기가 아닌 보이스피싱 범죄로 규정해 전담팀을 꾸려 엄중히 수사하고, 범죄자들을 끝까지 찾아내 강력히 처벌해달라”며 “온라인 플랫폼에서 갈수록 교묘해지는 피싱 범죄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신속히 마련해달라”고 했다.

백종원·유재석·송은이·황현희 등 방송인과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등 경제 전문가, 슈카 등 유튜버, 문재인 전 대통령·윤석열 대통령 등 정치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기업인, 손석희 전 JTBC 사장 등 언론인 사칭 광고가 페이스북에 게재됐다. 사칭광고는 주식투자 정보를 제공하겠다며 리딩방 가입이나 특정 프로그램 사용을 유도한 다음 투자금을 편취하는 등 사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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