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한민수 정당발전위원회 대변인(가운데)이 지난 2017년 9월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위원회 구성 및 운영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한민수 정당발전위원회 대변인(가운데)이 지난 2017년 9월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위원회 구성 및 운영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서울 강북을 지역구 후보로 공천했던 조수진 변호사가 미성년자 성폭행 피의자 변호 행적 관련 폭로에 자진 사퇴하자 그 자리에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을 전략공천했다. 해당 지역구 재선 의원인 박용진 의원을 배제한 대신 한 대변인을 공천해 벼락공천, 어부지리 공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일보 정치부장과 논설위원을 지낸 한 대변인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이 자리까지 오게 됐을까. 한 대변인은 전북 익산 출생(1969년생)으로 남성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뒤 국민일보에 입사해 정치부장, 산업부장, 외교안보국제부장, 문화체육부장을 거쳐 논설위원까지 올랐다.

그는 국민일보 논설위원 시절 마지막 정치칼럼(2017년 8월9일자)을 쓰고 2주 뒤 돌연 더불어민주당 혁신기구인 정당발전위원회 대변인을 맡았다. 정발위의 위원장은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었다. 한 대변인은 민주당 정발위 대변인을 맡기 3개월 전에 최 전 수석을 인터뷰한 인연이 있다.

한 대변인이 쓴 인터뷰는 국민일보 지난 2017년 5월19일 5면 전면에 실렸다. 한 대변인은 <“文 대통령은 시스템론자, 비선실세 절대 없을 것”> 제하 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호위무사’ ‘신복심(新腹心)’ 등으로 불리는 최재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6일 ‘인재가 넘치니 원래 있던 한 명쯤은 빈손으로 있는 것도 괜찮다’며 새 정부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며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그는 첫 청와대 비서실장, 정무수석 등에 기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고 썼다.

▲국민일보 2017년 5월19일자 5면
▲국민일보 2017년 5월19일자 5면

최재성 전 수석은 22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조수진 변호사 후임에 한민수 대변인 가능성이 99.99%라고 예측했다. 최 전 수석은 “한 대변인의 경우 이런 저런 곳에 전략공천이나 경선 참여 대상에 거론되다가 안 돼 왔다”며 “그러면 보통 망연자실해서 드러눕기 십상인데, 한 대변인은 브리핑도 하고, 방송 출연 활동을 계속했다. 준비된 인물이다. 한민수 말고는 대안이 없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후보자등록일 마감일 공천장을 받은 한 대변인은 과거 자신과 유사한 언론인 출신 공천자를 칼럼에서 비판했다. 한민수 대변인은 지난 2016년 4월7일자 논설위원 칼럼 ‘한마당’ <황당한 선거구>에서 “제1야당 더민주 최명길 후보는 갑자기 나타났다”며 “최 후보는 당초 대전 유성갑에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당내 경선까지 치렀다. 경선에서 지자 당 지도부는 곧바로 그를 송파을에 전략공천했다”고 썼다. 한 대변인은 “방송기자로 워싱턴특파원을 지낸 최 후보가 경선 때 내건 슬로건은 ‘유성 행복특파원’. 지금 그의 현수막에는 ‘송파 행복특파원’이 대문짝만하게 적혀 있다”고 지적했다.

한 대변인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이래도 되는 걸까? 유권자들은 김 후보를 여당 후보로 알고 찍어야 하나, 아니면 무소속으로 분류해 표를 줘야 하나? 하루아침에 날아온 최 후보는 자신의 지역구 골목 번지수나 알고 있을까?”라고 했다. 그는 “정치권이 지역주민을 ‘장기판의 졸(卒)’로 여기는 게 아니라면 이럴 순 없다”고까지 성토했다. 

▲국민일보 2016년 4월7일자 22면
▲국민일보 2016년 4월7일자 22면

한 대변인은 국민일보 정치부장 시절인 2012년 3월23일자 데스크칼럼 <여야, 오만하면 죽는다>에서 “정치권에는 다시 오만이 판을 치고 있다”며 “선거는 해보나 마나라고 했다. 원내 1당을 넘어 과반은 충분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오만의 결과는 가혹하다”고 지적했다.

한 대변인은 민주통합당을 가리켜 “선거가 치러지기도 전에 국민은 등을 돌렸고 당내에서도 ‘130석에도 못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오만의 늪에 빠져 원칙도 감동도 없는 공천을 남발한 탓”이라고 비판했다. 한 대변인은 여당인 새누리당에 대해서도 “새누리당의 오만한 작태가 국민에 걸려들었다”며 “텃밭이라고 해서 역사성과 도덕성, 개인적 소양이 부족한 후보들을 마구 공천한 결과 부랴부랴 공천을 취소하며 부산을 떨고 있다”고 썼다. 그는 “판세가 눈에 띠게 호전되자 그간 숨죽였던 친박근혜계를 비롯한 주류 측의 기득권 심리가 발동한 것”이라며 “국민들에게는 당연히 오만하게 비쳐졌다”고 진단했다.

한 대변인은 2017년 2월10일 ‘한마당’ <제대로 져야 살 길이 있다>에서 당시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여당을 향해 “야당에 맞설 유력 주자도, 시간도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지만 그래도 이 땅의 보수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며 “도저히 패배를 피할 방법이 없다면, 제대로 지는 것이다. 그래야 살아날 수 있는 길이 생긴다”고 조언했다.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도 비판했다. 한 대변인은 기자로서 마지막 칼럼인 2017년 8월9일자 ‘한마당’ <극중주의>에서는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전 대표가 “좌우 이념에 경도되지 않고 실제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그런 일들에 매진하는 것, 중도를 극도의 신념을 갖고 행동에 옮기는 극중주의의 중심에 국민의당이 있다”고 말한 점을 두고 ‘헛소리’라는 표현까지 썼다. 한 대변인은 “당내에서조차 비판이 거세다. ‘듣도 보도 못한 구호’에서 ‘헛소리’라는 말까지 나왔다”며 “아무튼 안 전 대표가 극중주의로 당 대표에 당선되고 정치인으로도 생존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일보 2017년 8월9일자 18면
▲국민일보 2017년 8월9일자 18면

이세동 녹색정의당 부대변인은 22일 오후 브리핑에서 “한민수 후보는 강북을 지역구 골목 번지수 잘 알고 있느냐”며  “한민수 후보가 초심을 잃지 않았다면 스스로 고사했어야 할 공천장을 조용히 받아 든 이유는 강북구 주민을 위함인가, 아니면 이재명 대표를 지키기 위함인가, 그것도 아니면 뱃지 그 자체가 목적인가”라고 비판했다.

미디어오늘은 한 대변인에게 이날 오후 △정치칼럼을 쓰다 2주 만에 특정 정당으로 간 언론인의 정치권 직행이라는 지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최재성 전 수석 인터뷰 기사 쓰고 3개월 뒤 민주당 정발위 대변인이 된 것은 부적절하지 않은지 △특정 정파 논조의 칼럼을 쓴 건  민주당으로 가기 위함이었는지  △박용진 의원 자리를 어부지리로 본인이 차지한 것 아닌지 등을 문자메시지와 SNS메신저로 질의했으나 답변하지 않았고, 전화 연결도 되지 않았다.

한편 강민석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22일 브리핑에서 “위임받은 당무위원회와 최고위원회의 권한으로 서울 강북을 후보로 한민수 대변인을 의결 및 인준했다”고 밝혔다.

이에 주이삭 개혁신당 상근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이번 선거를 앞둔 민주당의 공천에서 이재명 대표의 잔혹성의 끝이 바로 박용진 공천 배제”라며 “박용진 의원을 이재명의 차기 대선 경쟁자로 보는 것이 아닌 이상 이런 일은 벌어질 수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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