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아트 브로슈어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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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종합미술자회사인 MBC아트가 직장내괴롭힘 가해자에게 유리한 대응을 하면서 수년에 걸쳐 사실상 2차 피해를 방관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MBC아트는 지난해 3월 직장내괴롭힘 가해자로 인정된 A 전 국장을 약 7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피해자들이 속한 국의 팀장으로 발령했다.

A 전 국장이 가해자로 인정된 사건은 MBC아트에서 직장내괴롭힘 문제가 처음 공론화된 사례다. 지난 2021년부터 문제를 제기해 온 피해자 가운데 5명이 2022년 직장내괴롭힘 신고를 했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고양지청은 지난해 3월 A 전 국장의 폭언, 욕설, 성적발언, 결재 고의지연 및 부당개입, 2차 성희롱 가해 등이 인정된다며 사측에 개선 지도를 명령했다.

고양지청이 밝힌 A 전 국장의 직장내괴롭힘 행위는 크게 네 가지다. 먼저 신고인들을 칭해 “쌍X들이다” 말하고, 신고인 중 한 명 관련 “죽여요, 죽여”(죽여요, 가서 죽여)라 말한 행위, 직원들 앞에서 “(신고인이) 정신이 온전하지 못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라거나, “부부 사기단 같다”라고 말하고 다닌 점 등 욕설·모욕성 발언을 한 행위 등이다.

신고인 B씨에 대해선 A 전 국장이 업무에 필요한 프로그램 구매 결재를 고의로 지연시키고 부서원 휴가결재에 부당하게 개입한 행위가 지적됐다. 과거 성희롱 피해를 겪은 C씨에 대해 가해자와 같은 공간에서 업무하도록 지시하며 2차 가해를 하거나 출장 일정에 대해 ‘접대받으러 간다’고 한 행위, 또 다른 직원 D씨에게 성적 발언을 한 행위 등도 인정됐다.

이에 기반해 고양지청은 사측에 △재발방지 계획 수립과 사내 공개 및 직장내괴롭힘 행위 개선을 위한 교육·상담 또는 코칭 프로그램 이수 후 증빙자료 제출 △MBC아트 사업장 내 조직문화 진단 및 개선방안 마련과 피해근로자 요청에 따른 적절한 조치 등을 하라고 통보했다. 특히 MBC아트가 근로자에 의한 심한 괴롭힘 등 재발소지 사업장이라 보고, 기한 내에 조직문화 전반 컨설팅 계획 및 결과를 보고하지 않으면 차기 근로감독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자 사측은 지난해 8월 고양지청의 개선지도에 불복하며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 결정문에 따르면 사측은 “(고양지청이) 선량한 근로자의 피해를 보호하려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을 악이용한 신고”에 대해 “과도하게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행정지도라면서) 불이익이 될 수 있다는 모순의 답을 공식 입장으로 제출하는 것은 판단의 무분별함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중앙행정심판위는 지난해 9월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개선지도는 근거 법령이 없어 위법하다는 취지로 사측 청구를 받아들였고, 고양지청은 기존 개선지도 중 ‘재발방지 계획 수립 후 사내 공개’ ‘조직문화 전반 컨설팅 실시 계획 및 결과를 보고’하라는 일부 대목을 삭제했다. 직장내괴롭힘 인정은 유지됐지만 사측은 10월6일자로 A 전 국장을 피해자들과 같은 국의 팀장으로 발령했다.

MBC아트 내부에선 가해자 중심적이었던 사측 대응이 행정심판에서 정점을 찍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례로 사측은 2022년 사내 직장내괴롭힘 진상조사 기간 가해자로 지목된 A 전 국장에 대한 유급휴가를 70일가량 지급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아트지부 요구로 노사 공동 진상조사위원회가 구성됐지만 노측과 사측 위원 입장이 엇갈렸고, 회사는 혐의없음 결론을 냈다. 고양지청의 직장내괴롭힘 인정 이후 A 전 국장은 감봉 1개월 처분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JTBC가 지난해 1월 A 전 국장의 폭언 일부를 보도하자, A 전 국장은 두 명의 피해자에게 연이어 무고 및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소를 하기도 했다. 두 피해자에 대한 고소 건은 모두 혐의없음으로 불송치됐다. 이에 대한 사측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업무 공간으로 보이는 장소에서 노트북을 펼쳐놓고 앉은 사람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고 있는 모습을 연출한 이미지. 사진=Getty Images Bank
▲업무 공간으로 보이는 장소에서 노트북을 펼쳐놓고 앉은 사람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고 있는 모습을 연출한 이미지. 사진=Getty Images Bank

피해자 중 한 명인 B씨는 본지에 “회사가 공정하게 했으면 좋겠다”며 “이번 일이 이 회사에서 직장내괴롭힘 1호 사건이다. 오죽하면 현업자들이 바쁘게 밤새고 일하고 있다가 ‘욕설하고 폭언하고 성희롱 하면 (유급휴가로) 3개월 쉬고, 감봉 1개월 받는 거 아니냐’라는 말이 나온다”라고 토로했다.

직장갑질119에서 활동하는 김유경 노무사(노무법인 돌꽃)는 “사내에서 1차적으로 괴롭힘으로 불인정된 사안의 대다수는 노동청 진정이 이뤄지면 근로감독 조사나 행정집행력의 한계 등으로 사내에서보다 조사를 구체적으로 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며 “그럼에도 이 사안을 인정했다는 건 그만큼 사내 조사부터 객관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반증일 수 있는데, 회사가 행정심판까지 나아간 것은 자율적 해결 원칙을 갖는 근로기준법상의 직장내괴롭힘금지법 취지에 반한다”고 했다. 이어 “이에 더해 가해자가 보인 태도 등 정황을 종합적으로 보면 (사측 조치는) 부적절한 대응 아니었나 생각된다”라고 지적했다.

A 전 국장 사건을 처리한 김상훈 전 MBC 아트 사장은 지난 18일 임기를 마쳤다. 후임으로 본사 출신 유현 사장이 취임한 가운데 MBC아트 측은 20일 “19일자로 새로운 경영진이 취임하여 관련 보고를 이제 받았고 이후 전 직원 면담 과정을 통해 의견을 청취할 예정에 있다. 재발방지를 위해 시스템적으로 보완할 부분이 있는지 검토 후 필요한 사항이 있으면 조치하겠지만 현재로서 당장 추가 조치를 취할 계획은 없다”면서 “다시 문제가 불거지는 이유를 납득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회사는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A 전 국장을 기존 피해자들이 속한 국의 팀장으로 발령한 이유에 대해선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이의 제기 전 이미 고양지청에서 송부한 개선 지도를 성실히 이행하였기에 직장내 괴롭힘 사실자체를 부인한 것은 아니며, 행정심판 이후에도 징계 번복 등. 어떠한조치도 시행하지 않았음을 알려 드린다”면서 “당사의 조직 특성을 이해한다면 불가피한 부분이며 이를 2차가해와 연관지어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MBC아트 사측은 직장내괴롭힘 신고 이후 피해자 보호에 소홀했다는 지적 관련 “(사내)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피해자와 격리를 통해 2차 피해를 막고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가해자로 지목된 직원에게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되기에 유급휴가를 부여했다”며 “피해자측 요구도 반영하고자 하였으나 피해자들이 계속 근무를 원하였고 또한 노동조합이 반대한 사항”이라고 했다. 노사 양측으로부터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당시 언론노조 MBC아트지부는 ‘2차가해 및 추가 피해자 발생을 막기 위한 가해자 직무정지 또는 면보직’을 요청했으나 사측이 피해자를 회사로부터 격리 조치하려 한다며 유감을 표했고, 가해자에 대한 유급휴가 부여는 보직간부에 대한 시혜적 조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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