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계열사로 드라마, 예능 등 방송 미술 분야를 맡는 MBC아트 노동조합이 사측이 ‘노조 파괴 공작’을 했다며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는 일이 발생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아트지부는 지난 12일 MBC아트 사측을 상대로 고용노동부에 단체협약 위반을 이유로 부당노동행위 진정을 넣었다. 또한 노조는 노조를 비방하는 메일을 쓴 신원 불명의 사람을 처벌해달라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했다. 

사건의 발단은 사측에서 행하려는 명예퇴직과 관련, 사측이 노조가 합의하지 않은 ‘노조 제시안’이라는 문건을 공개한 것이라고 노조는 주장한다. 이후 사측이 배포한 ‘노조 제시안’을 두고 노조를 비방하는 메일이 MBC아트 내부에 3차례 돌았다. 노동조합은 일련의 사건들을 두고 사측의 ‘노조 파괴 공작’이라 주장하고 있다.

▲MBC아트 홈페이지.
▲MBC아트 홈페이지.

올 초 MBC아트 사측, 명예퇴직과 경영효율화 요구

지난 1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아트 지부(지부장 박영직)가 낸 성명에 따르면, 올 초 김상훈 MBC아트 사장은 노조위원장에 △세트미술부 직무 폐지 △만55세 이상자 명예퇴직 △인사위원회를 통한 추가 지명 명예퇴직 △선택안식년자의 임금삭감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에 노조가 반대하자 지난 10일 김 사장이 ‘경영효율화 추진 배경’이라는 자료를 사내에 배포했다. 이 자료에는 2019년 명예퇴직과 연계하여 시행했던 경영정상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업경쟁력이 저하됐다며 그 주요 원인으로 매출감소, 각종 비용증가 등을 이유로 들고, 하단에 회사가 임의로 작성한 ‘노조 제시안’과 회사 제시안, 법률 자문 의견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해당 자료 속 ‘노조 제시안’에는 △명퇴(지명 포함) 및 전직자 지원 △노조 설립 회사로 도급일원화(고용승계) △도급비용은 최초계약일 기준 적용, 보장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러한 ‘노조 제시안’이 퍼지자 그 다음날인 지난 11일부터 12일까지 3번의 메일이 MBC아트 내 퍼졌다고 한다. 해당 메일에는 사측이 배포한  ‘노조 제시안’을 근거로 노조를 비방하고 음해하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사측이 배포한 ‘노조 제시안’…노조 “합의 진행 사실조차 없어”

해당 메일을 살펴보면, 사측이 공개한 ‘노조 제시안’을 중심으로 노조를 “노동조합의 탈을 쓴 철면피”, “거머리”, “반사회적 인간성”, “권모술수” 등의 수식을 이용해 비방하고 있다.

또한 이 메일 중 한 메일은 “방송사는 이제 더 이상 미술자회사를 운용할 필요가 없다. 때문에 모회사(MBC)는 본사 대비 70~80%에 이르던 미술자회사의 평균임금을 40%대로 떨어뜨렸다. 최근 유튜브, 넷플릭스 같은 OTT 등이 늘어나면서 공중파 방송사가 설자리가 없어졌고 미술회사의 중대한 먹거리였던 ‘드라마 제작과 그 드라마의 자체 직원 연출’을 포기하게됐다”는 설명도 있다. 

그러면서 사측이 배포한 ‘노조 제시안’에서 노조가 주장했다고 하는 ‘노조설립 회사로 도급일원화(고용승계)’ 부분을 강하게 비판한다. 이 메일들은 “노조가 주장하는 대로 했다가 노조 핵심관계자가 도급사를 지배하고 장악할 것”이라 전했다.

▲MBC아트 사측이 '노조 제시안'이라고 배포한 자료. 언론노조 MBC아트 지부(노동조합)은 이같은 노조 제시안을 만든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MBC아트 사측이 '노조 제시안'이라고 배포한 자료. 언론노조 MBC아트 지부(노동조합)은 이같은 노조 제시안을 만든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 측 사측에 “노조 파괴 공작” 주장하며 노동부 진정 

언론노조 MBC아트지부는 사측이 보낸 ‘노조 제시안’ 자체와 3차례의 메일 등을 두고 ‘사측의 노조파괴공작’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MBC아트 지부는 이 성명에서 “노동조합이 사측에 공문을 보내 조직슬림화 관련 공식적인 협의나 합의가 진행된 사실조차 없다”며 “노동조합은 사측이 ‘노조 제시안’이라는 명목으로 허위 기재한 것과 관련 강력 항의하고 악성메일 발신 차단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MBC아트지부는 이러한 ‘노조 파괴 공작’에 강경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사법기관과 고용노동부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명예훼손, 부당노동행위 등으로 고소 고발하고 수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노조파괴의 배후세력을 포함한 범법자들을 발본색원해 처벌할 것”이라 밝혔다.

17일 MBC아트 사측은 미디어오늘에 “회사는 항상 노동조합의 의견을 청취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음을 알려 드린다”며 “다만 사실관계를 일부 왜곡하여 회사의 명예가 훼손된 부분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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