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YT)가 이스라엘 전쟁범죄를 감싸는 보도로 저널리즘 윤리를 훼손한다는 비판 목소리가 연일 높아지고 있다. NYT가 특종으로 내건 ‘하마스의 조직적 성폭력’ 보도가 허위라는 당사자 고발이 잇따르자, NYT는 타사에 내부 문제를 제보한 직원을 색출하려 해 뉴욕 언론사 노동조합의 반발을 불렀다. 팔레스타인 연대 단체들은 NYT 본사에서 항위 시위를 벌였다.

‘브레이크스루 뉴스’와 팔레스타인 연대 단체들 SNS에 따르면, 미국의 팔레스타인 연대 단체들은 14일 NYT 본사 로비를 점거하고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날은 NYT가 ‘스테이트 오브 더 타임스’라는 이름으로 사내 저널리즘 상 시상식 등 연례행사를 여는 날이었다.

▲뉴욕타임스를 ‘뉴욕 전쟁범죄’로 풍자한 팔레스타인 연대 단체들의 대안 신문. ‘가자 전쟁에 반대하는 작가들’ X(트위터) 갈무리
▲뉴욕타임스를 ‘뉴욕 전쟁범죄’로 풍자한 팔레스타인 연대 단체들의 대안 신문. ‘가자 전쟁에 반대하는 작가들’ X(트위터) 갈무리
▲브레이크스루뉴스 X(트위터) 갈무리
▲미국의 팔레스타인 연대 단체들은 14일 NYT 본사 로비를 점거하고 항의 시위를 벌였다.브레이크스루뉴스 X(트위터) 갈무리

NYT에 대한 불신은 해당 매체가 특종으로 보도한 ‘하마스의 조직적 성폭력’을 계기로 최고조에 이르렀다. NYT는 지난해 12월28일 <말 없는 비명: 하마스는 10월7일 어떻게 성폭력을 무기화했나>란 보도를 낸 직후부터 ‘허위’라는 비판에 휩싸였다. 같은 시기 유엔이 팔레스타인 여성과 어린이들의 강간 등 성폭력 피해 실상을 조사한 발표는 보도하지 않았다.

NYT는 보도에서 하마스의 조직적 성폭력을 벌였다는 근거로 3명의 피해자를 특정했다. 이 중 2명은 키부츠의 ‘샤라비 자매’로, NYT는 한 구급대원이 사건 정황을 목격했다는 주장을 익명으로 전했다. 또다른 익명의 ‘이웃’을 인용해 자매의 시신이 가족들과 따로 떨어진 채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취재한 NYT의 아낫 슈워츠 기자는 팟캐스트에서 이 같은 주장을 확인할 또다른 취재원이나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18일 뉴욕타임스 보도 갈무리
▲지난해 12월18일 뉴욕타임스 보도 갈무리

그러나 두 자매의 가족들이 보도 직후 ‘성폭력은 없었고, 사망 당시 가족이 함께 있었다’고 반박했다. 비영리 탐사보도매체 ‘인터셉트’에 따르면 이들은 이스라엘의 방송사 ‘채널12’와 인터뷰에서 두 자매가 총에 맞았을 뿐 성폭력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자매의 어머니들이 총격과 사망 당시 함께 있었다고 했다. 샤라비 자매의 가족들은 NYT 보도 이전부터 다수 인터뷰로 같은 입장을 밝혀왔다며 NYT를 비판했다. 자매가 살던 지역인 베에리 키부츠의 대표도 이들이 성폭력 피해자가 아니라고 인터셉트에 밝혔다.

뉴욕타임스가 또다른 피해자로 밝힌 갈 압두쉬의 가족들도 인터뷰가 조작됐다고 밝혔다. 갈 압두쉬가 성폭력을 당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아낫 슈워츠 기자가 이들에게 인터뷰에 응하도록 설득하면서 ‘하스바라(이스라엘 당국의 대외 PR 선전)를 도와야 한다’고 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알자지라와 미국 온라인 매체 몬도와이즈 등이 이를 보도했다.

▲지난 4일 탐사매체 ‘인터셉트’ 보도 갈무리
▲지난 4일 탐사매체 ‘인터셉트’ 보도 갈무리

사건을 주로 취재했다고 밝힌 아낫 슈워츠 기자는 이스라엘인으로 이스라엘군 정보기관에 복무했던 데다, NYT 보도 이전 기자로서 취재 경험이 없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NYT 책임론이 증폭됐다. 슈워츠가 ‘하마스가 40명의 이스라엘 아기를 참수했다’는 허위사실이나 ‘가자지구를 도살장으로 만들자’는 주장 등 국제사법재판소가 집단학살 선동으로 특정한 SNS에 지지(좋아요)를 표한 사실을 누리꾼들이 밝혀내기도 했다.

인터셉트의 선임에디터 제러미 스캐힐은 “이것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뉴스조직에 대한 얘기다. 그 뉴스조직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를 초토화시키는 제노사이드 폭격 중에 발표한 가장 중대한 기사에 대한 얘기다. 이 뉴스조직은 (오보로)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발발하도록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기사는 이스라엘의 우호국조차 이스라엘의 민간인 대규모 살상 문제에 대해 압박할 때 나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프랑스와 캐나다도 ‘아기를 그만 죽이라’고 말했다. 그 시점에 기사는 이스라엘의 전쟁 서사에 힘을 실었다”고 했다.

NYT 내에서도 저널리즘 원칙 훼손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NYT는 1월 팟캐스트로 같은 내용을 다루는 에피소드를 방영하려다 스태프 반대에 부딪혀 취소하기도 했다.

알자지라는 “그로부터 6주 뒤, 유엔 전문가가 ‘이스라엘인들이 아동들을 포함해, 이스라엘이 수감한 팔레스타인인들을 강간하고 성폭력을 가했다는 신뢰할만한 주장’이 있다고 강조했지만 NYT는 이를 보도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알자지라는 “그로부터 6주 뒤, 유엔 전문가가 ‘이스라엘인들이 아동들을 포함해, 이스라엘이 수감한 팔레스타인인들을 강간하고 성폭력을 가했다는 신뢰할만한 주장’이 있다고 강조했지만 NYT는 이를 보도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알자지라는 “그로부터 6주 뒤, 유엔 전문가가 ‘이스라엘인들이 아동들을 포함해, 이스라엘이 수감한 팔레스타인인들을 강간하고 성폭력을 가했다는 신뢰할만한 주장’이 있다고 강조했지만 NYT는 이를 보도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NYT는 보도를 철회하지 않는 한편 내부 조사에 나섰다. 지난 4일 NYT는 허위 보도 문제를 제기한 인터셉트에 “우리는 이 보도를 지지하며 성폭력 문제에 대해 계속 보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베니티 페어에 따르면 NYT 경영진은 ‘팟캐스트 철회’ 사실을 외부에 알린 직원을 색출하기 위한 조사에 나섰다.

뉴욕 언론사 노동조합인 ‘뉴스 길드 오브 뉴욕’은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 NYT 회장에게 “NYT의 유출 조사가 인종 편견에 따른 마녀사냥이 됐다”고 밝히는 서한을 보냈다. 뉴스길드 NYT 지부가 밝힌 서한 내용에 따르면, NYT 경영진은 인터셉트 보도를 ‘뉴스룸 정보 유출 사건’으로 규정하고 내부 조사에 나섰다. 경영진은 조사 과정에서 기자들에게 NYT 내 ‘중동과 북아프리카 직원 모임’과 관계하는지를 묻고, 회원 명단이나 대화 기록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뉴욕 언론사 노동조합인 ‘뉴스길드 오브 뉴욕’의 NYT 지부 입장문. SNS 갈무리
▲뉴욕 언론사 노동조합인 ‘뉴스길드 오브 뉴욕’의 NYT 지부 입장문. SNS 갈무리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내 살상은 다섯 달 넘도록 이어지고 있다. 14일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포위한 가자지구에 구호품 반입을 제한하면서 31명이 숨졌고 이 중 최소 27명은 아기와 어린이다. 10월7일 이후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인 3만1341명이 숨졌으며 이 중 최소 1만3000명이이 어린이, 9000명이 여성이다. 알자지라는 이날 이스라엘군이 가자시티에서 식량 구호품을 기다리며 모인 군중에게 또다시 발포하면서 팔레스타인인 6명이 숨지고 80여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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