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7일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 지난달 27일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일기예보에서 미세먼지 농도를 전하며 ‘파란색 1’을 크게 띄워 논란이 된 MBC ‘뉴스데스크’에 법정제재를 전제로 한 의견진술이 의결됐다. 다수 심의위원들이 총선을 앞두고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해 차후 회의에서 중징계가 예상된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심의위)는 14일 10차 회의를 열고 MBC ‘뉴스데스크’(2024년 2월20일, 2월27일, 2월29일)에 다수결(9인 중 7인)로 법정제재를 전제로 한 의견진술을 의결했다. 제재 수위는 차후 회의에서 제작진 진술 후 결정된다. 이번 안건은 국민의힘 추천 최철호 위원의 요청으로 신속심의가 이뤄졌다.

해당 방송들엔 날씨 정보를 전달하면서 특정 정당에 유리한 내용을 방송(2월20일)하거나 관련해 양쪽 주장이 대립되는 특정 사안에 대해 MBC 자사의 입장을 위주로 방송(2월27일)했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신속심의를 요청한 최철호 위원은 “매우 심각하게 본다. 사실과 다른 방송이다. 그날 서울은 1이 아니었다. 서울 많은 구 중에 특정 구, 특정 시간만 해당이 된다. 보편성이 없다”고 말했다. 백선기 위원장이 안건 제안자로서 심의를 회피할 것인지 묻자 최철호 위원은 “공적 심의에 개인적 이해관계를 반영할 이유가 없다”며 거부했다.

MBC가 편파적인 의도를 가졌다는 주장도 나왔다. 손형기 위원(TV조선 추천)은 “날씨까지 이용하는 MBC의 교묘한 정치 편파에 상당히 분노한다. 방심위에 민원을 넣은 분들의 심정을 백분 이해한다”고 말했다.

권재홍 위원(공정언론국민연대 추천)은 “미세먼지를 가지고 ‘1’ 숫자를 쓰는 건 처음 봤다. 뉴스적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2월 들어 쾌청한 날씨가 많았다. MBC는 날씨가 맑았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다소 뜬금없다. 다분히 시청자들에게 특정 정당의 기호를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박애성 위원(대한변호사협회 추천)도 “무엇보다 1이란 수치를 사용한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을 듣기 전까진 예상하기 힘들다”며 “미세먼지를 말하는 거라면 단위가 있다. 하지만 단위가 표시되지 않아 화면만 보면 오인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최창근 위원의 사퇴로 첫 회의에 참석한 김문환 위원(한국방송기자클럽)도 “TBS에서 ‘1합시다’ 캠페인으로 비슷한 논란이 일었었다. 당시 선방심의위가 문제없다고 판단했음에도 TBS는 자체적으로 정치적 오해가 있을 수 있다며 바로잡았다”면서 “이것도 똑같이 심각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중징계가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은 소수였다. 이미나 위원(한국미디어정책학회)은 “여러번 봤는데 의도성이 보이지 않고 시청자들의 투표 의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의도적이었다면 법정제재이지만 의도적이지 않았다면 법정제재까지 갈 사안인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심재흔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도 “다른 MBC 프로그램 ‘뉴스외전’도 붉은색 2가 크게 나왔던 때가 있다. 그동안 그건 어떻게 참았나 싶다”며 “날씨뉴스에까지 정치 프레임을 씌우는 게 참 씁쓸하다”고 말했다.

▲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방심의위 위원들.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방심의위 위원들.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해당 안건엔 ‘파란색 1’ 외에도 여러 민원이 담겼다. 민원인은 △윤 대통령의 ‘바이든-날리면’ 관련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재에 MBC가 자사에 유리한 입장만을 전달하고(2월20일, 2월27일) △의대 정원 증원 관련 보도에서 현안과 무관한 한의사를 포함한 수치를 인용해 정부가 무리하게 증원을 추진하는 것처럼 왜곡하는 내용을 방송했으며 △류희림 방심위원장 ‘청부민원’ 관련 보도에서 방심위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경찰 수사만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왜곡했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서도 방송에 대한 강한 질타가 나왔다. 최철호 위원은 “방송 사업자가 보도에서 자신의 입장을 일방 전달하면 공정성 위반”이라며 “방심위를 대통령 심기경호위라는 식으로 언급하는 건 대단히 명예훼손적 발언”이라고 했다. 이어 최 위원은 “‘바이든-날리면’은 국내 최고 전문가들이 음향증폭기를 거쳐도 못 알아 듣겠다고 결론 지은 사안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여기엔 반론을 제기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손형기 위원도 “MBC가 자사 보도를 통해 일방적으로 변명하고 방심위를 비난한다. 청부심의 의혹은 현재 수사 중인데도 아무 소식이 없지 않나”라며 “MBC 일부 인사들이 국민들을 위험하게 선동하고 있다. 법정제재 가야 한다”고 말했다.

MBC ‘파란색1’에 대한 선방심의위 징계는 조선일보도 우려한 바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1′자 썼다고, ‘여사’ 뺐다고 방송 제재, 文정권처럼 할 건가> 사설에서 “보도에 문제가 있는지 아닌지는 공론장에서 시청자가 판단하는 게 우선이다. 권력이 정부기관을 동원해 언론을 통제하려는 것처럼 비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오마이뉴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해당 영상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중앙선관위는 지난 11일 오마이뉴스 질의에 “선관위에서는 (MBC 일기예보 영상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며 “지난주 내부 검토 결과, 해당 영상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선거 관련성이 없다고 봤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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