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c울산방송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한 지역대책위원회’는 13일 울산 남구 ubc 사옥 앞에서 ‘ubc 노동탄압 규탄집회’를 열었다. 이산하 아나운서와 손민정 그래픽 디자이너,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와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울산해고자협의회, 노무법인 돌꽃, 울산북구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등이 집회에 참가했다. 사진=ubc울산방송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한 지역대책위원회
▲‘ubc울산방송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한 지역대책위원회’는 13일 울산 남구 ubc 사옥 앞에서 ‘ubc 노동탄압 규탄집회’를 열었다. 이산하 아나운서와 손민정 그래픽 디자이너,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와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울산해고자협의회, 노무법인 돌꽃, 울산북구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등이 집회에 참가했다. 사진=ubc울산방송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한 지역대책위원회

“행복을 드려요, 사랑을 전해요. ubc울산방송이 로고송 가사에서 밝힌다. 그러나 ubc에서 일하는 청년노동자들은 어떤 사랑도, 행복도 느끼지 못하고 비정규직, 프리랜서, 파견직의 이름으로 갑질과 소외를 당하고 노동자의 이름마저 빼앗기고 일한다. 창립 29년차인 울산지역의 최대 민영방송사로서 자격이 있나?” (배예주 사회주의를향한전진 활동가)

 울산시민사회·노동단체가 꾸린 ‘ubc울산방송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한 지역대책위원회’가 13일 울산 남구 ubc 사옥 앞에 모여 ubc 규탄 집회와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산하 아나운서가 부당해고 판결 확정을 받고도 3년째 ubc와 근로계약을 맺지 못하고, 손민정 그래픽 디자이너가 ‘무늬만 프리랜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진행하는 가운데 방송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온전한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면서다.

집회엔 ubc 비정규직인 이 아나운서와 손 디자이너,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와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울산해고자협의회, 노무법인 돌꽃, 울산북구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엔딩크레딧 등이 참가했다.

이 아나운서는 이 자리에서 “2015년 12월 24살의 나이로 대학졸업 전에 ubc에 입사했다. 누구보다 잘 해내고 싶었고 그래서 부당업무를 시켜도 무엇이든 다 해냈다. ‘산하씨가 막내지?’란 한 마디에 영어 아나운서를 맡아 4개월씩 3년을 주말없이 일했다. 뉴스앵커 맡을 땐 팀장의 단순 착각으로 급여가 줄기도 했다”고 했다. 그는 “12시간 이상 일하고 주말 출근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너 왜 아직 집에 안 갔어'였을 만큼 보도국의 노예였다. 청춘을 바쳤는데, 그 대가는 해고였다”고 했다.

▲이산하 아나운서와 손민정 그래픽 디자이너. ‘ubc울산방송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한 지역대책위원회’는 13일 울산 남구 ubc 사옥 앞에서 ‘ubc 노동탄압 규탄집회’를 열었다. 사진=ubc울산방송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한 지역대책위원회
▲이산하 아나운서와 손민정 그래픽 디자이너. ‘ubc울산방송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한 지역대책위원회’는 13일 울산 남구 ubc 사옥 앞에서 ‘ubc 노동탄압 규탄집회’를 열었다. 사진=ubc울산방송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한 지역대책위원회

이 아나운서는 “근로자성을 인정해 복직했지만 회사는 여전히 제가 일반 직원과 다르다고 말한다. 애매한 신분이라며 민주노총 언론노조 ubc울산방송지부 가입은 거절 당했다”며 “ubc는 제 온전한 노동자성을 인정해 달라. 본래 업무와 무관한 부당전보를 철회해달라”고 했다.

이 아나운서는 2015년 ubc에 입사해 기상캐스터, 뉴스앵커, 라디오진행, 당직근무, 취재와 기사작성, 사내 행사 진행 등 업무를 맡았다. 근로계약을 비롯한 계약서를 한 장도 쓰지 않은 '무늬만 프리랜서'였다. ubc는 7년차인 2021년 그를 해고했고, 이 아나운서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나서 노동위원회와 법원에서 부당해고 확정 판결을 받았다.

복직한 이 아나운서는 그러나 현재까지 ubc와 근로계약을 맺지 못했다. ubc가 단시간 노동과 ‘부적격 시 계약해지’ 등 독소조항이 담긴 근로계약을 요구하면서다. 한편 사측이 그가 맡던 방송을 폐지한 뒤 하루 6시간 편집요원에 발령한 상태다.

9년차 그래픽디자이너로 프리랜서 신분으로 일하다 현재 회사를 상대로 근로자지위 소송 중인 손민정씨는 이 자리에서 자신이 겪은 ‘흔적 지우기’ 사례를 밝혔다. 그는 “계약서 한 번 쓰지 않고 업무 지시에 따라 휴일에도 주말에도 교대로 일해왔다. 그런데 회사는 이 아나운서의 승소 이후 비정규직들의 노동자성 흔적을 지우기 시작했다”며 “사내 비상연락망과 사내 번호 목록에서 우리 이름이 빠졌다”고 했다. 이어 “프리랜서 계약, 그리고 경력 불인정 무기계약직 근로계약서에서 싸인할 수 없다고 했더니 주급이 단가별 급여로 변경됐다. 일은 점차 줄어 새벽 5시 반에 출근해 2시간만 일하고 있다”고 했다.

▲이산하 아나운서는 UBC울산방송에서 뉴스 앵커와 기상캐스터 등 방송 진행과 라디오진행, 당직근무, 취재와 기사작성, 사내 행사 진행 등 업무를 수행했다. UBC 보도화면 유튜브 갈무리
▲이산하 아나운서는 UBC울산방송에서 뉴스 앵커와 기상캐스터 등 방송 진행과 라디오진행, 당직근무, 취재와 기사작성, 사내 행사 진행 등 업무를 수행했다. UBC 보도화면 유튜브 갈무리

배예주 활동가는 “지난 1월 ubc에서 채용공고가 났다. 카메라 촬영, 월급은 211만원이라고 정확히 적혀있었다. 최저임금보다 딱 5만원 높은 수준”이라며 “ubc는 비정규직, 프리랜서, 파견직이란 이름으로 최저임금 위반만 안 되는 급여를 주면서 청년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생존권은 외면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울산시민들도 ubc 울산방송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잘 모르실 것”이라며 “울산에서 어떤 방송사도 언론도 ubc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을 보도로 내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울산 방송계의 부끄러운 실체”라고 했다. 

손재완 울산북구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사무국장은 “참으로 부끄럽다. 법원은 노동자에게 해고할 이유가 없다고 판결을 내렸는데, ubc는 왜 법 보호망마저뚫어가며 (정규직 근로계약거부를) 붙들고 늘어지는가”라고 물었다. 

울산해고자협의회의 정원현 활동가는 “방송국은 자기 스스로 늘 정의롭고 공정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ubc 구성원으로 오랜 기간 착취 받은 비정규직 노동자 이야기는 단 하나도 보도하지 않는다”며 “이산하와 손민정의 정당한 노동권을 인정하라”고 했다. 이어 “방송사만 비정규직 백화점이 아니다. 이곳에 온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와, 정규직 전환된 노동자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비정규직은 울산과 방송사를 넘어선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라고 했다. 

▲. ‘ubc울산방송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한 지역대책위원회’는 13일 울산 남구 ubc 사옥 앞에서 ‘ubc 노동탄압 규탄집회’를 열고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사진=ubc울산방송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한 지역대책위원회
▲. ‘ubc울산방송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한 지역대책위원회’는 13일 울산 남구 ubc 사옥 앞에서 ‘ubc 노동탄압 규탄집회’를 열고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사진=ubc울산방송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한 지역대책위원회

이들은 발언 이후 각각 ‘갑질, 부당전보, 괴롭힘, 무늬만 프리랜서, 이정환 사장 물럿거라’ 등이 적힌 종이박스를 밟아 구기는 퍼포먼스도 벌였다.

(14일 오후 7시25분 기사 일부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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