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8월19일자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화면 갈무리
▲ 지난해 8월19일자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화면 갈무리

소속사 전속계약 분쟁 사태를 다루며 가수 피프티피프티 측에 유리하게 방송했다는 민원이 다수 제기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법정제재 ‘경고’가 의결됐다. SBS 관계자는 “다소 감정적인 스토리텔링을 한 것이 시청자분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5일 방송심의소위원회(방송소위)를 열고 SBS ‘그것이 알고싶다’(2023년 8월19일)에 법정제재 ‘경고’를 의결했다. 소위 결정은 차후 전체회의를 거쳐 확정되며 중징계로 인식되는 법정제재부터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시 감점 사유로 적용된다.

의견진술자로 나온 한재신 SBS 시사교양본부 CP는 “이해 당사자인 세 측의 의견을 공평히 다루려고 노력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제작진의 지혜와 섬세함이 부족해 마지막 부분에 멤버들의 편지를 소개하며 다소 감정적인 스토리텔링을 한 것이 시청자분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편파 방송 논란이 불거진 해당 방송엔 △내부 고발자의 인터뷰 내용을 대역을 통해 재연하면서 ‘대역 재연’이라고 고지하지 않아 시청자가 실제 인물로 오인할 수 있고 △대중문화산업과 사업구조를 카지노 테이블과 칩을 사용해 재연해 소속사와 제작사 등을 도박꾼으로 비유하여 그 종사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본 사건과 무관한 BTS 등 타 아티스트 사례와 비교하여 설명하는 것이 타 아티스트들의 노력과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아직도 소송이 진행 중인 계약 분쟁에 대해 한재신 CP는 “(방송이)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세 측(소속사 어트랙트·외주용역사 안성일 더기버스 대표·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에 다 연락을 했고 승낙을 받아 방송을 했다. 저도 업계 종사자기 때문에 이 문제가 잘 해결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많았다”고 말했다.

후속 보도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한재신 CP는 “저희가 평소 하던 대로 악인과 선인,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는 식으로 방송하기 다들 기대하실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런 쪽으로 (방향을) 정해놓고 후속 방송을 할 것 같지는 않다”며 “이런 저런 얘기를 들어보면 지금 멤버들이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다. 다시 방송하는 건 매우 조심하고 주의가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대역을 쓰면서도 해당 사실을 미고지했다는 비판엔 “프로그램 시작 부분에는 고지를 했다”며 “제보자분께서 ‘대역 재연’ 자체를 넣어주시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문구가 들어가는 것 자체가 제보자 색출의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 CP는 “신원보호가 지켜야 할 첫 번째 가치라고 생각한다. 아시다시피 탐사보도 프로그램에선 제보자 역할이 제일 중요하다. 양해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합뉴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합뉴스

제작진의 해명에도 위원들은 강한 제재 의견을 냈다. 문재완 위원은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했다고 하지만 방송 내용으로 보면 균형감이 유지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관련되는 분들에 대한 명예훼손이 있을 가능성이 큰 방송이라고 생각한다. 다시보기가 이뤄지지 않고 의견진술자께서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전하셨지만 법정제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정옥 위원은 “특히 대역을 쓴 걸 잘 모르겠다. 보통은 뒷모습을 내든지 모자이크를 하든지 아니면 대역이라고 써야 한다. 당사자 보호는 이해하지만 시청자에게 간접적인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류희림 위원장도 “여성 제보자를 남성 제보자로 둔갑시킨 부분들은 시청자를 기만한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프로그램 자체가 굉장한 사회 혼란을 야기했다”고 말한 뒤 위원 만장일치로 법정제재 ‘경고’를 의결했다.

사무처는 지난달 21일 해당 방송에 1222건의 민원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기준 방심위가 가장 많은 민원을 받은 프로그램이다. 음원유통사가 연습생 양성 등을 위해 소속사에 투자하고 가수가 성공하면 이를 회수하는 관행을 도박판에 비유한 부분에 대해 사단법인 한국매니지먼트연합(한매연)과 한국연예제작자협회(연제협)가 입장문을 내고 명예훼손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SBS는 지난해 8월 편파방송의 의도가 없었다는 입장문을 냈다. SBS는 “방송 과정에서 제작진의 의도와 달리, K팝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많은 분들과 K팝을 사랑하는 팬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 점에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한매연과 연제협 등 단체에서 보내온 말씀과 비판도 무겁게 듣겠다”고 했다.

SBS는 “(이번 그알 방송은) 지속가능한 K팝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하기 위해 제작된 프로그램”이라며 “이해관계를 둘러싸고 있는 어느 한쪽의 편을 들어주기 위함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라고 했다. 또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몇몇 사안에 대해서는 추가취재를 통한 후속 방송으로 부족했던 부분을 채우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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