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전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29일 기준 101만 관객을 기록해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조선일보와 KBS 등 일부 언론이 ‘건국전쟁’을 적극 알리고 이승만 전 대통령 재평가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공과를 다양한 각도에서 평가할 순 있으나 영화는 박근혜 정부에서 만든 국정교과서에도 기술된 ‘독재자’라는 사실도 부정하고 있다.

정치인 조명 다큐 중 2위... 1위는 ‘노무현입니다’

정치인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가운데 가장 많은 관객 수를 보유하고 있는 영화는 2017년 개봉한 ‘노무현입니다’로 누적관객 185만 명을 기록했다. ‘노무현입니다’는 전체 다큐멘터리 영화 흥행 순위 3위에 올랐다. ‘건국전쟁’은 현재 4위를 기록하고 있다. 

‘건국전쟁’의 흥행세는 꺾이고 있다. 지난 22일 박스오피스 2위에서 3위로 떨어졌고, 지난  28일 4위로 떨어졌다. ‘건국전쟁’을 제작한 김덕영 감독은 지난 26일 자신의 SNS에 “또다시 반일주의를 부추기는 ‘파묘’에 좌파들이 몰리고 있다”며 “‘건국전쟁’에 위협을 느낀 자들이 ‘건국전쟁’을 덮어버리기 위해 ‘파묘’로 분풀이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2010년 7월19일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우남 이승만 박사 45주기 추도식'에서 참석자들이 분향 후 고개를 숙여 묵념하고 있다. ⓒ 연합뉴스
▲ 2010년 7월19일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우남 이승만 박사 45주기 추도식'에서 참석자들이 분향 후 고개를 숙여 묵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조선일보와 KBS의 적극 보도

몇몇 언론이 ‘건국전쟁’에 큰 관심을 기울이며 영화를 알리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주요 신문방송을 대상으로 모니터한 결과 1월12일부터 2월22일까지 ‘건국전쟁’을 가장 많이 다룬 언론은 조선일보로 39건을 보도했다. 15개 언론사 평균 보도건수(5.7건)보다 7배 가량 많은 수치다. 다음으로 중앙일보 15건, KBS 9.5건 순으로 보도량이 많았다.

조선일보는 영화 ‘건국전쟁’을 알릴뿐 아니라 이승만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기사를 반복적으로 쓰고 있다. <“이승만 죽이기는 北의 공작…이제 ‘진짜 이승만’을 마주하세요”>, <6·25 때 도망? 이승만, 美대사 앞에서 “인민군 쏘고 날 쏘겠다” 망명 거절>, <‘이승만 죽이기’ 60여년, ‘팩트’를 지어내는 역사가들>, <“난 이승만을 너무 몰랐다”...‘건국전쟁’ 상영관마다 눈물과 박수 [만물상]> 등 기사를 썼다. 

▲ 28일자 조선일보 10면
▲ 28일자 조선일보 10면

조선일보는 이승만 재평가론의 원조격으로 꼽힌다. 1995년 1월 조선일보는 ‘거대한 생애 이승만’ 장기 연재를 시작하고 ‘이승만과 나라세우기 기획전’을 열었다. 박근혜 정부 때 조선일보는 ‘이승만 서거 50주년’ 특집연재 기사를 썼고 <건국 대통령 제대로 평가해야 우리 현대사가 바로 선다> 사설을 냈다. 

KBS는 최근 ‘건국전쟁’ 관련 일방적 보도를 했다는 내부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 22일 KBS ‘뉴스9’은 <영화 ‘건국전쟁’ 80만 돌파…이승만 공과 재평가 점화> 리포트를 통해 3·15 부정선거, 6·25전쟁 한강다리 폭파 등에 이승만 전 대통령의 책임이 없다는 주장을 다뤘다. KBS 시사프로그램 ‘사사건건’은 <감독이 말하는 ‘건국전쟁’>을  주제로 감독을 인터뷰했다.

▲ KBS '뉴스9' 갈무리
▲ KBS '뉴스9' 갈무리

이승만 독재자 아니다? 지나친 띄우기 논란

‘건국전쟁’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독립운동 행보와 대통령 재임 시절 농지개혁 등 정책 측면에 긍정적 평가를 하는 것을 넘어 일방적 주장을 다수 담고 있다.

‘건국전쟁’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 교육정책에 관심을 쏟은 결과 의식이 높아져 4·19 혁명의 발판이  됐다는 내용을 담았다. 헌법전문에 수록된 4·19 혁명이 이승만 전 대통령 영웅 만들기와 충돌할 수밖에 없기에 논리를 비튼 것으로 보인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독재자가 아니라는 취지의 내용도 담았다. 3·15 부정선거의 책임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아닌 이기붕 전 부통령으로 묘사한다. 반면 친일 청산작업을 하는 반민특위의 활동을 방해한 점, 제주 4·3의 비극을 초래한 점 등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조선일보 역시 지난 6일 기사를 통해 “독재 체제였다면 의회와 언론의 역할이 봉쇄돼야 했을 텐데 그런 일은 없었다”고 했고 “3·15 부정선거는 이기붕의 부통령 당선 공작으로, 이승만과는 무관했다”고도 했다.

이는 여권에서도 거리를 두는 내용이다. 박근혜 정부 때 편찬한 국정교과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독재자’로 규정한다. 3·15 부정선거의 문제 역시 기술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승만 전 대통령 재평가를 말하면서도 사사오입 개헌에는 “비판을 하면 된다”고 했다. 지난 14일 고정애 중앙선데이 편집국장대리가 쓴 중앙일보 ‘시시각각’ 칼럼은 ‘건국전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이 전 대통령의 공은 크게 증폭됐고 과는 크게 축소됐다. 이승만 정권은 놀라운 성취 못지않게 재난적 말로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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