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전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영화 ‘건국전쟁’에서 ‘이승만 독재’를 부인하는 내용에는 보수언론에서도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수언론에선 ‘건국전쟁’을 긍정적으로 다루며 이승만 전 대통령 재평가에 힘을 싣는 보도를 이어가는 가운데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영화 속 일방적 주장에는 거리를 두는 모습도 나타났다. 

신준봉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지난 1일 <‘건국전쟁’ 너머 이승만을 보려면> 칼럼을 통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기자에게는 내용과 만듦새 역시 아쉬웠다”고 했다. 그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독재를 하지 않았다고 한 부분. 그에 대한 공식 역사서술이 달라지면 모를까, 교과서에서 독재했다고 배운 젊은 세대는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 2010년 7월19일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우남 이승만 박사 45주기 추도식'에서 참석자들이 분향 후 고개를 숙여 묵념하고 있다. ⓒ 연합뉴스
▲ 2010년 7월19일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우남 이승만 박사 45주기 추도식'에서 참석자들이 분향 후 고개를 숙여 묵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신준봉 논설위원은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걸 욱여넣을 수는 없었겠지만 그의 허물을 거론하지 않은 점도 문제적”이라며 “감독은 그동안 이승만 콘텐트가 한쪽으로 치우쳤다며 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일방적인 얘기라고 여기는 비판자가 응할 리 없다. 대화가 쉽지 않은 상황인 게 가령 ‘건국전쟁’을 봤다는 영화 평론가를 찾기가 어렵다. 극단적인 얘기는 싫다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2월14일 고정애 중앙선데이 편집국장대리가 쓴 중앙일보 ‘시시각각’ 칼럼은 ‘건국전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이  전 대통령의 공은 크게 증폭됐고 과는 크게 축소됐다. 이승만 정권은 놀라운 성취 못지않게 재난적 말로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김순덕 칼럼니스트는 지난 2월24일 동아일보 칼럼에서 “지금껏 이승만을 지나치게 박절하게 대한 점은 반성하고 시정해야하지만, 그럼에도 무조건 우상화하는 것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이승만 전 대통령식 민주주의의 특성과 한계를 설명하며 “‘장기집권은 했지만 독재는 아니’라는 다큐멘터리 속 나레이션에 동의할 수 없는 이유”라고 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에 관한 여러 관점의 평가가 가능하지만 ‘독재자’라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박근혜 정부 때 우편향 교과서라는 지적을 받은 국정 역사교과서에도 ‘이승만 정부의 독재 때문에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가 훼손되고 있었다’는 등 이승만 전 대통령이 독재를 했다는 사실을 명시했다.

반면 ‘건국전쟁’을 적극적으로 띄우는 조선일보는 독재자가 아니라는 주장까지도 지원하는 모양새다. 조선일보는 지난 2월6일 기사에서 ‘영화 ‘건국전쟁’이 밝히는 이승만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다루며 ‘독재자’라는 주장이 허구인 것처럼 언급했다.

▲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이승만 전 대통령이 독재자가 아니라는 내용이 담겼다.
▲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이승만 전 대통령이 독재자가 아니라는 내용이 담겼다.

조선일보는 ‘독재자였다’는 주장에 관해 “만약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뒤엎는 독재 체제였다면 의회와 언론의 역할이 봉쇄돼야 했을 텐데 그런 일은 없었다”며 “‘독재자 이승만’이라는 것은 당시 야당의 정치적 구호 속에서 주로 등장한 것이었다. 이승만은 평화선과 독도 수호, 전체 예산의 20%를 배정했던 교육 정책, 원자력 산업의 초석 등 1950년대에 숱한 업적을 이뤘다”고 보도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주요 신문방송을 대상으로 모니터한 결과 1월12일부터 2월22일까지 ‘건국전쟁’을 가장 많이 다룬 언론은 조선일보로 39건을 보도했다. 15개 언론사 평균 보도건수(5.7건)보다 7배 가량 많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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