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콘텐츠 제작 현장 사진.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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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과장하면 OTT가 선호하는 한 10명 배우 가지고 돌려막는 거에요. 제작사 입장에선 이 배우들을 잡기 위해 돈을 더 줄 수 밖에 없고요.”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장 지배력이 커지면서 방송사와 제작사 모두 외주제작 환경이 불리해졌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OTT 기업과 일할 수 있는 제작사는 소수인 상황에서 방송사의 경영상황 악화가 제작사의 어려움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과 방송통신위원회가 19일 발간한 <2023년 방송 프로그램 외주제작 거래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1=매우 불리해짐, 5=매우 유리해짐’ 기준으로 OTT 등장 이후 외주제작 환경 변화를 물은 결과 방송사는 1.67점, 제작사는 2.78점의 응답이 나왔다. 방송사 8개와 제작사 97개가 조사 대상이다.

▲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과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19일 발간한 ‘2023년 방송 프로그램 외주제작 거래 실태보고서’
▲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과 방송통신위원회가 19일 발간한 ‘2023년 방송 프로그램 외주제작 거래 실태보고서’

방송사, 특히 지상파가 심각성을 더 크게 느끼고 있었다. 드라마와 예능 기준 지상파 1점, 종편 2점이 나왔고 교양 기준 지상파 1.75점, 종편 2점이 나왔다. 반면 제작사는 드라마에선 3.5점(지상파)으로 응답이 나왔고 예능에서도 지상파 2.78점, 종편 2.73점이 나왔다.

보고서는 “제작사 역시 드라마를 제외한 나머지 장르에서 불리해진 것으로 응답한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비관적이지 않았던 전년과 달리 제작사가 인식하는 위기감이 증가했다는 점은 특기할만한 사항”이라고 했다.

OTT 성장 이후 급격한 제작비 상승이 방송사와 제작사 모두의 발목을 잡았다. OTT가 선호하는 특정 배우의 출연료 문제도 언급됐다. A제작사 관계자는 “지상파 프로그램에서 같은 돈이어도 옛날엔 제작비가 남았는데 요즘은 협찬이 들어와도 제작을 못 한다. 채널들이 다양하게 재작을 못하니 드라마 편성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B제작사 관계자는 “OTT와 유통을 함께 하지 않으면 편성이 보류된다. 이런 것들이 해마다 쌓이면 결국 OTT가 선호하는 배우들을 캐스팅할 수밖에 없다”며 “문제는 특정 OTT가 선호하는 배우가 몇 명 안 된다는 것이다. 좀 과장하면 한 10명의 배우를 가지고 돌려막기 하는 거다. 또 제작사 입장에선 이 배우들을 잡기 위해 돈을 더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출연료에 대한 불만은 방송사도 마찬가지다. D방송사 관계자는 “제작비 절반 이상이 출연료다. OTT가 등장하기 전엔 그나마 지상파 방송사들끼리 모여 한도를 정할 수 있었는데 이젠 그게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A방송사 관계자는 “‘오징어게임’ 등과 같은 프로그램이 흥행한다고는 하나 연예인만 부자가 되는 수익구조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카메라를 든 촬영스태프의 모습. 기사와 무관한 사진입니다. ⓒUnsplash
▲카메라를 든 촬영스태프의 모습. 기사와 무관한 사진입니다. ⓒUnsplash

광고 시장 주도권도 방송에서 OTT로 넘어가는 흐름이다. ‘OTT가 메인, 방송사는 서브’라는 말까지 나온다. C방송사 관계자는 “광고 시장은 정해져 있다. OTT와 경쟁력이 벌어지면서 방송사 경쟁력이 떨어지면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기 더 어려워진다. 악순환이 계속되면 거대한 공룡 대 사람의 싸움”이라고 했고 A방송사 관계자는 “유튜브는 심의도 없다. 광고주 입장에선 유튜브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방송사 관계자는 “현재 TV 주 시청자층이 어르신들이라 그나마 건강기능식품 프로그램이 남아 있는데 어르신들마저 유튜브로 빠져나가고 있다. 이제 OTT가 메인이고 방송이 서브가 되는 느낌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OTT 등장 이후 기존 방송사의 경영상황이 어려워져 전반적인 제작 환경이 열악해지고 있는 것으로 설명했다. 보고서는 “광고 재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전체적인 제작비가 급증해 방송사와 제작사 모두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며 “OTT와 일하는 제작사는 소수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 못한 제작사는 결국 기존 방송사와 일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방송사의 경영 악화는 제작사의 경영 악화로 이어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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