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전공의가 윤석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쓴 오마이뉴스 기고 글에 6400만 원 넘는 후원금이 모였다. 

15일 미디어오늘 취재를 종합하면 해당 글에는 1030명의 독자가 후원했다. 후원 액수는 3000원부터 10만 원까지 다양했다. 해당 글(6478만7000원)은 지난 1년간 오마이뉴스 글 중 ‘독자원고료 많은 기사’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아파트 시멘트 제품의 안전과 관련한 기사(507만5000원)가 차지했다. 두 글의 후원액 차이를 보면, 1위 글에 모인 액수는 매우 이례적으로 높다고 볼 수 있다. 

▲류옥하다 시민기자가 지난 12일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
▲류옥하다 시민기자가 지난 12일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
▲류옥하다 시민기자 글에 6400만 원 넘는 돈이 모였다. ⓒ오마이뉴스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류옥하다 시민기자 글에 6400만 원 넘는 돈이 모였다. ⓒ오마이뉴스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지난 6일 정부는 2025학년도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증원해 현재 3058명에서 5058명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사인력 확대 방안’ 긴급 브리핑에서 “2025학년도부터 2000명이 추가로 입학하게 되면 2031년부터 배출돼 2035년까지 최대 1만 명의 의사 인력이 확충될 것”이라며 19년간 묶여있던 의대 정원을 과감하게 풀겠다고 했다.

류옥하다 시민기자(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 대표)는 지난 12일 오마이뉴스에 <‘비현실적’인 의대 증원 정책… 미래는 정해져 있다>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이 글은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지방 의사 부족 △긴 대기시간과 짧은 진료 시간 등의 의료계 문제가 의사 수 부족으로 벌어지는 게 아닌 현 의료 시스템 문제, 저출산, 언론 왜곡 보도 등 복합적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류옥하다 시민기자는 “의대 증원은 비현실적”이라며 “의사는 생명을 다루고, 책임을 지는 직업이다. 제대로 된 실력을 갖춘 의사가 되기 위해서 제도적으로 10년이 넘는 교육과 수련을 필요로 한다. 수년 전 폐교한 서남대 사태에서 보듯, 부실한 의대는 부실한 의료 인력 양성으로 이어진다. 의료는 도제식 교육이기에, 단번에 1.7배를 늘리는 것은 매우 어렵다. 당장 부족한 기초 교수는 어떻게 보충할 것이며 임상 실습은 병원에서 수용 가능한지 앞이 깜깜하다”고 주장했다.

류옥 시민기자는 이어 “이공계 학생의 의대 쏠림, 재수생 양산 또한 우려된다. SKY 이공계 절반만큼 의대가 갑자기 증원된다. 25만 출생아 중 5천명이 의사가 되는 것이다. 간호사, 물리치료사, 방사선사 등을 포함하면 곧 이과반 3분의1이 의료종사자가 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국가의 미래 경쟁력이 깊이 우려된다”고도 했다.

의사 증원 후 공공의료와 지역의사제 도입 역시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류옥 시민기자는 “공공의료와 지역의사제라는 해법 또한 잘못되었다. 의사가 전문직인 이유는 전문 분야에서 재량권이 크기 때문이다. 환자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도 있고, 보신주의로 방어적 진료만을 할 수도 있다. 과연 공무원화된 의사, 강제로 지역이나 의료원에서 근무하는 의사가 온 힘으로 환자를 진료할까? 관료적인 행태로 의료의 질이 저하되지는 않을지 걱정스럽다”고 했다.

▲지난 1년 간 오마이뉴스 '독자원고료 많은 기사' 1위에 류옥하다 시민기자의 글이 올랐다. ⓒ오마이뉴스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지난 1년 간 오마이뉴스 '독자원고료 많은 기사' 1위에 류옥하다 시민기자의 글이 올랐다. ⓒ오마이뉴스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지난 11일 이서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기획국장이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 ⓒ오마이뉴스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지난 11일 이서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기획국장이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 ⓒ오마이뉴스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한편 공공의료 해법은 잘못됐다는 시민기자와 달리, 지난 11일 이서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기획국장은 <박수받는 의대 2천명 증원, 이렇게 되면 망한다> 글에서 윤 정부의 의대증원 계획은 공공의료를 살리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서영 기획국장은 “한국 의료체계의 특징은 주요한 의료자원 중 두 가지인 병원과 의료인력 모두 전적으로 민간주체에 의해 공급되며 국가는 어떤 조절 기능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어떤 병원을 어디에 짓든, 의사들이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각자가 알아서 하도록 두고 국가는 손 놓고 있다는 말”이라며 “한국 병원의 95%(기관 수 기준)가 민간병원이고, 공공병원은 단 5%에 불과하다는 충격적인 사실은 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고 했다.

이 국장은 그러면서 “정부가 의사 증원을 두고 반개혁집단인 의사단체와 각을 세우니, 마치 정부안이 대단한 개혁안처럼 보이는 착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로 인한 큰 해악 중 하나는 산적한 의료개혁의 과제들이 의사 증원이라는 블랙홀에 다 빨려 들어가 사라졌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의사 증원은 의료 공공성 강화라는 큰 방향성 안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즉 공공병원 확충과 강화, 일차 의료 공공성 구축, 시설사회 탈피를 위한 돌봄의 공공성에 대한 계획을 마련하고 그에 발맞춰 의사 인력 증원계획도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공론장에는 앙상한 시장방임적 의대 증원만 남았다. 이대로라면 의료취약지역의 주민들이 처한 건강권의 공백, 갈수록 심각해지는 의사 구인난으로 고전하고 있는 지방의료원들의 처지가 답보상태에 처하게 될까 걱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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