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대 5’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배우자 김혜경씨가 경기도 법인카드로 민주당 관련 인사에게 식사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언론은 14일 오후 4시경부터 ‘속보’를 쏟아내며 관련 소식을 보도했다. 15일 오후 2시까지 22시간 동안 ‘김혜경 기소’ 키워드로 뉴스를 검색(다음 뉴스 제휴 언론사)한 결과 130건의 뉴스가 나왔다.

관련 보도는 대선 후보까지 지냈던 이 대표 배우자의 도덕성 문제라는 점에서 뉴스 가치가 높다. 재판이 남았지만 검찰 기소 단계에서도 충분히 다룰 수 있는 내용이다. 검찰은 법인카드 사적유용 식사비가 10만 4000원이라고 했지만 향후 개인 음식값 등에 대한 법인카드 결제 혐의도 수사할 예정이다. 10만 4000원이라는 액수가 소액이긴 하지만 법인카드를 사적유용했다면 잘못이 크다. 130건 뉴스는 혐의 내용과 함께 향후 검찰 수사 방향 등을 포함해 민주당의 반발 내용도 담겨 있다.

다만, 14일 오후 8시 30분경 연합뉴스가 보도한 이재명 대표 측 입장을 받아 인용한 보도는 같은 기간 5건에 그쳤다. 연합뉴스는 이 대표 측이 통화에서 “김 씨는 자신의 식비 2만 6000원을 결제했을 뿐, 동석자들의 식비 액수나 결제 여부는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자신이 모르는 식비 10만 원은 기소하고,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면전에서 받은 300만 원 디올백은 모른 척하는 게 윤석열 검찰의 공정인가”라고 되물었다고 보도했다.

▲ 김건희 여사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배우자 김혜경씨.
▲ 김건희 여사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배우자 김혜경씨.

연합뉴스 특성상 중요한 발언 내용을 보도하면 타 매체에서 인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김혜경씨 기소 소식에 이 대표 측 반응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형평성 있게 다뤄져야 한다. 그런데 “300만 원 디올백은 모른 척”이라는 발언을 검색하면 뉴스 보도량이 상대적으로 적다.

공표된 발언이 아닌 연합뉴스 통화에서 익명의 관계자가 한 말이라는 점에서 인용 보도가 적을 수 있다. “밥값 10만 원짜리 수사를 23개월이나 끌다가 사실상 공소시효 만료 하루를 남기고 기소한 게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지휘한 검찰의 현 주소”라는 정성호 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발언을 인용한 보도가 이미 다수 나오긴 했다.

하지만 “300만 원 디올백은 모른 척”이라는 대목은 검찰 수사의 편파성에 대해 이재명 대표 측의 문제의식이 반영된 핵심 발언이라는 점에서 관련 보도량이 적은 점은 눈여겨 볼 지점이다.

이런 가운데 양당은 ‘김혜경 기소’와 ‘김건희 디올백’ 이슈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피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김혜경씨 기소에 대한 공식 논평을 발표하지 않았다. 대신 15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이개호 정책위의장은 “(윤 대통령이)국민 앞에 약속을 말하기 이전에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에 대한 국민들의 물음부터 제대로 답해주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김혜경 기소 속보가 나오고 14일 오후 5시 50분경 김예령 대변인 논평으로 “민주당은 이번에도 ‘10만 원도 안 되는 밥값’ ‘먼지털이 수사’ 운운하며 비판할 것이냐”며 “적어도 책임 있는 공당의 대표라면, 아무리 사소한 의혹일지라도 국민 앞에 소상히 해명하고 사과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15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김혜경 여사나 이재명 대표에 대해서 과일 천만 원어치 사 먹고 일제 샴푸 쓰고 제사상 대신 차려주고 이런 부분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일들에 대해서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선 일체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김혜경’, 국민의힘은 ‘김건희’라는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입을 닫으면서 동시에 서로 반대의 리스크를 강조하며 묻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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