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방송통신위원회 지상파 재허가 심사 결과 비정규직 문제 개선을 골자로 한 재허가 조건을 삭제해 방송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노조 지역민영방송노동조합협의회(지민노협), 사회 각계 단체들이 모여 방송계 비정규직의 노동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만든 엔딩크레딧은 각각 입장을 내고 방통위 재허가 조건을 비판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방통위는 KBS2TV, SBS, MBC UHD 등 34개 방송사(방송국 기준 141곳) 재허가를 결정하면서 공통 조건으로 부가된 ‘비정규직 처우 개선방안 마련 및 자료제출’ 조건을 삭제하고 비정규직 현황 제출만 조건으로 부가했다. 재허가 조건은 이행하지 않을시 시정명령, 재허가 취소로 이어질 수 있는 강제력 있는 조치다.

▲ 지난해 9월 1일 지상파 방송사 협회인 한국방송협회가 주최한 ‘방송의날’ 행사장에서 엔딩크레딧의 활동가들과 고 이재학 CJB청주방송 PD의 동생 이대로 대표 등이 기습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지난해 9월 1일 지상파 방송사 협회인 한국방송협회가 주최한 ‘방송의날’ 행사장에서 엔딩크레딧의 활동가들과 고 이재학 CJB청주방송 PD의 동생 이대로 대표 등이 기습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앞서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방통위는 지상파 재허가를 의결하면서 조건으로 비정규직 현황 제출과 함께 ‘비정규직 처우 개선방안을 마련해 재허가 이후 6개월 이내 방통위에 제출하고 그 이행실적을 매년 4월 말까지 방통위에 제출할 것’을 강제했다. 

엔딩크레딧은 “‘방통위의 지상파 재허가 심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한테는 참담한 결과”라며 2020년 재허가 조건에 관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죽어나가도 꿈쩍 않던 방송사들을 현행 방송제도 속에서 최소한으로 규제하려던 움직임”이라고 했다.

엔딩크레딧은 “‘비정규직 처우 개선방안 마련 및 이행’ 문구를 삭제하려면 그 전제는 하나여야 한다. 방송 비정규직 이슈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다는 게 그것”이라며 “KBS를 비롯한 MBC·SBS, 광주MBC, UBC 등에서 ‘노동자성을 인정받고도’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거나, 원직복직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곳들이 허다하다. 또한 돌아가더라도 다시 프리랜서의 지위에 놓이게 되는 일들도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 지민노협은 지난 2일 성명을 통해 “오히려 최근 적자 운영중인 방송국에 경영개선을 위한 계획안을 제출하라고 명시해, 비정규직에게 직접적으로 타격을 줄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권의 ‘방송 공공성 해체 청부사' 김홍일의 방통위가 내놓은 심사 결과는 오히려 3년전보다 퇴보했다”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지민노협은 “2월4일은 故 이재학PD가 세상을 떠난지 4주기가 되는 날이다. 방송의 공공성을 존재의 이유로 삼는 방통위라면, 이재학의 죽음을 무겁게 받아 안아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진일보한 대책을 내놓았어야했다”며 “최소한의 재허가 조건을 빼는 것은 그들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했다. 

언론노조는 방통위의 지상파 재허가 평가 논평을 통해 △형식적인 방송사 비정규직 실태조사 △SBS에 태영건설의 위기를 떠넘길 방임 △KBS의 구조조정 계획 제출 요구 △ 자체 심의에서 내부 검열로 전환한 공정성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비정규직 관련 재허가 조건에 관해 언론노조는 “방송사 비정규직 현황 및 실태 파악을 하는 이유는 비정규직의 고용안정과 콘텐츠 제작 역량의 강화를 위한 목적 때문이다. 목적이 없고 그 내용도 공개하지 않을 조사를 왜 방송사에 요구하는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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