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서울교통공사가 역사 내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시위를 진압한 것은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서울교통공사는 민법상 공권력을 행사하는 주체이기에 기본권을 보호할 의무가 우선이라는 취지이다. 공사측은 민변 의견서 수령을 거부했다.

민변 집회·시위 인권침해감시 변호단과 전장연은 30일 서울교통공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사 측의 시위 진압 등 행위가 기본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지하철 탑승 행동에 나서거나 현장을 취재하던 중 공사에 의해 퇴거 또는 진압된 당사자들이 기자회견에 참여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집회·시위 인권침해감시 변호단과 전장연은 30일 서울교통공사 앞에서 서울교통공사의 시위 원천봉쇄와 강제퇴거, 연행이 집회·시위의 권리 등 기본권 침해라는 법률 의견서를 전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레디앙 여미애 기자 제공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집회·시위 인권침해감시 변호단과 전장연은 30일 서울교통공사 앞에서 서울교통공사의 시위 원천봉쇄와 강제퇴거, 연행이 집회·시위의 권리 등 기본권 침해라는 법률 의견서를 전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레디앙 여미애 기자 제공
▲박한희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가 30일 전장연 지하철행동 강경대응 관한 민변 의견서 전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레디앙 여미애 기자 제공
▲박한희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가 30일 전장연 지하철행동 강경대응 관한 민변 의견서 전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레디앙 여미애 기자 제공

박한희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는 “현장을 총괄하는 공사 직원들은 ‘남의 집에서 뭐하는 거냐’는 말을 현장에서 서슴없이 한다. 역사가 자기의 소유물이고 개인의 주택에 들어온 사람을 몰아낼 민법상 ‘방해배제청구권’이 있다고 주장한다”고 지적한 뒤 “공사는 사인이 아니라 서울시의 위임을 받아 공공시설을 관리하는 공적 법인으로 집회의 자유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특히 역사 같은 옥내집회는 신고 의무도 없다. 전장연 시위는 공사가 보호해야 할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서울교통공사가 ‘방해배제청구권’을 주장한 것은 “공기업으로는 초유의 주장”이라고 했다. 그는 “공사가 역사 소유권자인지는 등기부등본 등에서 전혀 확인할 수 없다. 또 공사는 단순한 사인이 아니라 공적으로 쓰이는 역사를 운영하는 주체로, 사인의 승강장 진입을 막거나 밖으로 끌어내는 행위의 적법성은 민법이 아닌 헌법, 행정법 등 공법에 의해 살펴야 한다”고 했다. 공사가 또다른 근거로 제시한 철도안전법 48조(정당한 사유 없이 고성방가·소란 행위)를 두고도 “48조의 대전제는 ‘철도 보호와 질서유지에 해가 되는 행위’이다. 승객이 내리는 걸 방해한 건 기자회견이 아니라 이를 에워싸 스크럼을 짠 수십 명의 경찰과 공사 직원들”이라고 했다.

▲지난 22월 지하철 타기 행동 중 연행된 뒤 구속영장 기각 결정을 받은 유진우 전장연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레디앙 여미애 기자 제공
▲지난 22월 지하철 타기 행동 중 연행된 뒤 구속영장 기각 결정을 받은 유진우 전장연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레디앙 여미애 기자 제공

지난 22일 지하철 탑승 행동 중에 연행된 뒤 구속영장 기각 결정을 받았던 유진우 전장연 활동가는 “구속영장 실질심사 도중 판사가 ‘왜 (공사가) 탑승을 저지하는가, 내 상식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하더라. 그 말 안 되는 일을 공사가 벌이고 있다”며 “불법퇴거와 불법연행으로 우리 권리를 지키려는 목소리를 이 세상에서 없애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 현장을 취재하다 공사 직원들에 의해 강제퇴거 당한 레디앙의 여미애 기자는 “카메라와 기자가 없는 곳에서 공사의 언행을 누가 감시하나. 서울교통공사는 비마이너와 경향신문 등 기자들과 다큐멘터리 감독을 현장에서 끌어내린 일에 대해 사과하고, 최영도 서울교통공사 고객안전지원센터장 처벌과 재발 방지 약속을 하라”고 했다.

공사 측 ‘의견서 거부’…“침묵시위도 언제든 돌변할 수 있다”

▲30일 기자회견에 앞서 경찰은 공사 측 시설보호요청으로 사옥 앞에 기동대 버스와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공사 문에 의견서를 붙이며 공사 측 수령 거부에 항의했다. 사진=레디앙 여미애 기자 제공
▲30일 기자회견에 앞서 경찰은 공사 측 시설보호요청으로 사옥 앞에 기동대 버스와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공사 문에 의견서를 붙이며 공사 측 수령 거부에 항의했다. 사진=레디앙 여미애 기자 제공

민변은 이날 교통공사 측 대응이 위법하다는 의견서를 전달하려 했으니 공사 측이 수령을 거부했다. 교통공사 측은 의견서를 받지 않은 이유로 “사전에 교감된 부분이 아니라 무리가 있다”면서 추후에도 의견서를 검토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의견서를 공사 사옥 문 앞에 붙이면서 수령 거부를 비판했다. 현장엔 공사 측의 시설보호 요청에 따라 경찰의 기동대 버스와 바리케이드가 설치된 상황이었다.

교통공사 언론팀장은 이날 통화에서 “기자회견이나 침묵시위도 언제든지 돌변해 일렬로 탑승하기로 변할 수 있다. 공공 안전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배제할 수 있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법이 유진우 활동가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전장연 탑승 제지가 정당한 업무집행인지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시한 것에 대해선 “재판 등에서 확정되지 않았고 참고사항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하철 역사는 공사 소유물에 해당한다며 “역사가 공공시설이긴 하지만 공사가 위탁받아 소유하고 있다. 영업시설이자 영업재산이고 공중이용시설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제처 홈페이지상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편의증진보장에관한법률 소개’에선 공중이용시설의 예로 ‘지하철 역사’를 명시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도 ‘지하 역사’를 공중이용시설로 규정한다.

한편 서울교통공사는 전장연 시위 진압 현장을 지휘해온 최영도 센터장을 오는 2월1일자로 직위해제하고 공사 인재개발원 수석교수로 전보 발령했다. 공사 측은 전보의 이유로 “본인도 언론보도로 힘들어했는데, (전보의) 내막은 알지 못한다”고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