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한 표적감사, 억지감사다.”

방송통신위원회의 팩트체크넷 감사 결과를 접한 사회적 협동조합 빠띠(이하 빠띠)의 권오현 대표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팩트체크넷 사업 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반발했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이 정한 가이드라인대로 일을 진행했을 뿐, 사업 과정에서 불법·부당 행위는 없었다는 것이다.

팩트체크넷은 문재인 정부의 허위조작정보 대응 정책 일환으로 출범했으며, 한국기자협회·방송기자연합회·한국PD연합회·빠띠가 공동 출자했다. 제휴 언론사가 시민들의 팩트체크 제안을 받아 기사를 작성하거나, 시민들과 협업해 기사를 작성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팩트체크넷 활동은 순탄치 않았다. 국회는 팩트체크넷 예산을 지속적으로 삭감해왔고, 국민의힘은 팩트체크넷이 편향됐다고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왔다. 결국 팩트체크넷은 예산 문제로 지난해 초 운영을 중단했고, 방통위는 지난 18일 ‘팩트체크넷 운영 과정에서 인건비 과다 지급 등 불법·부당행위가 있었다’며 관련자 수사를 요청했다.

방통위의 주 감사대상은 플랫폼 제작에 참여한 빠띠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29일 빠띠 권오현 대표(이하 권)와 황현숙 이사(이하 황)를 만나 이번 감사에 대한 입장과 팩트체크넷 사업에 대한 소회를 들었다. 권 대표는 이번 감사를 “표적·억지 감사”라고 비판하면서도 정부가 팩트체크 지원을 멈춰선 안 된다고 밝혔다. 아래는 일문일답.

▲권오현 사회적 협동조합 빠띠 대표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권오현 사회적 협동조합 빠띠 대표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 이번 감사에 대한 총평은.

권 “명백한 표적감사, 억지감사다. 기습적으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9월부터 끊임없이 자료 요청을 받았고, 성실하게 제출했는데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다. 그리고 팩트체크 사업이 총 50억 원 규모인데, 4억 원 정도의 예산만 들어간 빠띠만 표적이 됐다. 급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팩트체크 사업을 다시 시작하고 싶으니 이전 사업을 털고 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 팩트체크 사업에 참여한 계기가 무엇인가.

권 “빠띠는 디지털 기술로 사회에 더 나은, 더 나은 사회를 위한 플랫폼을 만드는 활동가들의 사회적 협동조합이다. 시민들의 역할을 확대하는 공적 플랫폼을 만들어내는 일을 해보자는 뜻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있는 조직인데, 팩트체크 사업이 이에 부합했다. 2020년 초 방송기자연합회가 함께하자고 제안했다. 당시 빠띠도 시민 중심의 팩트체크 사업을 준비하던 차였는데, 제안이 와서 계획 중이던 사업을 포기하고 함께하게 됐다.”

- 팩트체크넷 사업이 잘 진행됐다고 생각하는가.

권 “걸음마 단계에서 발도 제대로 떼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전문가와 시민이 모여서 팩트체크를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고, 이를 실제 모델로 겨우 보여줬다. 악조건 속에서 나름 의미있는 성과도 냈지만 본격적인 활동을 하진 못했다. 제대로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면 잘할 수 있었을 거고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었을 거다.”

- 팩트체크넷은 2021년부터 2년이 채 가동되지 않았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인데, 우리 사회에 긍정적 역할을 했다고 보는가.

권 “이제 시작하는 단계에서 끝이 났으니, 미미하다고 평가할 수밖에. 다만 전문가들이나 시민들이 팩트체크에 대한 효능감을 느꼈다는 게 중요하다. 세계적으로도 팩트체크 콘텐츠를 만드는 게 쉽지 않다. 팩트체크넷이 만들어낸 결과물은 적지 않았고, 정상적으로 운영됐다면 더 많은 성과를 보여줄 수 있었다. 궁극적으론 팩트체크 포털을 만들려 했다. 검색엔진에 팩트체크넷 결과물이 노출될 수 있도록 구글과도 협의하고 있었다. 일반 기업을 기준으로 플랫폼 하나를 성장하기 위해선 7년이 소요된다. 전체 예산이 50억 원인데 재단법인 팩트체크넷에 투입된 예산은 11억 원(2021년~2022년) 정도였고, 플랫폼 사업 예산은 4억 원 정도였다. 충분하지 않은 시간과 예산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냈는데, 다음 단계로 나아갈 기회가 오지 않았다.”

- 팩트체크넷 사업 중 많은 비판이 있었다. 특히 국민의힘 측에선 참여 언론사가 특정 진영에 편중됐다고 비판해왔다.

권 “편향적이지 않다. 팩트체크에 대한 어젠다는 던질 수 있었지만, 세부 주제를 선택하는 건 참여 언론사와 시민들 몫이었다. 여러 집단이 모여서 결과물을 내는 것이기에 편향적일 수 없다. 참여 언론사 역시 편향적이지 않다. MBN도 참여했고, 기자협회나 방송기자연합회, PD연합회를 통해 다른 언론사 참여 요청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정치와 관련된 주제는 12%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맥락을 다 생략하고 ‘편향적이다’라고 비판을 한 거다. 물론 여기에 대해 우리가 제대로 방어를 못 한 측면이 있다.”

황 “우리의 일에 충실하면서 비판을 뚫고 가자는 입장이었다. 결과물을 보여주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이라면 해명자료를 내고 반박을 했을 건데, 그땐 그러지 못했다.”

▲ 팩트체크넷 서비스 갈무리
▲ 팩트체크넷 서비스 갈무리

- 국회에서 예산을 삭감하기도 했다.

권 “팩트체크에 대한 기대가 달랐던 것 같다. 정치인들은 공적인 기관을 통해 사회에 기준을 잡아야 한다고 봤던 것 같다. 우린 시민과 전문가가 함께 발전시켜야 한다고 봤고. 지향하는 방향성이 달랐다. 그러다 보니 예산이 삭감됐고, 국민의힘 입장에선 눈엣가시 같은 사업이었으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 물론 우리가 기자와 전문가, 시민들이 함께하는 협업 방식의 팩트체크를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

-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의 감사 결과가 논란이었다. 우선 소유권 논란이 있다. 2020년 초 나온 공고문을 보면 팩트체크넷 저작권은 방통위에 있어야 하는데, 나중에 수행기관으로 넘어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권 “빠띠는 팩트체크넷이 정부나 특정 기관의 것이 아니라, 제3의 공적재단이 된다는 취지에 공감했기 때문에 사업에 참여했다. 그러지 않으면 참여할 이유가 없었다. 소유권이 제3지대에 있다는 목표에 공감했던 거고, 사업 참여 단계에서도 그렇게 이해하고 있었다. 소유권 논쟁이 불거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 사업 쪼개기 논란도 있다. 플랫폼 기능 고도화 사업 수행 단체를 임의로 지정했다는 내용인데, 사업 수행 단체가 빠띠다. 여기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황 “시청자미디어재단이 법률 자문을 거쳤고, 공모하지 않고 협약을 통해 일을 진행해도 된다고 했다. 쪼개기라고 이야기하는데, 문서로 기록이 남아있다.”

권 “쟁점이 되는 사업이었기에 돌다리 두드리듯 진행해 왔는데, 그 돌다리가 잘못 되었다고 하는 건 납득할 수 없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은 2020년 11월 펙트체크넷 운영진에 이메일을 보내 “플랫폼 사업은 재단에서 방통위와 협약단계부터 바로 공모없이 지정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법률검토 결과 플랫폼 사업은 공모 없이 예외조항을 통해 가능하다”고 밝혔다.)

- 인건비와 관련된 비판이 있었다. 빠띠가 인건비를 과다 책정해 부당하게 보조금을 타냈다는 주장인데, 경비산출 근거가 적절했다고 보는가.

황 “핵심은 보조금 사업의 경비산출 기준이다. 방통위는 개발자가 실제 받은 인건비를 기준으로 경비를 산출해야 한다고 봤다. 하지만 빠띠는 협약 체결 당시 ‘소프트웨어 인건비 개발 단가’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이해했다. 이는 협약서에도 포함된 내용이었다. 보조금이든 용역이든 임금 기준을 빠띠가 임의로 제시할 수는 없다. 국회가 정한 예산안에서 기재부가 정한 기준단가를 바탕으로 협약을 맺었다. 그런데 방통위 감사관은 지금 정부 기준을 쓴 것이 잘못되었다고, 그래서 수사까지 하고 환수해야 한다고 발표한 셈이다. 또 일부 언론보도를 보면 빠띠가 돈을 횡령한 것처럼 읽히는데, 그렇지 않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일을 진행했고, 모두 인건비였다. 빠띠가 가이드라인을 어기지 않았다는 것은 방통위 감사관도 다 알고 있는 이야기다. 그리고 방통위 감사관이 제시하는 적정 개발비는 1억8000만 원인데 그 예산으로 플랫폼과 앱을 만드는게 가능한가 묻고 싶다.”

(빠띠와 시청자미디어재단이 2021년 5월 체결한 팩트체크넷 협약서를 보면 ‘2020년 SW기술자 임금실태조사’에 따른 평균임금을 적용한다는 문구가 있다.)

▲시청자미디어재단과 빠띠가 체결한 팩트체크넷 운영 협약서 중 인건비 관련 항목.
▲시청자미디어재단과 빠띠가 체결한 팩트체크넷 운영 협약서 중 인건비 관련 항목.

- 일부 언론이 이번 결과를 두고 빠띠를 비판했다.

황 “인건비를 유용했다는 식의 기사를 쓴 곳이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우린 인건비를 부풀리지 않았고, 목적 외로 사용하지 않았다. 보수 언론이 보도한대로 인건비를 받지도 않았다” 

권 “반론 보도자료를 냈는데 받아주지 않더라. 방통위 역시 언론사에 정정 요청을 하지 않고. 방통위가 보수 언론 보도대로 해석되길 의도한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 KBS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까지 갈 생각을 하고 있다.”

- 향후 정부에서 팩트체크넷과 유사한 제안이 들어온다면 응할 생각이 있는가.

권 “빠띠가 비판에 직면하고 공격받고 있지만, 그런데도 공적 지원이 동반되는 시민주도 팩트체크 사업은 필요하다고 본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정부의 역할은 계속되어야 한다. 이런 도전은 계속되어야 한다. 단, 조건이 있다. 정치권은 팩트체크 사업에 사적인 마음을 가지면 안 된다. 팩트체크 사업을 발전시키고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겠다는 대의가 있으면, 성장하도록 도와야지 ‘내 것’이라고 여기면 안 된다.”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권 “시민팩트체크 사업을 포기하지 않을 거다. 팩트체크넷 사업을 제안받으면서 접어뒀던 시민주도 팩트체크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여러 시련이 있었지만, 멈추지 않을 거다. 정부나 전문가가 단정하는 팩트체크가 아니라 집단 협업과 대화를 통해 팩트체크를 해나가야 하고, 이런 과정을 통해 사회적 신뢰가 생긴다는 믿음은 여전하다. 계속해서 시민들이 협력할 수 있는 디지털 공론장을 만들어갈 거다.”

빠띠는 지난 21일 ‘시청자미디어재단이 빠띠와 체결한 협약서 등에 따른 인건비 지급 기준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감사 전까지 문제를 제기하지 않다가 방통위가 별도의 사후적 기준을 제시해 불법으로 단정하는 것은 당혹스럽다’는 취지의 자료를 냈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25일 반박자료를 내고 “보조금법 등에 따른 인건비 산정 기준은 방통위가 사후에 제시한 기준이 아니라 보조사업 협약 체결 시부터 일관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라며 “보조금은 보조사업에 실제 필요한 경비를 산출하도록 되어 있어 보조사업인 팩트체크 사업의 경우 인건비를 산정할 때는 실제 지급되는 급여를 적용하여야 한다”고 반박했다.

또 방통위는 “당초 재단의 사업수행계획 검토 및 협약 체결부터가 적정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재단 담당자에 대한 문책을 요구했다. 재단으로부터 사후 정산보고서를 통해 지급 증빙 등을 제출받은 방통위에도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도록 통보 조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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