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간 방송된 SBS 장수 시사·교양 프로그램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가 폐지 위기에 놓인 가운데 시사교양본부 PD들이 이에 반발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SBS 시사교양본부 평PD들은 지난 15일 <세상에 이런 일이> 폐지에 반발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 따르면, 해당 프로그램 담당 PD는 지난 8일 CP(책임 프로듀서)로부터 프로그램 폐지를 통보받았다. 담당 CP는 ‘본부 차원에선 편성측에 폐지 반대의사를 밝혔지만 지금 상황은 어려워 보인다’며 제작진과 MC들에게 폐지 사실을 전달하라고도 지시했다. 

▲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사진 출처=SBS '세상에 이런 일이' 홈페이지.
▲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사진 출처=SBS '세상에 이런 일이' 홈페이지.

프로그램이 오래된 느낌을 줘 경쟁력이 없고, 적자 규모를 줄이기 위해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는 게 PD들이 전달받은 폐지 이유다. PD들은 다음 날인 9일 시사교양본부장이 폐지가 확정되지 않았다며 번복했다고도 전했다. 이어 12일 열린 시사교양본부 정기 평PD회의에서 시사교양국장은 ‘프로그램 폐지를 반대한다. 편성측에 시간대 이동을 요청했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시사교양본부 평PD들은 프로그램 폐지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PD들은 성명서에서 “시사교양본부에서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프로그램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막내를 벗어나 처음으로 구성과 편집을 배우는 작가와 PD들이 이 프로그램에서 세상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며 실력을 쌓는다”며 “프로그램의 평가 기준에는 수익만이 아니라 조직 내에서 담당하는 역할까지 아우르는 무형의 가치도 포함돼야 한다”고 했다. 

PD들은 이어 “프로그램이 사라지는 것은 단순한 일이 아니다. 본부 전체의 인재 양성 과정, 인력과 자원 배분의 문제를 뒤흔드는 중요한 일”이라며 “구성원들에게 충분한 설명과 설득의 과정이 없이 결정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PD들은 “시사교양본부 평PD들은 폐지 결정에 맞서겠다는 본부의 입장을 적극 지지하며 동시에 그 과정을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라며 “본부장 이하 국장 및 CP들은 시사교양본부의 상징과 같은 프로그램의 폐지를 막겠다는 약속을 지켜내기 위해 손익계산서만을 두드릴 사람들에 맞서 치열하고 진심을 다해 싸워야 한다. <세상에 이런 일이>를 잃는다는 것은 시사교양본부를 이끌어가는 보직자들에 대한 구성원들의 신뢰까지 잃게 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SBS측은 16일 폐지 여부에 대한 미디어오늘 질의에 “관련된 내용을 가지고 다양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1998년 방송을 시작한 <세상에 이런 일이>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신기하고 놀라운 이야기를 밀착취재하는 프로그램으로 매주 토요일 오후 6시50분에 방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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