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역을 방문하는데 해당 지역언론 기자들에게는 백브리핑(비공식 질의응답)을 제대로 공지하지 않아 지역언론 따돌리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 대통령 선거 전후에도 여러 지역을 방문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에서 윤석열 캠프 담당기자들과 동행하면서 지역언론 취재를 거부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0일 오전 경상남도 창원에서 열리는 국민의힘 경남도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했다. 이날 한 위원장은 “경남의 동료시민들을 깊이 존경한다”며 “국민의힘이 경남의 동료시민들을 위해 낮에도 밤에도 앞장서 진심과 실천으로 경남인들에게 더 사랑받고 인정받아 보겠다”고 말했다. 

▲ 지난 10일 경남 창원컨벤션센터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가 참석한 가운데 경남 지역 국민의힘 당원들과 함께 신년인사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 지난 10일 경남 창원컨벤션센터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가 참석한 가운데 경남 지역 국민의힘 당원들과 함께 신년인사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하지만 이날 한 위원장 발언 이후 비공식 자리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이 진행됐는데 경남을 취재하는 지역언론 기자들에겐 공지가 가지 않았다. 12일 정민주 경남신문 기자는 기자수첩 <지역언론 패싱 유감>에서 당일 현장 상황을 자세히 전했다. 

“경남에서 자주 보기 힘든 한 위원장을 취재하기 위해 많은 언론이 몰렸다. 행사 막바지 기자석에 있던 낯선 기자들이 우르르 자리를 빠져나갔다. 영문을 모르는 지역 기자들은 한 위원장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참석자들과의 ‘셀카’까지 보고 퇴장했다. 현장 스케치 중인 본 기자에게 ‘지금 안에서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는 당황스러운 소식이 전해졌다. 당장 도당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거세게 항의했다. 간신히 백브리핑장을 비집고 들어갔지만, 제2부속실·특별감찰관 공식 건의, 이태원특별법 등 굵직한 현안에 대한 질의응답이 오고 갔다는 것을 다른 매체 뉴스를 보고서야 알았다.”

▲ 12일 경남신문 4면 기자수첩
▲ 12일 경남신문 4면 기자수첩

정 기자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현장 스케치를 하고 있다가 한 위원장이 (행사장을 빠져) 나가지 않은 것 같아 (한 위원장 위치를) 타사 기자에게 물어보다가 다른 곳에서 백브리핑으로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경남도당 쪽에 전화해 ‘왜 우리한텐 알려주지 않았느냐’고 했더니 자기들도 몰랐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경남 내 다른 지역언론 기자들에게도 확인했는데 역시 백브리핑 소식을 몰랐다고 전했다. 

정 기자는 “기자수첩을 쓰기 전 타 지역언론 동료에게도 물어봤는데 거기서도 지역 기자들에게 (질의응답)시간을 만들진 않고 사전 공지가 없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며 “(경남)도당에서는 안전 관리 정도만 하고 전체적인 진행은 비대위에서 했다는 느낌이 드는데 주객이 전도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창원까지 왔는데도 한 위원장에게 우리가 물을 수 없으면 경남 이야기는 도대체 어디에서 들을 수 있나, 그 부분이 답답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공보실에선 서울에 있는 국회 출입기자를 중심으로 꾸린 국민의힘 출입기자들에게 한 위원장의 다음날 일정을 공지한다. 이번처럼 타 지역 행사가 있을 경우 취재 신청도 받는다. 지난 9일 국민의힘 공보실은 출입기자들에게 한 위원장의 10~11일 창원·부산일정을 공지하면서 숙박여부, 공보실 차량 이용 여부, 식사 여부 등을 신청받았다. 경남신문 ‘기자수첩’에 나오는 낯선 기자들은 서울에서 동행한 국민의힘 출입기자들이다. 

정 기자는 현장에 참석했는데도 왜 공식행사가 끝나고 진행한 한 위원장과 기자들의 비공식 질의응답 사실을 공지받지 못했을까? 통상 국민의힘 측에서 비공식 질의응답 시점이나 장소를 알려주지만 지역행사의 경우 해당 지역언론 기자들은 서울에서 온 국민의힘 관계자나 기자들을 모르고 그들간 소통 내용도 알 수 없기 때문에 해당 지역의 당 관계자가 알려줘야 한다. 경남신문 기사를 보면 경남도당 관계자는 “도당과 사전 조율이 안된 브리핑”이라고 해명했다. 즉 국민의힘 비대위에서 경남도당에 공지하지 않은 것이다. 

정 기자는 기자수첩에서 “이날 행사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경남에 대한 생각과 비전을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자리였다”며 “지역민을 대신해 한 위원장에게 질문할 기자들의 ‘입’이 막힌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 위원장은 이날 경남사람들에게 잘하고 싶다고 강조했다”며 “경남 민심을 대변하는 경남 언론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고 했다. 

정 기자가 거세게 항의한 뒤에서야 경남도당에서 간단한 질의응답 시간을 마련한 것도 문제지만 지역언론 홀대는 이날 만의 문제가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와 대통령 당선자 시절에 각 지역을 방문하면서 지역 기자들의 취재를 거부해 전국 10여개 지역 기자협회에서 공동으로 성명을 내기도 했다. 

당선자 시절인 지난 2022년 4월20일 한국기자협회 소속 지역기자협회 일동은 “지역 민심을 듣겠다는 윤 당선자는 이달 중순 대구·경북에서도, 오늘 전북과 광주·전남을 방문하는 자리에서도 지역 언론의 취재를 거부했다”며 “윤 당선자가 최근 보여주는 태도는 진정 지역 민심을 청취하러 온 것인지, 대통령 취임 초 각종 정치적 사안으로 그림자가 드리워진 새 정부의 탈출구를 ‘보여주기식 관광성 유람’ 형식의 지역 탐방으로 무마하려는 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 지난 10일 경남 창원컨벤션센터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가 참석한 가운데 경남 지역 국민의힘 당원들과 함께 신년인사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 지난 10일 경남 창원컨벤션센터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가 참석한 가운데 경남 지역 국민의힘 당원들과 함께 신년인사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국민의힘 측은 앞으로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경남도당 관계자는 경남신문에 “3월 필승 결의대회 등 다음 공식활동에선 지역언론과 도당 출입기자들을 우선하겠다”고 말했다. 정광재 국민의힘 대변인은 12일 미디어오늘에 “현장에서 급작스레 이뤄지는 상황 변화에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은 것 같아 유감”이라며 “이런 논란이 없도록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또 정 대변인은 “어려운 환경에서 지역민들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시는 기자들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