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20일 호남 일정을 수행하는데 해당 지역 기자들 취재를 배제해 논란이다. 지역을 방문하면 해당 지역에서 활동하는 기자들의 취재를 인정하고 질문을 받아야 하지만 서울에서 사전에 꾸려온 풀기자단에게만 취재를 허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풀기자단은 현실적으로 모든 기자들이 현장에 갈 수 없으니 대표로 일부 기자를 현장에 보내고 취재된 자료를 다른 기자들에게도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배현진 당선자 대변인은 윤 당선자가 이날 전북과 전남지역 3개 도시(전주, 광주, 영암)를 찾아 ‘약속과 민생의 행보’를 이어가겠다고 공지했다. 배 대변인은 “‘당선 후 다시 찾아뵙겠다’는 지역민들과 약속을 지키고 지역 민생 현주소를 직접 곁에서 돌아볼 계획”이라며 “전북지역으로 이동하는 비행기 내에서 새만금 개발에 대한 보고를 청취하고 이동 경로상 위치한 새만금 지역일대를 조망할 예정”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11시30분 전주 국민연금공단, 오후 2시30분 광주 국가 인공지능 집적단지 현장 방문, 오후 5시20분 영암 대불산업단지 방문 일정을 기자들에게 알렸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측에서 기자들에게 보낸 호남일정 관련 공지. 여기서 풀단은 국민의힘 출입기자단에서 꾸린 풀단을 말한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측에서 기자들에게 보낸 호남일정 관련 공지. 여기서 풀단은 국민의힘 출입기자단에서 꾸린 풀단을 말한다

‘지역민생의 현주소를 돌아볼 계획’에 해당 지역 기자들의 취재는 허용하지 않았다. 전북도청 관계자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윤 당선자 측에서) 전북 풀취재단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통보가 왔다”고 말했다. 

전북의 한 지역언론 기자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등 주요 인사가 지역에 올 때 지역에서도 풀기자단을 운영한다”며 “방송의 경우 ENG카메라(영상), 사진기자, 취재기자(펜기자)로 꾸려서 풀단으로 취재를 가는데 이번엔 다 막아버렸다”고 말했다. 해당 기자는 전북도 관계자를 통해 이 사실을 통보받았고, 몇몇 지역언론 기자들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측에도 연락했지만 같은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지역 이야기는 전혀 듣지 않겠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결국 지역기자들은 취재하지 말고 질문하지 말라는 뜻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통령 방문시 이런 경우가 처음이냐’는 질문에 해당 기자는 “내 기억으로는 처음”이라고 답했다. 

전북도는 이날 오후 윤 당선자가 전주를 방문한 사실과 송하진 전북도지사가 현안 관련 지원요청한 사실을 중심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현장 취재가 막힌 전북지역 기자들은 도에서 제공한 보도자료를 이용해 기사를 작성할 수밖에 없다. 

▲ 20일 전북도에서 제공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지역 방문 관련 보도자료
▲ 20일 전북도에서 제공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지역 방문 관련 보도자료

광주의 한 지역언론 기자 역시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광주시에서 카메라 기자, 펜 기자 등 풀단을 구성해서 취재하겠다고 요청했는데 당선자 측에서 ‘지난주 경북 일정도 자체적으로 했으니 지역에선 오지 말라’고 했다”라고 전했다. 해당 기자는 “결과적으로 지역기자들은 패싱된다”고 했다. 

지역기자들을 배제하는 사례는 심심치 않게 발생해왔다. 

지난해 12월1일 윤 당선자 후보시절 충남 천안과 아산시에 민생투어를 진행했는데 경호원들이 지역 언론인들의 취재를 막아 이를 비판하는 보도들이 나왔다. 천지일보 “[현장in] 윤석열 후보 ‘과잉경호’ 논란… ‘지역 언론 출입 안 돼’”를 보면 경호원들이 취재하려던 지역기자들을 반말로 응대하며 강제로 끌어냈다. 

▲ 지난해 12월1일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측에서 뉴스프리존 기자를 끌어낸 모습. 뉴스프리존 보도화면 갈무리
▲ 지난해 12월1일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측에서 뉴스프리존 기자를 끌어낸 모습. 뉴스프리존 보도화면 갈무리

지난달 3일 e대한경제 “반복되는 윤석열 후보 경호팀의 지역기자 홀대”를 보면 지난해 12월에 이어 3월에도 지역기자들의 취재를 막았다. e대한경제는 “이날 지역 기자들은 다른 기자들보다 일찍 방문해 기자 신분임을 밝혔다”며 “경호팀과의 실랑이 이외에 지역기자들이 더 분개한 것은 ‘서울 기자’들이 오면 그 뒤로 서라는 경호팀의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지역기자 차별 배경에 ‘서울중심주의’가 있다는 주장이다. 

윤 당선자가 후보시절 대구에 방문했을 때도 지역기자들이 구성한 풀기자단을 배제하고 서울에서 온 기자들의 취재만 허용했다. 

대구·경북의 한 지역언론 기자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대구에 주요 인사가 방문하면 대구시청 출입기자들, 야외행사 시엔 정치부 기자들로 꾸리는 식으로 대구에서 풀기자단을 만든다”며 “윤 당선자가 후보시절 지역 풀기자단을 배제하고 서울에서 온 기자단의 취재만 허용해서 대구지역 기자들이 강하게 항의한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대선 선거운동 때는 다른 후보들도 마찬가지였다”며 “악의를 가지고 배제했다기 보다 ‘서울공화국’이라는 말처럼 지역언론의 존재 자체를 신경쓰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당선자는 지난 11~12일 대구·경북 지역을 방문했다. 대구 지역언론 기자는 해당 일정에도 역시 대구지역 풀기자단 취재를 허용하지 않았다. 해당 기자는 “관행적으로 배제해왔고 우리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걸 알아서 따로 항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역언론 기자들은 어떻게 취재해 보도했을까? 해당 기자는 “실제로 가까이 접촉은 못하고 (당선자 등 정치인) 동선 중간중간에 기자들을 배치해 스케치하고 서울 풀기자단에서 나온 자료나 연합뉴스 참고해 기사를 쓸 수밖에 없다”며 “수도권에서 고속버스타고 기자단 꾸려 내려오면 취재나 백브리핑도 지역기자들 배제한 채 진행하는 것을 보면 박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는 당선자 측에서 지역언론과 소통하겠다는 의지가 부족한 탓이라는 게 지역 기자들의 생각이다. 지역언론 기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역일정을 방문할 경우 지역기자들과 간담회를 통해 지역민심을 들을 수 있고 지역기자들에게 지역 현안에 대한 메시지를 내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적어도 청와대나 국회, 주요 정당을 이미 출입하는 지역언론이라면 정치인의 지역 방문시 해당 매체의 다른 기자라도 취재단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윤 당선자 측은 기존 출입기자단과 협의한 내용이라는 입장이다. 배현진 대변인은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저희 전속이 다 있어서 풀 드리는데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풀단은 (출입기자) 간사단이랑 협의해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 간사단에도 지역기자들이 있는데 다 같이 말씀 나누고 한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출입기자단은 인수위 출입기자단이 아닌 국민의힘 출입기자단을 뜻한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인수위 측은 인수위에 출입할 수 있는 기자들을 별도로 신청받았지만 ‘인수위 출입기자단’을 꾸리지 않았다. 기존 국민의힘 출입기자단 중에서 풀러(풀단에 속하는 기자) 순서대로 지역 일정에 동행하는 식이다. 이번 호남일정 풀 순서는 SBS와 서울경제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약속과 민생의 행보' 일환으로 전북 전주 국민연금공단을 방문, 전북금융타운 예정부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약속과 민생의 행보' 일환으로 전북 전주 국민연금공단을 방문, 전북금융타운 예정부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대통령 당선자 일정에 서울에 있던 국민의힘 출입기자단이 동행하는 것 자체로 지역언론에 차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경남의 한 지역언론 기자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지역신문은 인력 문제가 있어서 당 출입기자단에 들어가 일상적으로 풀러로 활동하기 어려운데, 이미 중앙언론 위주로 만든 당 출입기자 시스템을 별개 기관인 인수위에 적용하면 인수위에서도 지역언론이 취재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해당 매체도 현재 인수위에 출입하고 있지만 인수위 측에서 지역언론 풀단에 대해 협의한 적 없다고 전했다. 이에 국민의힘 공보실 관계자는 이날 관련 질의에 “당선자 일정은 당선자 대변인실로 문의 부탁드린다”고 답했다. 

해당 기자는 “결국 사전에 알고 지내던 기자들을 데리고 오겠다는 뜻이고 지역기자들이 다양한 지역현안을 물어보는 게 불편해서 배제한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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