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8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대장동 50억클럽 특검법을 각각 의결했다.

대통령실이 곧바로 거부권 행사를 하겠다고 시사했지만 다시 국회로 재의요구(거부권 행사)할 경우 국민의힘에 정치적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특검법안을 공포하면 총선 기간 내내 특검 수사가 이슈가 된다는 부담이 있는 반면,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부인 비리 의혹 수사를 거부한다는 따가운 여론을 안고 가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다. 진퇴양난이라는 평가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원안 이은주 정의당 의원 대표발의, 수정안 배진교 의원 등 172인 발의)을 표결한 결과 재적 298인 가운데, 재석 180인 중 찬성 180인으로 가결되었음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수정안이 가결되었으므로 원안은 표결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김 의장은 대장동 특검법안(‘화천대유 50억 클럽 뇌물 의혹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수정안’)도 표결을 실시해 재적 298인 가운데 재석 181인, 찬성 181인으로 가결되었음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두 특검법안의 표결 모두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상태에서 이뤄졌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2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제 임명에 관한 법률안(김건희 특검법)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사진=국회 영상회의록 갈무리
▲김진표 국회의장이 2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제 임명에 관한 법률안(김건희 특검법)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사진=국회 영상회의록 갈무리

배진교 정의당 의원 등 172인이 발의한 김건희 특검법 수정안을 보면 수사대상은 △1.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및 가족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기타 상장회사 주식 등의 특혜 매입 관련 의혹사건 △2.이 사건의 수사과정에 범죄혐의자로 밝혀진 관련자들에 의한 불법행위 △3.제1호부터 제2호까지의 의혹 등과 관련되어 수사과정에서 인지된 사건 등이다.

국민의힘이 반대해온 특별검사 추천 조항은 대통령이 소속된 정당, 즉 국민의힘을 제외한 교섭단체와 교섭단체가 아닌 정당 가운데 의석이 가장 많은 정당에 추천할 수 있게 했다(제3조 제2항). 대통령의 의뢰를 받은 해당 교섭단체와 정당은 5일 이내에 2명의 특검 후보를 서면으로 추천하여야 한다. 특검법에 따르면, 그렇게 되면 대통령은 특검 후보 추천서를 받은 날로부터 3일 이내에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하여야 한다(제3조 제4항). 이에 따라 민주당과 정의당이 특검 후보 2인을 추천하게 된다.

이와 함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악법이라고 주장하면서 독소조항의 근거로 내세운 제12조(사건의 대국민보고)는 원안대로 통과됐다. 특검법 제12조는 “특검과 특별검사보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하여 피의사실 외의 수사과정에 관한 언론브리핑을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당장 대통령실은 특검법이 정부로 이송되면 거부권 행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지금 국회에서 쌍특검 법안이 통과됐다”며 “대통령은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는 대로 즉각 거부권을 행사할 것임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배경을 묻는 질의에 “지금까지의 특검은 여야가 합의로 처리해 왔다”며 “또 하나는 과거에도 수사 상황을 브리핑한 적이 있다고 하는데, 이렇게 선거 직전에 노골적으로 선거를 겨냥해서 법안을 통과시킨 경우는 처음인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는 재의결에 들어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법안을 확정할 수 있다. 국민의힘을 제외한 모든 정당 의석을 다 합쳐도 200석에 못미쳐 야당의 자력으로 재의결의 가결은 어렵다. 다만 안팎의 여론과 국민의힘 내부의 기류에 따른 국민의힘 의원 내부의 이탈표가 나타날지가 관건이다.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은데다 윤석열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간호법, 방송3법, 노란봉투법 등 쟁점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때마다 모두 거부권을 행사해 대통령 친인척 관련 특검법마저 거부할 경우 정치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총선을 3개월 여 앞두고 거부권 행사가 자칫 민심이반을 낳는 것 아니냐는 우려 탓이다.

▲ 지난 10월13일 김건희 여사가 전남 목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2023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전시장을 방문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 지난 10월13일 김건희 여사가 전남 목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2023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전시장을 방문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헌법 제53조 제3항은 대통령의 재의 요구권을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4항은 “재의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국회는 재의에 붙이고,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전과 같은 의결을 하면 그 법률안은 법률로서 확정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의결 투표는 무기명 비밀투표로 이뤄진다. 국회법 제112조 제5항은 “대통령으로부터 환부(還付)된 법률안과 그 밖에 인사에 관한 안건은 무기명투표로 표결한다”고 규정한다.

앞서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이날 본회의 제안설명에서 검찰이 대통령 부인에게 의혹에 대한 수사를 적용하지 않는 것을 두고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는 민주국가의 원리를 검찰이 대통령 부인에게만 적용하지 않겠다는 방증”이라며 “평범한 보통 시민들은 이것을 성역, 특권, 반칙이라고 말한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하는 공정과 상식, 법치에 부합하는지 국민 눈높이에 맞다고 보는지 되묻고 싶다”며 “더 이상 사법정의를 지연시킬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선임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민주당과 정의당이 밀실 야합을 통해 패스트트랙으로 올렸던 도이치모터스 관련 특검법과 50억 클럽 특검법이 총선을 앞두고 ‘야당 맞춤형’으로 보기 좋게 짜 맞춰지면서 결국 국민의 눈을 흐리고 국정을 혼란으로 몰아가겠다는 정치적 저의만 드러내고 말았다”고 밝혔다.

윤 선임대변인은 “없는 혐의도 만들어 낼 심산이 아니라면 이미 진행 중인 수사를 특검의 이름으로 멈춰 세워서는 안 된다”며 “사법리스크에 맞대응하려 ‘한풀이’에 나서려는 것이 아니라면 원칙과 상식의 선에서 그쳤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적 혼란은 아랑곳없이 특검으로 판을 키워 총선을 정쟁 속에 가두어 보겠다는 저급한 계산이 더욱 선명해질 뿐”이라며 “이 악법의 입법 과정과 절차, 내용 등을 국민 앞에 소상히 설명하고 야당의 입법 횡포에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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