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퇴출 등 지구의 미래를 논의하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시시각각 현장 분위기를 전하는 외신과 달리 아침신문 중 총회 현장을 취재한 신문은 지난해 3곳에서 올해 1곳으로 줄었다. 불명예스러운 ‘오늘의 화석상’ 수상 등 COP 현장에서 드러난 한국 비판 대목보다 환경부 주관 행사가 돋보인다는 지적이 이는 가운데 오히려 워싱턴포스트(WP)가 COP28 기간 한국의 재생에너지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개막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사진=유엔.
▲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개막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사진=유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개막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산유국 반발 등 격렬한 공방 끝에 지난 13일 종료됐다. 시선을 모았던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은 빠지고 ‘화석연료 전환’ 표현이 합의문에 포함됐다. 첫 총회 이후 28년 만에 지구온난화 주체로 ‘화석연료’를 규정한 것으로 합의문은 “2030년까지 공정하고 질서정연하고, 공평한 방식으로 에너지 체계에서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는 전환을 개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이번 COP28 현장에 취재 인력을 보낸 곳은 주요 일간지 중에선 한겨레, 방송사 중에선 KBS가 유일하다. 작년 총회 땐 경향신문, 세계일보, 한겨레, KBS가 현장을 취재했다. 재작년 총회 현장을 취재했던 연합뉴스와 뉴스1 등 통신사는 이번 총회엔 인력을 보내지 않았다.

세계일보 환경팀장을 지낸 윤지로 넥스트 미디어총괄은 통화에서 “현지 분위기를 전달해줄 수 있는 기자가 없어 개인적으로도 답답했다”며 “COP28은 굉장히 중요한 총회였다. 기후위기 피해 국가에 대한 ‘손실과 피해 기금’이 출범했고 글로벌 스톡테이크(온도 상승폭 1.5도 제한 목표 달성을 위한 지구적 이행점검) 보고서도 나와 국제적인 노력이 부족하니 이렇게 대응하자는 식의 결론이 담겨야 하는 중요한 해”라고 말했다.

▲ 8일자 한겨레 10면 기사.
▲ 8일자 한겨레 10면 기사.
▲ COP28에서 사상 첫 ‘오늘의 화석상’을 수상한 한국의 모습. 기후솔루션 제공
▲ COP28에서 사상 첫 ‘오늘의 화석상’을 수상한 한국의 모습. 기후솔루션 제공

한국이 기후위기 관련 비판받는 대목은 언론의 외면 아래 흐려졌다. 한국은 총회에서 기후위기 해결을 방해하는 국가에 수여하는 ‘오늘의 화석상’(fossil of the day prize) 3등을 수상했다. 오늘의 화석상은 세계 150개 나라의 2000개가 넘는 기후환경 운동단체의 연대체인 기후행동네트워크(Climate Action Network-International)가 총회기간 기후 협상 진전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한 나라들에 날마다 1~3위를 선정해 수여하는 상이다. 1999년부터 수여를 해왔으며 한국이 수상을 하는 것은 처음이지만 한국의 수상 소식을 전한 보도는 아침신문 중 한겨레가 유일했다.

기후 대응 지표도 ‘최악’에 가깝다. 국제 평가기관 저먼워치, 뉴클라이밋 연구소, 클라이밋액션네트워크(CAN) 인터내셔널이 지난 8일 발표한 기후변화대응지수(CCPI)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보다 4순위 하락한 64위(매우 저조함)를 기록했다. 한국보다 낮은 순위인 국가는 화석연료와 이해관계가 깊게 얽힌 산유국 3국(아랍에미리트, 이란, 사우디아라비아)으로, 사실상 한국보다 기후위기 대응을 못한 국가는 없는 셈이다. 중앙일보가 4일자 사설 <‘손실·피해 기금’ 출범, 한국도 기후위기 해결 책임 다해야>에서 수치를 언급했다.

비영리법인 기후솔루션은 지난 12일 ‘기후위기 피해에 대한 대한민국의 책임 : 국내총생산(GDP) 손실액에 대한 부채액 산정을 중심으로’ 요약보고서를 발간했다. 온실가스 배출의 비중으로 평가한 한국의 기후위기 책임 금액은 약 517조 원으로 전 세계 9위에 해당하며 이 같은 금액을 기후위기로 피해를 본 개발도상국, 저개발국가 등에 2050년까지 매년 배상한다고 가정하면 한국의 ‘기후 부채’는 연평균 20조 원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지면에선 경향신문만 13일 8면 <한국, 온실가스 배출 ‘기후 부채’는 517조 원 ‘세계 9위’>기사에서 이를 소개했다.

▲ 데일리안에서 cop28을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네이버 갈무리
▲ 데일리안에서 cop28을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네이버 갈무리
▲ 머니투데이에서 cop28을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네이버 갈무리.
▲ 머니투데이에서 cop28을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네이버 갈무리.

대다수 신문은 한국의 기후 대응 비판보다 세계적 차원의 총회 갈등을 그려냈다. 호주 바로사 가스전 사업으로 한국의 ‘오늘의 화석상’ 수상에 기여한 SK E&S에 대한 홍보성 기사도 다수였다. 총회 현장에 기자를 보냈다 하더라도 정부 주관 행사 위주로 보도가 이뤄졌다는 비판도 있다. 한겨레와 KBS 외에도 데일리안, 머니투데이, 전자신문이 UAE에 기자를 보냈지만 한화진 환경부 장관 발언, 한국수자원공사 기술 공유, 해양수산부 행사 기사 등이 이어졌다.

오히려 외신이 한국을 더 강하게 질타하는 모습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7일 <한국, ‘무탄소’ 계획 추진하지만 재생에너지 전환은 더디다> 기사에서 한국의 에너지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한국 정부는 COP28에서 새로운 ‘무탄소’(carbon-free) 캠페인을 전개할 예정이지만 기후 전문가들은 이 계획이 한국의 비재생 에너지원에 대해 의존하는 걸 가릴 뿐이라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탄소 배출이 세게 상위권이면서도 재생에너지 비중은 하위권인 한국의 상황을 비판한 것이다.

▲ 워싱턴포스트 7일자 기사.
▲ 워싱턴포스트 7일자 기사.

김원상 기후솔루션 커뮤니케이션 담당은 미디어오늘에 “총회에 대한 언론사들의 관심과 보도량 자체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라면서도 “아쉬운 건 다양한 의미와 해석 없이 주요 외신 보도와 결이 비슷했다는 것과 정부나 특정 기업에 대한 홍보성 보도 비중이 높았다는 점”이라고 했다. 윤지로 총괄은 “정부 주관 행사로 동선이 짜여도 그것만 다녀야 하는 건 아니다”며 “기획의도가 있다면 기자 판단 하에 정부 행사 외에도 자유롭게 취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지로 총괄은 “BBC와 가디언 등 외신은 기사뿐 아니라 문자처럼 홈페이지에 실시간처럼 현지 상황을 올린다. 현재 누가 들어왔고 어떻게 되고 있다는 것을 계속 전하는 것”이라며 “그런 것과 비교하면 총회 보도가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담당 기자들에 왜 현장을 가지 않냐고 물었더니 회사에서 비중 있게 보지 않고 있다는 답을 들었다. 아직 정부 차원에서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기후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지 않고 이니셔티브를 주도하는 것이 없으니 언론사의 관심도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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