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13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COP28에서 술탄 아흐헤드 알자베르 COP28 의장이 합의문 초안이 공개된 후 걸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 12월13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COP28에서 술탄 아흐헤드 알자베르 COP28 의장이 합의문 초안이 공개된 후 걸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을 합의문에 명시하는 대신 각국이 화석연료에서 ‘멀어지는 전환’을 약속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신문들은 논조와 무관하게 화석연료 의존에서 벗어나려는 공동의 움직임에 처음 합의했다면서도 ‘퇴출’을 명시적으로 담지 못해 초안보다 후퇴했다고 평했다.

당사국 총회는 13일 사상 처음 화석연료에서 벗어나기 위한 합의로 막을 내렸다. 합의문은 “2050년까지 전세계가 넷제로(이산화탄소 순배출 0)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결정적인 시기인 10년(2021~2030년) 안에 에너지 체계에서 화석연료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전환을 가속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 그 방식이 “공정하고 질서 있고 공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14일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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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아침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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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들은 기후위기 주범인 ‘화석연료’가 당사국총회 합의문에 등장한 건 1996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첫 당사국총회 이후 처음이라고 했다. 술탄 자비르 당사국총회 의장은 이번 합의가 “역사적”이라고 했다.

폐막일을 하루 넘겨 연장전 끝에 합의됐는데, 지난 11일 공개된 초안엔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이라는 문구가 없이 ‘화석연료의 생산과 소비를 줄인다’는 문구만 들어가 반발이 거세져서다. 이에 폐막식을 미룬 끝에 ‘화석연료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전환(transitioning away)’을 10년 이내 개시해야 한다고 밝히는데 합의하고 명시적 문구는 빠졌다.

▲14일 경향신문
▲14일 경향신문

다수 신문이 이를 주요 지면에 실었다. 신문들은 ‘28년 만에 화석연료 감축을 공식 기재한 역사적 합의’라면서도 ‘퇴출’ 문구를 뺀 미진한 합의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당초 100개국 이상이 요구한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이라는 표현은 빠졌다”고 했고, 조선일보도 “산유국들의 반대로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 문구는 빠졌다”고 했다. 중앙일보도 퇴출을 명시하는 대신 ‘감축’에 그쳤다고 했다.

▲14일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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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세계일보
▲14일 세계일보
▲14일 조선일보
▲14일 조선일보
▲14일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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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1.5도 목표’ 달성을 위해선 2030년엔 탄소배출량을 2019년 대비 43% 줄여야 한다”며 “COP28개막 전부터 기후변화 최대 피해국인 39개 도서국과 국제기후환경단체들은 이번에야말로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을 합의문에 못 박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했다.

특히 기후 재앙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작은 섬나라들이 결성한 군소 도서국 연합은 이 합의가 충분하지 않다고 비판한다. 군소 도서국 연합은 연합에 속한 39개 대표들이 참석하지 않은 데 합의를 통과시킨 점을 지적했다. 또 “당사국들이 2025년까지 최대 배출량 감축을 달성하겠다는 약속을 찾아볼 수 없다. 우리는 과학을 말하지만, 과학이 말하는 바에 따른 조치를 취하겠다는 약속은 빠져 있다”고 했다.

▲14일 중앙일보
▲14일 중앙일보

경향신문은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 조건도 완화됐다. ‘재생에너지 3배 증가, 에너지 효율 2배 증가’ 목표에도 구체적 기준 시점과 목표 수치가 모두 빠졌다”며 “초안에 포함됐던 ‘저감 조치 없는 신규 석탄 발전 허가 제한’ 내용도 사라졌다”고 했다. 한겨레는 군소 도서국 연합이 “당사국들이 2025년까지 최대 배출량 감축을 달성하겠다는 약속을 찾아볼 수 없다. 우리는 과학을 말하지만, 과학이 말하는 바에 따른 조치를 취하겠다는 약속은 빠져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고 했다.

한겨레는 “‘단계적 퇴출’에 결사반대 입장을 보였던 사우디아라비아는 ‘대성공’이라고 평가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했다”고 했다.

▲14일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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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UAE 석유공사 포집하겠단 탄소 1천만톤, 배출은 34억톤”

한겨레는 총회 의장국이자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가 주요 의제로 만들려 한 ‘탄소 포집’의 실체를 다뤘다. 박기용 기후변화팀 기자는 칼럼 ‘유레카’에서 “탄소 포집은 화석연료에서 대기로 배출된 탄소를 다시 잡아내 땅속이나 해저에 보관하는 기술이다. 당장 배출 감소가 쉽지 않은 분야에 적용할 실험적 기술인데, 갈수록 이 기술로 탄소중립이 가능하리라 착각하는 이가 많아진다”고 했다.

박 기자는 “이 기술을 경계해야 할 이유는 너무도 많다. 배출 감소가 쉽지 않은 분야의 전환 노력을 소홀히 만들기도 하고, 무엇보다 비용이 매우 비싸 활용도가 떨어진다. 기술 자체에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 효과도 그만큼 적다. 고체(석탄)나 액체(석유)를 태워 기체(온실가스)로 만드는 일이 쉬울까, 그 반대가 쉬울까”라고 썼다.

박 기자는 “아랍에미리트 국영 석유기업인 아부다비석유공사가 2030년까지 늘리겠다고 한 탄소 포집 설비 용량은 연간 1천만톤 규모”라며 “비영리단체 ‘글로벌 위트니스’가 계산한, 아부다비석유공사가 2030년까지 배출할 이산화탄소 추정치는 34억2천만톤”이라고 꼬집었다.

▲14일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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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각국 대표 억만장자 4명 중 1명이 탄소배출기업”

경향신문은 “당사국총회(COP28)에 각국 대표로 등록된 억만장자 4명 중 1명은 석유화학, 광업, 축산업 등 오염물질 배출이 심한 산업으로 부를 얻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가디언 신문 보도를 전했다. 가디언은 옥스팜이 COP28에 등록된 억만장자 34명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했다.

옥스팜은 ‘기후 악당’ 억만장자 중 4명은 각국 대표단 회의와 주요 토론이 진행되는 블루존에서 협상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가졌고, 11명은 UAE로부터 직접 초청받은 인물이었다고 지적했다. 협상을 주관한 술탄 자비르 COP28 의장부터 화석연료 기업 대표다. 자비르 의장은 UAE 산업첨단기술부 장관이면서 국영 석유회사인 아드녹의 최고경영자(CEO)다.

한겨레는 당사국총회 폐막일인 오늘 사설을 냈다. 한겨레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으로 보건대, 탄소 배출과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길로 능동적으로 나아가지 않는 국가는 장차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나라는 윤석열 정부 들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원자력 발전을 확대하겠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샛길로 가는 것은 소탐대실이 될 수 있음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14일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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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 학교 관람 막으려 중계한 ‘막장 극우’

보수 단체와 극우 유튜브 채널 관계자 10여명이 13일 서울 마포구의 한 중학교 정문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 학교 학생들이 12·12 군사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을 단체관람하는 것에 항의하는 집회를 연 것이다. 경향신문과 한국일보가 이를 두고 ‘막장 극우’이자 ‘학교 앞 협박’을 용납해선 안 된다고 사설을 내 우려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이들은 영화 단체관람을 계획한 학교들을 비난·공격하는 글을 올려 취소를 종용한 뒤 급기야 학교 현장에 들이닥쳤다. 14일에는 송파구의 중학교를 찾는다고 했다. 이들은 ‘주입식 좌파 교육의 전형’인 단체관람을 막아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14일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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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한국일보

경향신문은 “1979년 전두환 등 신군부 세력이 자행한 12·12 군사반란은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역사적 판단과 사법적 처벌이 이미 내려졌고, 영화는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만들어졌는데 무엇이 편향이고 왜곡이란 말인가. 영화에 색깔론을 덧씌운 이들의 역사 인식이야말로 극심한 편향과 왜곡”이라고 했다.

학교 앞 시위 현장은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경향신문은 “유튜브 채널은 후원 계좌를 중계 내내 화면에 게시했다. 자신들의 시위가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학교 안전을 위협한다는 사실은 안중에도 없었다”며 “시선 끌기와 돈벌이가 우선인 사이버 렉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이런 행태는 군사반란 향수에 젖어 있는 게 아니라면 유튜브 수익을 올리려는 것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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