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이사들이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의 진행이 편파적이라고 주장하며 진행자 등 출연진을 심의하는 위원회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제343회 EBS 이사회 속기록에 따르면, 지난 9월21일 진행된 회의에선 국가교육위원회 출범 1주년 기념 EBS 5부작 특별기획 <백 년의 큰 약속, 교육의 길을 묻다> 진행을 맡은 정관용 교수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왔다. 지난 9월부터 10월까지 방송된 기획엔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유홍림 서울대 총장이 출연했다. 5부 ‘명사 좌담’ 편에선 정 교수가 좌담회의 MC를 맡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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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BS 5부작 특별기획 '백 년의 큰 약속, 교육의 길을 묻다' 진행을 맡은 정관용 교수. EBS 방송화면 갈무리.

정관용 교수는 굵직한 시사 토론프로그램을 진행해 온 시사평론가다. 정 교수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KBS 1TV 생방송 <심야토론>에서 돌연 하차돼 ‘블랙리스트’ 외압 논란이 일었다. 그동안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MBC <100분 토론>,  KBS 라디오 <정관용의 지금 이사람> 등을 진행했다. 현재 국회방송 <정관용의 정책토론>, KBS 라디오 <정관용의 시사본부>를 진행하고 있다. EBS 1TV <EBS 초대석>은 2010년부터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다.

먼저 발언에 나선 강규형 이사는 정 교수가 편파적 진행자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강 이사는 “내가 2017, 2018년에 무지하게 당할 때 정관용 MC가 나에 관해 엄청나게 왜곡보도를 해서 물의가 많이 일어난 거라 기억하시는 분들 있을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분은 아니지만 편향된 건 사실이고, 당시 잘못된 얘기를 그냥 들어 전파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분을 굳이 중립적 MC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강 이사는 2015년부터 KBS 이사를 역임하던 중 문재인 정부 들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해임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17년 12월 법인카드 부당 사용 등으로 당시 강규형 KBS 이사를 해임했다. 2018년 1월 강 이사는 문재인 대통령을 상대로 해임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이 지난해 9월 문 대통령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판결이 확정됐다.

강 이사의 발언에 김광호 EBS 편성센터장은 “진행에 있어 과거 경력 등은 개인적 경험이 있어 그렇게 말하시지만, 프로그램에 관해선 국가교육위원회와 EBS가 공동으로 기획하고 해당 MC와 내용에 대해 철저히 중립성과 객관성을 유지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 답했다. 

강 이사가 다시 “정관용 MC가 이번엔 균형 잡히게 했을지는 모르겠지만, 내 사례만 보더라도 결코 균형 잡힌 분은 아니다”라고 말하자, 김 센터장은 “EBS는 좌·우, 진보·보수에 상관없이 교육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모든 판단, 프로그램의 구체적 구성을 할 때 철저히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중심을 잡고 한다”고 답했다. 

이준용 이사 또한 정 교수가 TV수신료 분리징수 관련 토론회에서 편향적이었다며 비판했다. 정 교수는 지난 6월 TV수신료 분리징수 이슈와 관련해 KBS 1TV <수신료와 공영방송의 가치> 진행을 맡은 바 있다. 이 이사는 “(정 교수가) 어떤 성향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지난번 수신료 관련 대담 토론회에서 너무나 편향적이었고 윤석열 정부를 많이 비판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좀 균형이 없다’고 지적한다”며 “공영방송으로서의 MC(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교육위원들 만나보면 많은 위원들이 아니라고들 얘기한다”고 말했다. 

▲ KBS 1TV '수신료와 공영방송의 가치' 진행을 맡은 정관용 교수. KBS 방송화면 갈무리.
▲ KBS 1TV '수신료와 공영방송의 가치' 진행을 맡은 정관용 교수. KBS 방송화면 갈무리.

이준영 이사는 교육공영방송으로서 EBS의 역할을 언급한 후 “출연자 심의위원회, MC 선정위원회가 별도로 있나”라고 질문했다. 별도로 없다는 대답이 나오자 이 이사는 “출연자라든가 MC라든가 선정위원회를 만들어 공론화해서 객관적으로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 이사도 “내가 불법 폭력 린치를 몇 개월 간 당하고 결국 불법 해임됐는데, 그때 앞장섰던 분들이 요즘들어 갑자기 나의 불법 폭력 피해와 해임이 잘못됐다고들 나서고 있다”며 “전국언론노동조합이 별난 허위사실을 (주장)하는데, 정관용씨가 그걸 앵무새처럼 퍼뜨리는 역할을 해서 내가 갖고 있다. 법원에 제출해 전부 다 허위사실인게 밝혀져 판결도 났는데, 이런 분이 객관적이라고 얘기할 순 없다. 녹화까지 됐다니 어쩔 수 없지만, 사장님과 간부님들이 미리 스크리닝 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유열 EBS 사장은 “지금 유아 어린이 출연자 선정 문제는 공동으로 본부장이 부장들과 선정 절차를 이미 시행하고 있는데, 일반 프로그램들은 그렇게 안 하고 있다. 앞으로 이 부분은 제작본부를 중심으로 검토해보겠다”면서도 “(가이드라인은) 현업 PD들의 창의성도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에 같이 어울려서 제작본부에서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정 교수가 편향적이라는 주장과 관련해선 “MC의 객관성, 편파성 문제 등을 100% 그렇게 한다는 게 쉬워 보이진 않다”면서도 “다른 방송사에서 어떤 걸 했는지 일일이 검토하는 건, 어마어마한 사건이 아니면 어렵고, 정관용 MC를 개인적으로 보면 EBS에서 편파성 시비를 불러일으킨 적은 한 번도 없다. EBS와 일한 지 20년이 넘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최소한 EBS는 어떤 MC가 들어와도 지나친 편파성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출연자 심의위원회’ 제안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문종대 이사는 “경영진과 제작진의 자율성은 가능한 존중돼야 하고, 그에 대한 책임도 그 분들이 그만큼 져야한다는 측면이 있다”며 “MC나 출연자위원회를 설정하는 것도 좋겠지만, 프로그램 성격이나 기획 의도, 프로그램 내용은 담당 PD나 제작자들만큼 잘 알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최소한 제작자들이 자기검열(을 하거나), 창의성이 위축되지 않도록 고려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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