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취임 이후 EBS 이사회 내부에서 정치적 대립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BS 이사회에 최근 유시춘 이사장 해임 결의 관련 내용을 안건으로 올리겠다는 주장이 나왔다가 철회된 것으로 확인됐다.

EBS 이사 9인은 방통위가 임명한다. 한국교육방송공사법(EBS법)은 교육부 장관 추천 1명, 교육관련 단체 추천 1명을 포함해 9명의 이사를 방통위가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나머지 7명은 정부 2인, 여당 3인, 야당 2인 등이 추천하는 관행이 이어지면서 사실상 여야 7대2 구도가 유지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 8기 이사회 체제에선, 박태경 이사가 교육부 장관 추천, 류영호 이사는 교육관련 단체(한국교총) 추천 이사다.

▲ EBS 일산 사옥 앞. 사진=장슬기 기자
▲ EBS 일산 사옥 앞. 사진=장슬기 기자

하지만 방통위원 5명을 정부와 국회가 추천하기 때문에, 여야 간 권력 구도가 방통위를 통해 EBS에 미치게 된다. 방통위는 EBS 이사와 사장 임명 및 해임 권한을 갖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 8월 김효재 당시 위원장 직무대행 체제에서 TV조선 재승인 의혹을 이유로 정미정 EBS 이사를 해임했다.

지난해 8월 국민의힘 추천 황성현 변호사와 한국교총 추천 양영복 한국교총 사무총장이 임기 2년을 남겨두고 이사직에서 사임하면서 공석이 생겼고, 양 사무총장 후임으론 한국교총 추천인 류영호 이사가 선임됐다. 이후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지난 8월 취임 첫날 정미정 이사 후임으로 강규형 이사 임명안을 의결했다. 마지막 남은 한 자리엔 지난 10월 신동호 전 MBC 아나운서를 보궐이사로 임명했다.

강규형 선임 후 주요 논의는 ‘유시춘 이사장 해임’

강규형 이사 선임 후 EBS 이사회에선 유시춘 이사장 해임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2018년 9월 임명된 유시춘 이사장은 연임에 성공해 내년 9월까지 임기다. 강 이사는 지난 8월 첫 이사회 참석부터 적극적으로 유시춘 이사장의 자격을 문제 삼고 있다. 

강 이사는 취임 후 첫 회의인 지난 8월 이사회에선 유시춘 이사장의 자녀 문제를 거론하며 “본인의 위기를 피하기 위해서 거짓 해명이 거짓을 낳고 쌓여 위선과 허위의 거탑을 쌓은 상태”라며 “그동안 무지막지한 정치권력과 노조가 보호막이 됐기 때문에 가능했지만 이젠 그 보호막이 사라지고 있다. 이사장이 그동안 해온 해명들은 대국민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강 이사의 계속되는 해명과 거취 표명 요구에 유 이사장은 “대답할 의무가 없다”, “주고받을 가치와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대답했고 논쟁은 불거졌다. 

▲ 유시춘 EBS이사장. ⓒEBS
▲ 유시춘 EBS이사장. ⓒEBS

이날 회의에선 강 이사의 출근 투쟁 시위를 진행하던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노조)가 언급되기도 했다. 강 이사는 “이를 통해 나를 기죽이기 하려고 생각한다면 잘못 생각한다는 걸 알아야될 것 같다. 더 투지가 솟고 있다”면서 유시춘 이사장에 대해 “노조의 보호 속에서 5년 간 아주 편하게 사신 것도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강규형 이사는 2015년 9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2년3개월 동안 KBS 이사를 역임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임기 3년을 채우지 못하고 해임됐다. 방통위는 2017년 12월 법인카드 부당 사용 등으로 강규형 전 KBS 이사를 해임했다. 2018년 1월 강규형 전 이사는 문재인 대통령을 상대로 해임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이 지난해 9월 문 대통령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판결이 확정됐다.

▲ 강규형 EBS 이사. 사진=유재일 유튜브 채널 갈무리.
▲ 강규형 EBS 이사. 사진=유재일 유튜브 채널 갈무리.

미디어오늘 취재에 따르면, 유시춘 이사장이 개인 사유로 불참했던 지난 10월 이사회에서도 유 이사장 자격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이에 이어진 11월 이사회에서 유시춘 이사장이 당시 상황을 언급했고, 유 이사장의 이사장 자격에 대한 논쟁은 또다시 이어졌다. 

그러던 중 11월 이사회 개최 전 유시춘 이사장 해임 결의 관련 내용을 안건에 올리겠다는 주장이 나왔다가 철회됐다. 유 이사장은 본인이 법률 검토를 받아본 결과, EBS 이사회에서 이사장 해임 결의 안건을 안건으로 상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EBS법 14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이사회 기능 12가지에 해당하지 않고, 해임은 방통위의 권한이라는 설명이다.

유시춘 EBS 이사장은 30일 미디어오늘에 “7기 이사회에선 국민의힘 추천 이사들과 협의도 잘했고, 크게 정치 성향을 드러내거나 정치적 사안에 휘둘리지 않았다. EBS를 위하는 마음으로 협의하고 존중하면서 다른 의견들을 경청하며 잘 지내왔다”며 “그런데 이동관 위원장이 오고 나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정파성을 드러낼 사안도 없는데, EBS에 대해선 말하지 않고 나의 자격을 두고 정치적으로 공격하고 있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서남수·이춘호 전 이사장도 임기 중간에 정권이 교체됐지만 남아 있는 임기를 모두 채우고 갔다. EBS는 정파로부터 자유롭고 독립돼 있는데, 나를 정파적 편견과 적대감으로 대하는 것 같다”며 “EBS는 공교육을 보완하고 민주적 시민교육·평생교육에 힘써야 한다는 설립 목적이 있고, 창사 이래 지금까지 설립 목적에 부합하는 일을 해왔다. 교육방송은 독립해서 존재했고 정파성 때문에 문제됐던 적이 한 번도 없어서 당황스럽다. 결과적으로 EBS를 정쟁의 장으로 끌어들이고 있어 참담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이사는 30일 미디어오늘에 “강 이사 선임 후 유 이사장 관련 문제제기를 했고 유 이사장이 답변하면서 관련 내용이 언론에 보도됐다. 이사회 안에서 진보와 보수의 싸움”이라며 “EBS는 정치적 영향을 받으면 안되는 교육방송”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디어오늘은 30일 통화, 문자를 통해 강규형 EBS 이사와의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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