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편집인이 모기업 호반그룹 의혹을 취재하는 뉴스타파 기자를 만나 취재 내용을 살피는 등 호반의 대언론 활동을 대신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서울신문 국회 출입 기자가 부당거래 의혹을 받는 호반 일가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방문해 난색을 표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뉴스타파는 28일 <“저는 서울신문 이종락 상무입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이종락 서울신문 편집인이 지난 8월 뉴스타파 취재진에 만나고 싶다는 연락을 해왔다고 보도했다. 뉴스타파는 호반그룹 법인 등기부등본과 회계 감사보고서를 분석하여 지난달부터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 부부의 재산 증식과 불공정한 재산 대물림 문제를 연속 보도하고 있다.

▲ 뉴스타파는 28일 보도에서 이종락 서울신문 편집인의 부적절 행보를 비판했다. 사진=뉴스타파 보도 화면 갈무리.
▲ 뉴스타파는 28일 보도에서 이종락 서울신문 편집인의 부적절 행보를 비판했다. 사진=뉴스타파 보도 화면 갈무리.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이 편집인은 뉴스타파 취재진을 만나 “기자님이 어떤 걸 묻고 싶은지, 취재하고 싶은지 미리 내가 들을 수 있으면 그걸 준비하라고 (호반 측에) 얘기할 것”이라고 했으며, 자신의 역할에 대해선 “(뉴스타파가) 잘 취재하는 데 용이하게끔, 원활하게끔 연결하는 역할 정도”라고 말했다.

뉴스타파 취재진이 ‘서울신문이 모기업의 대언론 활동을 조언하거나 대신해주는 곳이냐’고 묻자 이 편집인은 “여쭤볼 수 있는 것 아니냐. 같은 기자로서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이 편집인은 자신과 나눈 대화 내용을 보도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뉴스타파는 보도에서 이 편집인의 행보에 “말로는 취재가 잘될 수 있게 도와주겠다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뉴스타파 취재 내용을 미리 알려 달라는 것”이라며 “서울신문 편집인이 모기업인 호반그룹 관련 의혹을 취재 중인 타 언론사 기자에게 취재 내용을 묻는 것 자체가 신문사 경영과 편집권 분리라는 저널리즘 원칙을 저버린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비판했다.

▲ 뉴스타파는 28일 보도에서 이종락 서울신문 편집인의 부적절 행보를 비판했다. 사진=뉴스타파 보도 화면 갈무리.
▲ 뉴스타파는 28일 보도에서 이종락 서울신문 편집인의 부적절 행보를 비판했다. 사진=뉴스타파 보도 화면 갈무리.

뉴스타파는 오기형 민주당 의원이 지난 9월 김상열 회장의 장남인 김대헌 호반그룹 기획총괄사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하자 서울신문 국회 출입 기자가 오기형 의원실을 찾아 의원 면담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오기형 의원실의 권태준 보좌관은 뉴스타파 인터뷰에서 “서울신문에서 우리 의원실에 국정감사 직전에 찾아와 ‘회사 일 때문에 왔다. 호반건설을 증인으로 신청했다고 들었다. 서울신문은 호반건설 자회사고 그래서 찾아왔는데, 왜 호반건설을 증인으로 신청한 것이냐. 꼭 신청해야 하느냐’는 말들을 하고 갔다”고 전했다. 권 보좌관은 “서울신문이라는, 언론사가 움직였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우리 쪽에선 압력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증언했다.

오 의원이 서울신문 기자 면담에 응하지 않자 이종락 서울신문 편집인이 나섰다고 뉴스타파는 보도했다. 서울신문 기자는 뉴스타파에 “오 의원을 만나서 소통하고 싶다, 이런 차원에서 자리를 주선해봐라, (이 편집인이) 이런 식으로 말씀하셨다”며 이종락 편집인에게 지시받은 사실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황일송 뉴스타파 기자는 28일 통화에서 “예전에는 서울신문에 균형적이고 중도적 목소리를 내는 구성원이 적지 않았다고 알고 있다”며 “그래서 이종락 상무에게서 연락이 왔을 때 기자 출신인지 호반 출신인지 확인했던 것이다. 그는 서울신문에서 정치, 경제, 사회 분야를 다 한 언론인이었다. 이런 분이 사주가 바뀌었다고 사주 방패막이 역할을 자처하고 언론윤리를 이리 저버릴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황 기자는 “이 상무에게서 연락이 왔을 땐 우리가 호반그룹에 공식 질의를 하기 전이었다. 김상열 회장 친인척 취재 등 외곽을 취재하고 자료를 분석하던 중이었다”며 “우리가 취재 중이라는 이야기가 김 회장 측에 들어간 뒤 바로 이 상무에게 연락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 뉴스타파는 오기형 민주당 의원이 지난 9월 김상열 회장의 장남인 김대헌 호반그룹 기획총괄사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하자 서울신문 국회 출입 기자가 오기형 의원실을 찾아 의원 면담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권태준 보좌관은 “서울신문이라는, 언론사가 움직였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우리 쪽에선 압력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증언했다. 사진=뉴스타파 보도 화면 갈무리.
▲ 뉴스타파는 오기형 민주당 의원이 지난 9월 김상열 회장의 장남인 김대헌 호반그룹 기획총괄사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하자 서울신문 국회 출입 기자가 오기형 의원실을 찾아 의원 면담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권태준 보좌관은 “서울신문이라는, 언론사가 움직였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우리 쪽에선 압력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증언했다. 사진=뉴스타파 보도 화면 갈무리.

황 기자는 “김 회장 장남인 김대헌 사장이 국감 증인으로 신청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로선 앰부시(Ambush, 공식적으로 만나지 못하는 인물의 말을 듣기 위해 그가 다니는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돌발적으로 질문하는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증인 채택이 무산됐다”며 “그 이유를 확인해 보니 서울신문 기자가 증인 건으로 의원실을 방문한 일이 있었다”고 전했다.

황 기자는 “서울신문이 호반건설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을 지적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서울신문의 이런 행태에 서울신문 기자들과 노조가 어떤 대응을 보일지도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편집인은 1991년 서울신문에 입사해 도쿄특파원, 국제부장, 사회부장, 정치부장, 논설위원을 거쳐 지난해 9월 편집인에 임명됐다. 편집인은 취재와 보도, 편집, 편성 등 업무를 총괄하는 최고 책임자. 미디어오늘은 28일 이 편집인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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