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의 사설·칼럼이 정치성향이 비교적 뚜렷하지 않았던 주요 일간지 가운데 가장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졌다는 사실이 데이터로 확인됐다. 

지식콘텐츠 스타트업 언더스코어와 미디어오늘은 2019년 1월1일부터 2023년 5월10일까지 신문사의 사설과 칼럼 성향의 추이를 파악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사설·칼럼과 한겨레와 경향신문의 사설·칼럼을 각각 보수와 진보 텍스트로 분류한 다음 다른 신문들의 사설과 칼럼이 어느 쪽에 더 유사한지 분석했다.

▲ 언론사별 사설/칼럼의 성향을 50일 이동평균선으로 시각화한 자료. 위로 갈수록(1에 가까울수록) 조선일보·중앙일보와 유사한 내용, 아래로 갈수록(0에 가까울수록) 한겨레·경향신문과 가까운 내용
▲ 언론사별 사설/칼럼의 성향을 50일 이동평균선으로 시각화한 자료. 위로 갈수록(1에 가까울수록) 조선일보·중앙일보와 유사한 내용, 아래로 갈수록(0에 가까울수록) 한겨레·경향신문과 가까운 내용

분석 결과 서울신문의 변화가 두드러졌다. 서울신문은 2019년 1월만 해도 국민일보, 세계일보보다 진보적 성향의 사설과 칼럼을 썼는데 2023년 5월엔 이들 매체보다 보수적 성향으로 변했다. 전체 조사 기간 동안 일평균 0.02%p 씩 한겨레·경향신문과 멀어졌고 조선일보·중앙일보와 가까워졌다.

서울신문은 2021년 말을 기점으로 성향 변동 폭이 크게 나타나는데 이는 호반건설이 서울신문을 인수한 시점과 맞물린다. 호반건설은 2021년 10월 서울신문을 인수했고 2021년 12월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서울신문 회장으로 취임했다. 2022년 1월 서울신문이 자사의 과거 호반건설 비판 기사 50여건을 삭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호반건설 인수 이전 서울신문 사설을 보면 <중대재해처벌법 제정해야 산재사망 획기적으로 줄인다> <한국당, 5·18 정신 훼손하는 진상규명 위원 추천 안 돼> <비핵화 재확인한 김정은, 북·미 마주 앉아 대화해야> <세월호 사찰 확인된 ‘박근혜 국정원‘의 범죄 밝혀내야> <민생·경제 보듬을 巨與의 ‘첫걸음’, 국민은 기대한다> 등 한겨레, 경향신문과 유사한 논조의 사설을 찾아볼 수 있다.

▲ 호반건설 인수 이전 서울신문 사설 가운데 한겨레와 유사한 내용을 다룬 사례
▲ 호반건설 인수 이전 서울신문 사설 가운데 한겨레와 유사한 내용을 다룬 사례

반면 2021년 이후엔 조선일보, 중앙일보와 유사한 사설이 많다. <文‘탈원전’이 멈춰 세운 고리 2호기, 3조 날렸다> < 후쿠시마 여론까지 조작하는 野 ‘정치쇼’> <文, 본인이 만든 그늘에 신음하는 나라 안 보이나> <입법폭주 거야, 정국 대치로 ‘돈봉투’ 덮자는 건가> 등의 사설이 대표적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 1주년 때는 <숨가빴던 국정 정상화 1년, 이제 국민 체감 높이길> 사설을 통해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를 만큼 흐트러졌던 국정을 제자리로 돌려놓은 것만으로도 윤 정부가 출범 이후 짦은 시간에 거둔 성과는 결코 작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검찰 편중 인사 문제, 이준석 전 대표와 갈등 등을 지적한 조선일보의 사설 <외교 성공, 내치 미흡 尹 1년, 巨野 탓만 할 때 아니다>보다 정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내용이다.

▲  호반건설 인수 이후 서울신문 사설 가운데 조선일보와 유사한 내용을 다룬 사례(움직이는 이미지입니다)
▲ 호반건설 인수 이후 서울신문 사설 가운데 조선일보와 유사한 내용을 다룬 사례(움직이는 이미지입니다)

수치는 1에 가까울수록 조선일보·중앙일보와 일치도가 높고 0에 가까울수록 한겨레·경향신문에 가깝다. 예를 들어 서울신문의 <세월호 사찰 확인된 ‘박근혜 국정원‘의 범죄 밝혀내야> 사설은 한겨레·경향신문과 상당히 유사한 내용으로 0.0104로, 세계일보의 <문 대통령 지지 최저치, 탄도미사일 제재 나선 美, “추가도발 없을 것”이라는 文정권> 사설은 조선일보·중앙일보와 상당히 유사한 내용으로 0.9959로 분류했다.

자본의 인수로 인해 편집 방향이 변화하고 독립성이 침해된다는 우려에 지난 2월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신문사 인수 단계 때 사주에 의한 편집권 침해를 막기 위해 편집계획서를 제출하는  등 장치를 마련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지난 2월8일 법안 발의 기자회견에서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언론사의 소유 변화는 종사자뿐만 아니라 독자에게도 매우 중요한 변화다. 언론사의 편집방침과 기사의 논조는 독자가 구독을 선택하는 첫 번째 기준이기 때문”이라며 “논조가 사주의 이익에 따라 돌변한다면 독자의 권리도 함께 침해될 것이다. 이 법에 따라서 제출되는 편집계획서를 일정 기간 동안 독자들에게 고지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사진=GettyImagesBank
▲ 사진=GettyImagesBank

이번 조사는 언론사별 사설·칼럼 등 기사를 분석한 결과다. 분석 대상은 경향신문(4188건), 국민일보(1606건), 동아일보(4312건), 서울신문(2459건), 세계일보(2542건), 조선일보(5289건), 중앙일보(4553건), 한겨레(4590건), 한국일보(2425건) 등이다. 

분석을 위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사설·칼럼(9842건)과 한겨레와 경향신문의 사설·칼럼(8778건)을 이용해 이원 분류(binary classification) 모델을 개발해 적용했다. 개별 사설과 칼럼은 요약 알고리즘을 활용해 칼럼에서 핵심 문장 4개를 추출하고, 칼럼 제목과 요약문을 병합해 입력값으로 썼다. 이번 분석에는 KcELECTRA 모델을 활용했다. 이는 3억4000건의 뉴스 댓글 데이터를 ELECTRA로 학습한 사전학습 모델로, 감성분석, 질의응답, 요약 등 측면에서 우수한 성능을 보여준다. 모델의 정확도(F1 Score)는 0.84다. 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다음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minvv23.notion.site/dc44b4aa46ab405f9b7ff46cabe27a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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